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엔지니어링업체 ‘삼안’,
    임금체불 무기로 노조 탈퇴·와해 협박
    경영진의 노골적 부당노동행위 녹취록 공개돼
        2017년 06월 22일 05: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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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엔지니어링업체 ‘삼안’의 경영진이 부서 와해, 임금체불, 인센티브 등의 문제를 무기 삼아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전국건설기업노조 삼안지부는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안 경영진이 노조 탈퇴를 강요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5월 29일 삼안 부서장인 A 전무는 모 부서 직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부서 해체, 인센티브 등을 언급하며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A 전무는 직원들에게 “우리 부서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이제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왔어요. 회사를 위해서 뭔가를 해줘야 하는데 그게 뭐냐? 노조를 나와야 되는 지금은 그 방법 외에는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부서장이 탈퇴를 권유했다 가서 이야기 하셔도 돼요.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당장 오늘 늦게라도 결정을 해야 돼요”라며, 노골적으로 노조 탈퇴를 독촉했다.

    A 전무는 또한 “(노조를 탈퇴하면) 우리 급여 나머지 부분이라도 먼저 지원해 달라 생활이 어렵다 이런 빌미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거고, 조건적으로 이야기 하니깐 먼저 모범을 보여라 이거죠. 모범 뭔가를 보여주고 나야 인정하겠다. 이런 얘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부서장, 본부장이 사주를 다 만났어요. 이야기는 안했지만 사장도 만나고 회장도 만나고 다 만났어요. 결국은 부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뭐냐. 그것밖에 없는 것 아닌가,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당시는 임금체불 문제가 있었던 시기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노조를 탈퇴해야 한다는 말로 해석된다. 특히 A 전무는 임금체불이 노조의 ‘괘씸죄’ 때문이라고도 말하기도 했다. 임금 문제를 빌미로 노조 탈퇴를 조용했던 셈이다.

    A 전무는 “모든 자금사정이 굉장히 어려운 것도 사주가 차입해서 지원해주면 돼요. 근데 사주는 안하려고 하지 왜? 괘씸죄에 걸린 거지”라고 말했다. 사주가 체불된 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있었음에도 노조 때문에 주지 않았다는 뜻으로 보인다.

    삼안 노조탈퇴 협박 기자회견(사진=유하라)

    삼안지부는 “노조를 탈퇴하면 체불임금을 먼저 달라고 할 수 있다고 하는 내용과 연장근로 수당을 100% 받아낼 수 있다는 발언은 직원들의 임금을 담보로 노조 탈퇴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범죄행위”라며 “사주와 경영진이 노조 탄압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활동했음이 명백히 들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미 의원 또한 “노조 약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일련의 과정을 보고 판단하면, 삼안 경영진은 노조에 대한 지속적 탄압과 부당노동행위 저질러온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노조탄압이 시작된 건 올해 상반기부터다. 삼안은 지난 4년 동안 워크아웃을 진행한 끝에 2016년 1월 한 모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한맥기술과 장한산업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지난해 11월 말 시작된 임단협에서 경영진은 기존 단협 60여개 조항에 대한 대대적 수정을 요구, 성과연봉제를 바탕으로 하는 임금 구조 개편안을 제시했다. 반면 워크아웃 기간 4년 동안 임금동결, 8개월 임금체불 등의 고통을 분담해온 노조는 임금인상안을 들고 나와 대립했다.

    노사 대화는 평행선을 달렸다. 이에 회사는 올해 3월 노조 조합원들에게 부서별 인원을 할당해 사직을 권고했다. 이에 불응하는 조합원 10명에 대해선 ‘프로젝트 검검팀’이라는 이름의 부서를 만들어 업무 배제시켰다. 회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자 보복인사 조치를 자행한 것이다. 노조가 임단협 양보안을 제안했지만, 사측은 ‘자신들의 요구와 차이가 많다’며 이번엔 아예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

    사측의 노조 탄압, 노조 탈퇴 종용에 목을 매는 데는 임금체계가 큰 것으로 보인다. 성과연봉제를 골자로 하는 임금체계 개편에 노조가 동의해주지 않자, 노조 와해·무력화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노조도 “각 부서별로 조합원들에게 성과연봉제 찬성을 압박하는 동시에 노조탈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의 일련의 행위가 계획적 노조 파괴라고 보고 있다. 한맥기술이 삼안을 인수하고 난 후에 1년간 회사가 노무법인 ‘열린’과 계약하고 법률적 자문을 받아왔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단순히 노사 대립으로 인한 갈등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노조는 “사측의 공격적인 단협 수정 요구를 시작으로, 권고사직, 인력구조조정, 성과연봉제 압박, 노조 탈퇴 부당노동행위, 단협 해지, 임금체불, 인사 보복이 벌어진 과정은 계획적으로 노조를 파괴하려는 사주와 경영진의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며 “정부당국은 삼안을 인수한 이후 벌어진 사주와 한맥경영진의 노조탄압, 노조파괴 행위에 대해 엄정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엔지니어링 산업은 고용창출효과가 큰 좋은 일자리 산업”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좋은 일자리 산업이 사주들의 횡포와 노동권 유린에 의해 망가지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적폐청산과 좋은 일자리를 지키고자하는 의지의 표현은 삼안에서 벌어진 불법행위를 엄벌하고 노동권을 지켜주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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