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 축구 그리고 병역특례
    [축덕후의 정치직관] '보편적' 병역거부에 대한 단상
    By 시망
        2012년 08월 21일 10: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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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올림픽이 이러저러한 에피소드를 남기고 폐막했다. 올림픽 기간 밀어닥친 열대야 덕분에 별로 보고 싶지 않던 축구도 두 경기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열대야 덕분인지 열대야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한국의 꽤 많은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었던 올림픽 축구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올림픽위원회의 바람과는 달리 23세 이하 월드컵의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올림픽 축구가 소위 말하는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는 것, 그리고 메달을 따면 한국의 경우 병역특례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 어떤 메리트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생각해 보자. 올림픽 기간 쏟아지는 축구 기사 중에 전술적으로 해석이 가능했던 기사가 얼마나 됐었는지를.

    바로 이전에 열렸던 유로2012 대회에서 이탈리아의 쓰리백이나 스페인의 False-9(가짜 스트라이커) 등의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전술이 선보였던 것에 비해 올림픽의 그것은 볼품이 없었다.

    올림픽 축구를 다른 대회에 비교하자면 유로나 아시안 컵 등의 대륙별 대회에 비해서도 쳐진다고 생각하지만, 뭐 그건 나만의 개인적인 생각인 것으로 하자.

    더구나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은 유럽 클럽들이 본격적으로 시즌을 맞이하기 직전이라는 점에서 올림픽 축구의 수준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접는 것이 좋았다.

    결국 2014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브라질(올림픽에서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던 흑역사를 치유하고픈)과 올림픽의 개최국인 영국(그레이트 브리튼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팀을 구성한) 정도만이 의욕을 가질만한 대회였다는 것이다.

    물론 모두 알고 있듯 브라질은 허접한 수비력 때문에, 영국은 허접한 조직력 때문에 금메달을 따는 데에는 모두 실패한다.

    이 와중에 브라질과 영국 못지않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돼 있던 참가팀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한국이었다.(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올림픽 최초의 메달에 대한 목적의식과 함께 병역특례라는 당근이 같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요즘 유행하는 의지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대회였다.

    더구나 동메달 결정전이 한-일전이었다는 것은 그 동기부여를 한껏 높여줬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한국이 두 골을 넣어 승리가 확정되던 순간 논쟁의 블랙홀이 열린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45분 구자철을 빼고 김기희를 투입하는데, 김기희가 그 동안 단 1초도 뛰어보지 못했던지라 병역특례를 염두에 두고 김기희를 배려했다는 것이다.

    김기희 교체장면 패러디 사진 : 마치 4분만에 제대하는 속도라고 하지만, 이 선택은 부득이하지 않았을까?

    내가 홍명보 감독의 입장이어도 런던까지 데려간 선수를 이미 메달이 확정된 상황에서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는 생각에 이게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문제인가?라는 의문이 들지만, 하여튼 온라인 상에서는 김기희에 대한 패러디가 넘쳐나고 있다.

    난 김기희가 병역특례를 받고 안 받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을 만들고 있는 한국의 병역제도에 대한 의문을 품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

    홍명보 감독은 메달을 따면서 대부분의 선수들을 출전시켜야 한다는 어려운 미션에 시달려야 했고, 김기희는, 박주영은 병역특례 이후에도 이러저러한 논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쯤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서 병역특례와 징병제에 대한 좌파의 입장을 주장하는 것은 어떤가? 에 대한 생각을 해 본다.

    더불어 메달을 따야 결과를 내야 병역특례를 주는 과정에서 흘렸던 땀을 무시하는 결과주의적인 모습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좌파 진영에서 그 동안 말하던 양심적인 병역거부를 풀어내는 장으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떤가?

    지난 번에 박주영의 꼼수에 대한 글에서 박주영과 같은 사례는 반복될 것이라고 예측한 적이 있었는데 같은 모습으로는 아니지만, 김기희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것으로 끝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김기희는 메달을 땄기 때문에 논란이 잠잠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운이 좋지 못해(좋은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메달권에 들지 못하거나 우승을 못하는 사례야 넘쳐 나고..)특례를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란 결국 박주영처럼 꼼수일 뿐이다.

    물론 저들은 서민들에 비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프로 선수들이며, 그런 상황이 박주영의 꼼수를 가능케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활동가들이 선뜻 편들어주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쯤에서 무상급식 논란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보수진영은 재벌의 자식까지 공짜로 밥을 먹일 것이냐고 주장했고, 거기에 진보진영은 보편적 복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것이 먹힌 것이고..

    이쯤 되면 축구의 영역에서, 스포츠의 영역에서 보편적 병역거부를 이야기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논란이 되는 지점에서 그들의 병역을 대체복무제로 바꾸는 것에 좌파들이 함께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좌파들의 목적을 이루는데 힘이 될 것이라고 난 믿고, 이 전술이 아직도 유효해 보인다는 것을 김기희 논쟁이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면 오버냐??

    필자소개
    시망
    지역 공동체 라디오에서 기생하고 있으며, 축구와 야동을 좋아하는 20대라고 우기고 있는 30대 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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