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탈원전 선언
"원전정책 전면 재검토"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서 밝혀
    2017년 06월 19일 06: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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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등 원전정책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며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에서 “새 정부는 원전 안전성 확보를 나라의 존망이 걸린 국가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하겠다”면서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며 원전정책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또한 “탈원전, 탈석탄 로드맵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값싼 발전단가를 최고로 여겼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후순위였다.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고려도 경시됐다”며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국가의 경제 수준이 달라졌고,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확고한 사회적 합의로 자리 잡았다”며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이후 크고 작게 계속되는 경주 지진 문제를 거론하며 “대한민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인정해야 하고 당면한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는 너무나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서구 선진 국가들은 빠르게 원전을 줄이면서 탈핵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핵 발전소를 늘려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밀집한 나라가 됐다”면서 “혹시라도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며 “현재 수명을 연장하여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하여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 비용, 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해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직속 위원회로 승격하겠다고 밝혔다. 원안위의 다양성과 대표성,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사진=청와대, 한국수력원자력

문 대통령은 이번 탈원전 선언과 함께 원전 안전기준 대폭 강화도 예고하고 있다.

그는 “지금 탈원전을 시작하더라도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는 앞으로도 수십 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며 “그 때까지 우리 국민의 안전이 끝까지 완벽하게 지켜져야 한다. 지금 가동 중인 원전들의 내진 설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보강됐다. 그 보강이 충분한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간 원전 운영 과정에서 불거진 원전 사고 은폐 의혹 등을 거론하며 “새 정부 원전 정책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새 정부에서는 무슨 일이든지 국민의 안전과 관련되는 일이라면 국민께 투명하게 알리는 것을 원전 정책의 기본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산업계가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수급과 전기료 인상 등을 우려하는 것에 대해선 “수만 년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들을 위해 지금 시작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일축하며 “저의 탈핵, 탈원전 정책은 핵발전소를 긴 세월에 걸쳐 서서히 줄여가는 것이어서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안심할 수 있는 탈핵 로드맵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주범으로 불리는 석탄화력발전소 신규건설 전면 중단 등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노후된 석탄화력발전소 10기에 대한 폐쇄 조치를 임기 내에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달 15일 미세먼지 대책으로 30년 이상 운영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를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정부는 원전과 석탄화력을 대체할 에너지정책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과 함께 미래에너지 시대를 열겠다”며 “신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을 비롯한 깨끗하고 안전한 청정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하여 에너지 산업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탈석유’를 선언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사례 등을 거론하며 “우리도 세계적 추세에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 원전과 함께 석탄화력 발전을 줄이고 천연가스 발전설비 가동률을 늘려가겠다”며 “태양광, 해상풍력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해 가겠다. 친환경 에너지 세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에너지 고소비 산업구조도 효율적으로 바꾸겠다”고 설명했다.

가정용 전기요금에 비해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해선 재편 의지를 밝혔다. 다만 전기요금으로 인해 산업 경쟁력에 타격이 가지 않도록 중장기적으로 추진, 중소기업 지원 정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는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다. 원전 해체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원전 해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원전 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 지역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고 적극 지원하겠다. 대한민국이 원전 해체 산업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에너지정책의 대전환,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와 민간, 산업계와 과학기술계가 함께해야 하고, 국민들의 에너지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분명히 가야 할 길”이라며 거듭 탈원전, 탈석탄 정책 기조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환경단체와 정의당 “환영…신고리 5,6호기 중단 없는 건 아쉬워”
자유·국민·바른정당, 우회적 비난 태도 밝혀

정치권 일부와 환경단체 등은 문 대통령의 탈핵 선언에 대해 일제히 환영을 표하는 한편,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지 않은 것에 대해선 ‘공약 후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생태에너지부는 논평을 내고 “고리1호기 영구정지를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탈핵국가와 안전한 대한민국으로의 대전환을 천명한 것을 환영한다”며 “대통령의 탈핵의지는 2017년 탈핵한국 시작을 알린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는 안전성 등을 고려하여 빠른 시일 내에 사회적 합의 도출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선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것은 공약 후퇴로 보일 수 있는 매우 아쉬운 대목”이라며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노심초사하며 기다려 온 380만 부산, 울산, 경남도민의 기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고리 원전 30km 반경에 부산, 울산, 경남시민 380만 명이 살고 있는 인구 밀집지역에 10기의 핵발전소 단지를 짓는 위험천만한 일은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는 밀양송전탑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약자들의 눈물을 타고 흐르는 에너지부정의를 해결하는 길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전 주변지역의 경제와 주민의 삶에 대한 대책도 세우고,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또한 “미래가 없는 원전수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산업과 에너지효율 혁명으로 경제활력과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윤종오·김종훈 무소속 의원 역시 공동논평에서 “더 이상 지진 안전대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탈핵에너지정책 전환을 공식 표명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선언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다소 아쉬움을 표한다”며 “정부는 지역주민, 시민사회 의견을 대폭 반영한 ‘사회적 합의기구’ 설치를 서둘러 신고리5,6호기 건설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내어 “지난 40년 원전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중단하고, 탈핵에너지전환의 시대를 처음으로 열었다는 점에서 감격이 아닐 수 없다. 환영과 지지의 입장을 보낸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 또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문 대통령의 탈원전 에너지전환에 대해 “의지는 명확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탈핵에너지전환 정책들을 정부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내놓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보수야당들은 전력대란 등 에너지 기득권층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자유한국당은 전기료 인상을 우려하며 탈원전 정책에 대해 “성급하다”고 표현하며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숙 수석부대변인은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원전안전 기술을 원전과 함께 해외로 수출하는 원전기술 수출국”이라면서 “전력 수급 계획은 지금 당장이 아닌 10년, 15년 후를 내다보고 세워야 한다. 지금 당장 원전을 폐기하면 급격한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고, 이는 모두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은 문 대통령의 탈핵 선언을 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궤변까지 늘어놨다.

황유정 바른정당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지키려고 한다면 북한의 비핵화도 함께 주장했어야 한다”며 “남한의 원전사고로부터 발생할 재앙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핵은 한반도가 사라질 정도로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힐난했다.

황 부대변인은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에 찬성한다면서도 “원전 폐쇄로 부족한 에너지를 어디로부터 얻을 것인지 구체적인 수치로 그 대안을 국민 앞에 제시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이와 관련해 당 차원의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대해 공공연히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탈원전 정책 반대 기조는 자유한국당보다 더 강한 편으로 읽힌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탈원전의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안전을 이유로 원전마저 무작정 줄이는 근시안적이고 졸속적인 방식은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전력생산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인기영합적’, ‘보여주기 식 이벤트’라고 비난했다.

그는 “(탈원전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구한 적이 있느냐”며 “더구나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원전수출에 나선 우리나라가 국내에서 더 이상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어떻게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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