• 영화·방송 노동자들,
    한국 평균보다 2배 더 장시간 노동
    [영화와 현실]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 아니라 폐기
        2017년 06월 23일 09: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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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연재 제의를 받을 당시 ‘2억 명 영화관객 시대’에도 아직 해결되지 못한 한국영화산업 내 산적한 문제점을 하나씩 기고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현행 26종에서 10종 이하로 대폭 줄이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라는 언론기사를 접함에 따라, 레디앙의 첫 기고는 영화산업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장시간근로”에 관한 영화산업의 현실을 전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아 그 시작을 다음과 같이 한다.<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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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시간 특례업종 폐기의 시작은 노동자에게 “사람다운 삶”을 부여하는 첫 걸음이다

    고(故) 이한빛 PD 사망사건, 버스기사들의 졸음운전 등 장시간 노동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기존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다루는 근로기준법 제59조를 노동자 착취의 조항으로 규정하고 폐기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문재인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추진으로 특례업종을 26종에서 10종으로 축소하겠다는 방향은 이미 지난 박근혜 정부와 환노위에서 정해졌던 것으로 새로울 것이 전혀 없다.

    근로기준법 제59조 근로시간 특례업종은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 합의를 하면 법정 근로시간을 무한정 초과하여 노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영화산업으로 한정하면, 사실상 영화제작현장에서 지금껏 관행에 따라 한계시간 없이 영화를 만들어왔으며, 제작 일선에선 근로자대표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이 일반적이다. 그나마 영화산업 노사 임단협 및 표준계약서를 적용하는 일부의 제작현장에서 근로자대표가 선출되었다 하더라도 서면합의 없이 무한으로 연장근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 및 방송 제작현장에서 얼마나 연장근로가 되었는지, 2014년 기준으로 조사된 근로시간에 대한 데이터를 OECD 기준과 비교해보았다.

    영화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실시한 <2014년 영화스태프 근로환경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주 평균근로일수는 5.45일이고, 1일 평균근로시간은 13.18시간이었으며, 이를 통해 1주 평균근로시간은 71.8시간으로, 법정 40시간에 비하여 평균 31.8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고 있으며, 월단위로 환산하면 월평균 311.9시간 근로하고 있다.

    그리고 방송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지원으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에서 실시한 <2014년 방송스태프 근로환경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주 평균근로일수는 5.21일이고, 1일 평균근로시간은 15.7시간이었으며, 이를 통해 1주 평균근로시간은 81.8시간으로, 법정 40시간에 비하여 평균 41.8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고 있으며, 월단위로 환산하면 월평균 355.4시간 근로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15년 12월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연간 일반노동자의 근로시간은 2,057시간이며, OECD 평균 근로시간인 1,706시간으로 조사되었다. 연간 근로시간을 월단위로 환산하면 OECD 월평균은 142.16시간, 한국 월평균은 171시간 근로하고 있는 셈이다.

    OECD 월평균(142.16시간)보다 영화는 169.74시간, 방송은 213.24시간 더 장시간 근로하고 있으며, 한국 월평균(171시간)보다 영화는 140.9시간, 방송은 184.4시간 더 장시간 근로하고 있다.

    결국 영화 및 방송노동자는 OECD의 평균보다 장시간근로를 하는 한국 일반노동자보다도 2배 더 장시간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제37조제1항제2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제3항 및 [별표 3]에 따라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고용노동부고시 제2016 – 25호>에 따르면,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으로 발병 전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여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한 경우”란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일상 업무보다 30퍼센트 이상 증가되거나 업무 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 등이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 경우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라고 고시되었다.

    영화노동자는 1주 평균 71.8시간 근로하고 있는 만큼,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른다면 영화노동자는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발병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라는 것으로 매우 심각할 정도로 장시간근로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고용노동부에서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장시간근로에 대한 근로감독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 자체가 친사용자적인 행태를 시인하는 것과 진배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근로시간 특례업종 26종 중 제외가 유력한 16개 업종은 물품판매 및 보관업, 금융보험업, 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사업, 광고업, 접객업, 소각 및 청소업, 이용업(미용·욕탕 등) 등이라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특례업종 제외에 대해 운수업, 영화제작 및 흥행업, 통신업, 의료 및 위생산업,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10개의 업종의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껏 민주당의 오랜 지지기반인 이른바 영화인의 반발을 염려한 탓일까?

    그런데 영화인이라는 말에는 노동자의 피로와 노동자의 목소리는 제외되었고 그저 ‘영화를 제작하는 자’를 대변되어온 것이 현실이었다. ‘일자리’를 고민 하고 있다면 문화산업의 노동자가 고려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포함하여 근로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라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고, 최근 장시간 근로가 안타까운 사태에까지 이르게 한 <혼술남녀> 연출자인 고(故) 이한빛 PD 사망사건을 잊지 않았다면 영화방송업계의 고질적인 장시간 근로를 근절하기 위해, 검찰개혁을 위해 뺀 칼처럼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앞으로 장시간근로로 인해 제2의 고(故) 이한빛 PD가 나오지 않도록 영화제작업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속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삶에 “사람답게”라는 단어가 포함되는 날을 기다려 본다.

    필자소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영화인신문고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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