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와 '궁둥이'
[한국말로 하는 인문학] 첫번째
    2017년 06월 14일 11: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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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말의 뜻을 풀어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최새힘씨의 ‘한국말로 하는 인문학’ 연재를 새롭게 시작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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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와 궁둥이를 모두 같은 부분을 뜻하는 다른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조금은 다르다. 엉덩이와 궁둥이의 구분하기 위해서는 먼저 볼과 볼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볼’은 뺨의 한복판으로 살집을 이루고 있는 부분이고 ‘볼기’는 뒤쪽 허리의 아래부터 허벅다리 위로 살이 ‘볼록한’ 부분이다. 같은 의미에서 신발이나 버선도 완만하게 ‘볼가진’ 부분을 볼이라고 부른다.

‘덩이’는 볼과 같이 살의 덩이를 이루고 있는 것인데 ‘엉기다(엉키다)’, ‘엉클다(헝클다)’와 같이 ‘엉’은 ‘서로 다른 것이 가까워지거나 달라붙는’ 것을 뜻하므로 엉덩이는 살집이 서로 가까이 붙어 있는 것을 나타낸다. ‘엉’의 반대말인 ‘성’은 ‘성기다’, ‘성(성)하다’와 같이 쓰는데 반대로 서로 멀어진다. 그러면서도 ‘엉’은 완전한 하나가 되지 않고 ‘성’은 완전히 다른 둘이 되지 않는데 이를 동시에 사용한 말이 바로 ‘엉성’이다. 그래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라서 마음에 차지 않으면 ‘엉성하다’고 한다.

국어사전에서 ‘엉덩이’를 ‘볼기의 윗부분’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말의 뜻으로만 볼 때는 ‘가까이 붙은 두 볼기 모두를 전체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라고 보아야 한다. 한편 ‘궁둥이’는 ‘엉덩이의 아랫부분으로 앉으면 바닥에 닿는 근육이 많은 부분’을 뜻하는 것으로 적고 있는데 이 말은 비교적 정확한 표현이다. 여기에서 ‘궁’이라는 속이 빈 부분, 즉 구멍을 뜻한다. 그러므로 ‘궁둥이’는 살덩이 사이의 빈공간이나 똥구멍에 초점을 둔 말임을 알 수 있다.

‘궁’과 관련된 말은 많지는 않지만 재미있다. ‘궁굴다’는 속이 비어 있거나 속이 없는 것을 뜻하는 말이고, 의미 없는 불평을 늘어놓는 것을 두고 ‘궁시렁’거린다고 한다. 또 잘 쓰지는 않지만 ‘궁굴리다’가 있는데 이리저리 굴려보면서 너그럽게 생각하는 것을 가리킨다.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궁금하다’는 빈 공간에 대한 열망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강하게 알고 싶을 때나 배가 많이 고픈 것은 아니지만 입이 심심하여 군것질을 하고 싶을 때 ‘궁금하다’는 표현을 쓴다.

또 가난한 것을 나타낼 때 우리는 ‘궁하다’라고 말하는데 사전에서 이를 소리를 나타내는 躬(몸 궁)과 뜻을 나타내는 穴(구멍 혈)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窮(다할 궁)으로 풀이하고 있지만 이는 한자에서 유래한 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한국말은 같은 소리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꿍꿍이’나 ‘꿍꿍이셈’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어떤 일을 꾸미는 것이다. 원래는 ‘궁궁이’였을 것이고 ‘아궁이’와도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어는 다른 말과 달리 신체의 일부분을 이용한 표현이 아주 잘 발달되어 있다. 궁둥이가 똥구멍과 관련이 있는 탓인지 주로 엉덩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행동이 빠르거나 느린 것을 두고 ‘엉덩이가 가볍다거나 무겁다’라고 표현하고, 인내심이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엉덩이가 근질근질하다’고 말한다. 또 분명하지는 않지만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강하게 추측될 때는 ‘엉덩이가 구리다’라고 말한다.

필자소개
최새힘
우리는 아직도 뜻이 서로 맞지 않는 한문이나 그리스-로마의 말을 가져다 학문을 하기에 점차 말과 삶은 동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이는 말의 뜻을 따지고 풀어 책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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