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백남기 농민 사망,
    병사 아닌 ‘외인사’로 공식 수정
    서울대병원, 15일 사과와 사망진단서 수정 발표
        2017년 06월 15일 03:3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서울대병원이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다.

    서울대병원은 1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의 사망 종류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오늘 아침에 유족을 찾아 뵙고 그간의 경과를 설명 드리고 저의 진심어린 사과를 드렸다”며 “이 자리를 통해 서울대병원이 지난 2년여 가까운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진심으로 송구하고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공식 자료를 통해 “최근 자체 윤리위원회를 열어 고 백남기 씨의 사망진단서 수정에 대해 논의했다”며 “지난 14일 해당 전공의가 사망진단서에서 사망의 종류를 외인사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망의 원인도 기존에 ‘심폐정지’에서 ‘급성신부전’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심폐정지는 사망 원인이 아닌 사망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고인은 급성외상성뇌출혈로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급성신부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수정한 것이다.

    김 부원장은 “저는 지난 12월 중순에 병원 부원장으로 부임해 우리가 가진 근본적 해결책 마련이 중요하다 생각해 의사의 집단 지성과 경험을 반영할 수 있는 조직 또는 위원회 필요하다고 생각에 지난 1월 서울대병원 의사직업윤리위를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백 농민은 2015년 11월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직사 살수한 물대포에 맞고 의식불명 사태에 빠져 지난해 9월 사망했다.

    백 농민이 사망한 당시 주치의인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전공의에게 지시를 내려 고인의 사망진단서 사망 종류를 ‘병사’로 기록하게 해 논란을 일으켰다.

    외상성 뇌출혈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합병증인 급성신부전에 의한 심정지가 사망 원인이라는 것이 백 교수의 주장이었다.

    서울대 의대 재학생, 동문 등이 잇따라 성명을 내 백 교수의 사망진단서가 잘못됐다고 비판했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또한 지난해 25일 의견서에서 “본 환자의 발병 원인은 경찰 살수차의 수압, 수력으로 가해진 외상으로 인한 외상성 뇌출혈과 외상성 두개골절 때문”이라며 “외상 발생 후 317일간 중환자실 입원 과정에서 원내감염과 와상 상태 및 약물 투여로 인한 합병증으로 다발성 장기부전 상태이며 외상 부위는 수술적 치료 및 전신상태 악화로 인해 변형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인의협 소속 전문의들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도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 살수로 인한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한 것은 의학적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백 교수는 끝내 사망진단서 수정을 거부했다. 심지어 그는 지난해 10월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건 청문회’에 출석해 “백씨가 체외투석 등 적절한 치료를 받고도 사망했다면 사인이 바뀌었을 것”이라며 연명치료를 거부한 유족에 사망의 책임을 돌리기 까지 했다. 서울대병원 역시 사망진단서 작성은 주치의의 고유 권한이라며 잘못된 사망진단서를 수정하는 데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유가족과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외인사’를 주장했고, 지난해 11월 3일 서울대병원·서울대 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는 “병사로 기록된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는 일반적인 지침과 다르게 작성됐다”고 밝혔다. 결국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1월 17일 공식 입장 자료를 내고 백 교수를 보직 해임했다.

    백 농민의 사망진단서와 관련해선 외압 의혹이 일기도 했다. 당시 백남기투쟁본부 등에 따르면 유족들이 진단서를 끊는 과정에서 전공의에게 부원장의 전화가 왔고, 이후 유족이 사인을 ‘병사’라고 기재한 것에 항의하니 전공의가 “‘위에서’ 그렇게 지시했다”는 취지의 답을 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노조는 “서울대학교병원은 어떤 정권의 외압에도 의료인의 양심이 살아있는 공공병원이어야 한다”며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 발급경위에 대해 서울대병원 서창석 병원장은 당장 유가족과 국민들의 의혹에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백 농민이 참여한 민중총궐기 대회는 노동개악 폐기와 쌀값 안정화,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최저임금 1만 원 등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노동자, 농민들의 대규모 도심 집회였다. 당시 관계 부처 장관들은 이례적으로 “불법집회를 엄단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경찰 측은 도심 행진이 시작되기도 전에 차벽을 설치하고 캡사이신이 섞인 물대포를 살포해 과잉진압 논란이 일었고, ‘살인경찰’, ‘폭력경찰’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최근 경찰은 집회에 차벽과 물대포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