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경환 판결문 8분만에,
    노회찬 “사전 합의 의심“
    법원과 자유당 의원, TV조선 연계?
        2017년 06월 21일 02: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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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1일 안경환 법무부 후보자 혼인무효소송 판결문 입수 경위 논란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해명을 본 후 원내정당들과 논의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자는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과 <조선일보>의 이러한 의혹제기가 결정적 계기돼 후보를 자진 사퇴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법원행정처가) 공개되면 안 되는 개인정보가 들어가 있는 판결문을 법을 어겨가면서 줬고, 특히 그 과정이 상상을 초월하는 짧은 시간 내에 이뤄졌다”며 “법원행정처가 왜 이렇게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과거에 하지 않았던 파행적인 일처리를 했는지 법원행정처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이같이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행정처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혼인무효소송 상대방 여성의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판결문을 단 8분 만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탈법 제출’ 했음이 드러났다”고 폭로한 바 있다.

    노 원내대표는 법원행정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과 권성동 의원이 각각 6월 15일 오후 5시 33분, 5시 35분에 국회 의정자료시스템을 통해 판결문을 요청했다. 법원행정처는 최초 요청 시각인 5시 33분으로부터 단 8분이 지난 오후 5시 41분 한 의원에게 판결문을 제출했다. 이 판결문은 안경환 전 후보자와 상대방 여성의 실명과 주소 등 개인정보를 지우지 않은 사본이었다.

    노 원내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판결문이 아무리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미리 준비하고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6명을 거쳐서 8분 만에 송부될 수 있나. 이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의원실에서 의정자료시스템을 통해 판결문을 요청 후 이를 받기까지는 국회 담당실무관을 거쳐, 법원행정처 기획제2의심의관, 기획조정실장 등 총 6단계의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통상 의원실에서 상황의 시급성을 호소해도 판결문을 받기까지는 하루의 시간은 걸리지만, 안 후보자의 판결문은 단 8분 만에 해당 의원실로 송부가 이뤄졌다는 것이 노 원내대표의 지적이다. 특히 8분 만에 송부된 판결문은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사본이었고, 개인정보가 가려진 판결문은 그로부터 20분 후 해당 의원실로 재송부됐다.

    개인정보가 노출된 판결문을 외부에 제출하는 것은 당사자로부터의 민사손해배상소송 가능성 등 법원행정처에 상당한 ‘법적 리스크’가 따르는 결정이다. 그런 결정이 단 8분 만에 이뤄졌다는 데엔 상당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노 원내대표는 법원과 자유한국당 의원, 그리고 <조선> 사이에 안 후보자 판결문과 관련해 “사전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과거 개인정보가 포함된 판결문 제출에 상당히 엄격한 태도를 보여 왔다. 지난해 6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 조현아 대한항공 전 사장의 ‘땅콩 사건’ 판결문의 당사자까지 모두 비실명 처리한 것을 지적하자, 고 당시 법원행정처장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부분이어서,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안 후보자 실명 판결문 제출에 대해선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2조를 근거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 원내대표는 “법원행정처가 판결문을 줄 땐, 비실명 조치를 해야 하는데 이것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는데다, 어기게 되면 민사소송법 등에 위배가 되고 손해배상 대상이 된다. 그래서 ‘실명 원본을 그렇게 빠르게 준 이유가 뭐냐’고 하니까 ‘급해서 그랬다’고 했다. 그 뒤에 (법원행정처가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대로 된 것을 20분 뒤에 또 줬다. 20분이면 제대로 줄 수 있는 것을 20분이나 당겨가면서, 법을 어겨가면서 급하게 처리한 배경에 뭔가”라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노 원내대표는 “법원행정처는 실명이 노출된 판결문을 줬다는 사실을 계속 감추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원본을 준 바가 없다’, ‘비실명 처리된 것을 줬다’고 며칠 동안 거짓말했다”며 “자기들이 떳떳하게 줄 수 있는 것을 관례에 따라 준 것이라면 왜 원본 준 사실을 계속 숨기나. 실수든 뭐든 간에 ‘급해서 우선 줬고, 나중에 가린 것을 또 줬다’는 해명을 하지 않고 며칠 동안 뭉개고 있었던 거다. 이것을 제가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하니까 비로소 실토를 했다”고 전했다.

    주광덕 의원은 법원행정처에서 15일 오후에 받은 판결문을 바탕으로 16일 오전 9시경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조선>은 이보다 빠른 15일 저녁 안 후보자의 인적사항과 상대방 여성의 주소가 공개된 판결문을 보도했다.

    노 원내대표는 “급하다고 받은 분이 다음 날, 12시간 이상 지난 후에야 기자회견을 했고 정작 언론은 받자마자 바로 보도가 됐다”며 “보도되는 내용도 보면 여러 가지 화면을 미리 준비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이어 “받은 의원 쪽에서는 언론에 준 바가 없다고 한다. 아무도 언론에 준 바가 없다는 말이 사실이면, 언론에 준 바는 없는데 언론은 어디선가 입수를 해서 보도를 하고 법원행정처는 두 명의 의원 외에는 준 바가 없다고 하고 해명이 안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주광덕·권성동 의원이나 법원행정처 한 쪽이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된 판결문을 <조선>에 전달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유한국당에선 정윤회 문건파동 사례를 언급하며 ‘문건유출로 본말을 전도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 원내대표는 “내용과 별도로 이것은 굉장히 큰 건”이라며 “그동안 실명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엄격한 태도를 유지해 왔던 법원행정처가 왜 이번 건에 한해서만 그런 식의 납득할 수 없는 태도를 취했는지는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법원행정처의 행위 자체가 민사소송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은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자료를 주고받은 것은 법원행정처와 국회에서 있었던 일”이라며 “양자 사이에서 일을 처리하는 게 맞고 청와대가 나설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안 후보자 판결문이 공개된 것에 대해 ‘검찰개혁에 반발하는 내부조직 움직임’이라는 의혹에 대해선 “세간에 그런 의혹이 있는데 그런 부분은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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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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