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의 막무가내 반대,
    다른 야당들도 쓴소리와 거리두기
    이용호 "출구 없는 돈키혼테 야당 노릇 그만두라"
        2017년 06월 13일 05:01 오후

    Print Friendly

    자유한국당의 장관 인사문제 반대, 추가경정예산 반대, 협치테이블 거부로 국회가 공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장관 인사와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법안을 반대했던 과거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현 정부에 대한 협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정치보복에 가까운 행태라 야3당의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자유한국당이 정치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인 12일 국회를 직접 찾아 일자리 추경 시정연설을 가졌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시정연설 직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공무원 증원을 위한 추경엔 반대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추경 심의에는 참석하기로 합의했고, 자당의 의견을 추경에 포함할 계획이다. 수정안을 만들어 정부와 타협점을 찾겠다는 최소한의 노력은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아예 추경 심의 심의조차 거부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진정성 있는 ‘협치’ 의지가 의심되는 일방적 요구”라며 “결코 추경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루 만에 추경 심의에 참여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이 또한 다른 당들이 모두 추경 심사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비친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열린 청와대 오찬에도 불참했고, 이보다 앞서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작 본인들은 협치 테이블을 걷어차면서 정부에만 일방적인 협치의 태도를 요구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결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사 문제에서도 ‘불통 정치’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맡아왔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를 제외하고 모든 장관 인사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임명을 강행하면 국회를 보이콧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보수야당인 바른정당 소속의 하태경 의원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강하게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공정거래위원장이 윤리위원장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장은 자본주의, 자유경쟁 체제를 촉진하고 강화하는 자리다. 기업의 담합, 독점을 깨는 자리를 목사님, 스님 뽑듯이 하나”라고 비판했다(CBS ‘김현정의 뉴스쇼’).

    자유한국당은 최근 내정된 노동부, 교육부 장관 등의 인선을 두고선 노무현 정부 인사를 공격했을 때 썼던 ‘코드인사’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보복 정치’하는 자유한국당
    “박근혜 정부 인사·정책 반대한 민주당 사과 있어야 협치 가능”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이었던 시절, 박근혜 정부에서 했던 ‘반대’에 대해 사과하는 것을 협치의 대전제로 깔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보복정치의 일환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일자리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자유한국당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현재의 실업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 재난수준의 경제 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는 말씀에도 공감한다”면서도 “청년일자리를 비롯해서 우리 사회의 일자리 문제가 국가의 최대 현안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이 일자리 창출 때문에 4년 내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규제개혁특별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을 줄기차게 추진했다. 그런데 전임 정부 당시 그 수많은 일자리 창출 관련 노력을 사사건건 막고 무작정 반대해 온 곳은 바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사건건 일자리창출 법안을 막았던 문재인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이제 와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무작정 국회의 협조를 요구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진정으로 자유한국당에 협력을 구하려면 불과 수개월 전까지도 그렇게 반대만 하던 행태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하고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을 먼저 통과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가 거론한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은 현 정부에 들어서도 여전히 논란이 많은 법안이다. 당시엔 그 이견이 더 첨예했다. 민주당, 정의당뿐 아니라 국회 담장 밖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는 이 법안이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라 반대한 것이 아니라, 법안 자체에 문제 혹은 정당 간 정체성의 차이로 반대했다고 보는 편이 옳다.

    아울러 정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의 목적에 대해 “엄청난 국가재정이 소요되는 사안을 국회 차원의 신중한 논의나 사회적 합의 없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한번으로 마무리 지으려는 것은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여야3당이 회동에 참석하지 않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추경심의 참여를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이들은 “제1야당을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본인들이 스스로 협치 테이블을 걷어 차놓고 끼워주지 않았다고 다른 당들을 나무라고 있는 것이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한국당을 제외하고 여야 3당이, 사실상 여당 3당이 기습적으로 추경심사를 하겠다고 합의해버렸다”며 “이런 여당의 행태는 저희 제1야당을 무시하는 것이고, 말로만 협치와 대통합을 외치면서 사실상 숫자로 밀어붙이겠다는 상당히 이중적이고 이율배반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사에 반대한 과거를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 의원은 “과거 정부 시절에 민주당이 흠집내기, 발목잡기 식 인사청문회를 한 것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앞으로 대승적으로 새 출발하자는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 것 없이 일방적으로 계속 (청문보고서를 채택)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위원 낙마율이 높았던 건 사실이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2014년 8월 역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고위공직자 인사청문요청안 및 임명동의안 제출 처리 현황을 조사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박근혜 정부 인사청문 대상자 낙마율은 15.8%로, 노무현 정부 3.8%, 이명박 정부의 9.0%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높은 낙마율의 원인은 야당의 반대보단, 박근혜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시스템 미흡과 사전 인사검증의 부실 때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박근혜 정부에서 낙마한 대상자들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총 9명이다.

    이동흡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목적의 위장전입과 3억원에 달하는 특정업무경비를 개인계좌로 입금해 금융상품에 투자, 재산 증식에 이용,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면서 후보를 사퇴했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제자 논문 가로채기,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위안부 문제 왜곡 등 편협한 역사의식에 관하여 학계에 비판을 받아 자진 사퇴했다. 문창극 후보자는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 “4.3 사건은 공산주의 폭동”, “위안부에 대해 일본의 사과를 받을 필요는 없다” 등 그릇된 역사관과 종교관을 드러내는 발언이 논란이 돼 자진사퇴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하려했던 여러 인사청문회 과정을 우리가 살펴보면서 이번 인사청문회의 주요한 자료로 삼아야 한다”면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은 61%가 임명을 반대한다는 의견이었다. 2014년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도 부적합 의견이 71.4%에 이르러 청문회 전에 낙마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낙마는 야당이 낙마시킨 것이 아니라 국민적 여론이 너무나 나빴기 때문에 그대로 밀고 갈 수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64.7%가 임명을 반대한다는 의견이었다. 2015년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도 반대한다는 의견이 51.9%로 찬성한다는 의견보다 13.2%가 높았다”며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 강행했다”고 언급하며, 장관 임명 강행 시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자유한국당을 겨냥했다.

    그는 “김상조 후보의 경우는 적합이 65.6%, 김이수 후보는 54.6%. 야당이 가장 반대한다는 강경화 후보자의 경우도 임명찬성이 62%로 반대하는 여론보다 두 배 이상 넘고 있음에도 자유한국당이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문대통령에게 임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러한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그 분들이 말씀하시는 대로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자유한국당은 현재 국회가 공전하고 있는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독선’에서 찾고 있다. 추경도, 인사도 정부여당이 제1야당의 뜻을 거스른 탓이라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제1야당의 의사는 아랑곳 않은 채 대통령이 아무리 국회에 와서 아무리 현란한 정치적 수사나 파워포인트를 동원한 연설기교를 보인다고 해서 진정한 협치와 소통이 될 수 없다”며 “정부여당의 오만한 불통으로 인해 여야가 힘을 합쳐 논의해야할 산적한 현안 해결이 가로막혀있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사청문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정상적 국회운영이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것은 정부여당의 오만과 독선 때문”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이 진정한 협치와 소통을 말하고 국회에 정상적 운영을 바란다면 제1야당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대승적 결단이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바른정당도 자유한국당 막무가내에 쓴소리

    반면 다른 야당들은 자유한국당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자유한국당의 인사, 추경 반대가 야당의 존재감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일반 대중적인 표현으로 하면 제정신이 아닌 것”이라며 “늪에 빠져있는데 늪에 빠졌는지 물에 빠졌는지를 모르고 오히려 몸부림을 치니까 더 깊이 빠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노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추경 심의 자체를 거부했던 것에 대해 “추경예산 심의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상대를 인정하거나 추경예산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서 불참했다면 국회의원 사퇴해야 한다. 또 다른 당을 당으로 인정하지 않는 거니까 정당을 해산해야 한다. 왜 안 하는지 저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인사 문제에 관해서도 “자유한국당은 6월 말 7월 초에 있을 홍준표 대 엑스의 싸움, 당대표 선출 국면으로 들어간다”면서 “때문에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가면 이런 일에 더 정상적으로 대응하기 힘들어질 거다. 결국 자포자기의 길로 가고 있지 않나 이렇게 보인다”고 말했다.

    현장공무원 증원을 중심으로 하는 추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반대 등 자유한국당과 유사한 노선을 보이고 있는 국민의당마저도 자유한국당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실체 없는 양당 체제에 갇혀서 출구 없는 돈키호테의 야당 노릇을 그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장은 “국민은 작금의 대치 정국에 대해서 자유한국당에게도 무한책임을 묻고 있다”며 “국가대개혁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서 인사청문회 대치상황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도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서 “후보자 3명 중 1명, 4명 중에 2명을 낙마시켜 야당의 힘을 보여주고 이런 것은 구태”라며 “검증 자체도 정책 검증에 올인하고 파격적으로 일은 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지난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자유한국당이 (인사 5대 원칙을) 빌미로 묻지마 반대를 하고 있다고 본다”며 “과거에 민주당이 그랬다고 우리도 똑같이 한다, 이건 정치 발전이 아니지 않나. 한풀이 정치하지 말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다만 야당들은 자유한국당이 물고 늘어지는 인사배제 원칙 논란에 대해 정부여당이 진솔하게 시인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김영우 의원은 정부의 인사원칙 배제 논란에 대해 “정치권이 좀 솔직해져야 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인사와 관련된 5대 원칙을 밝혔고, 민정수석을 하고 있는 조국 수석도 위장전입, 음주운전은 절대 청문회 대상도 안 된다는 식으로 칼럼도 썼다. 야당이 여당이 됐다고 해서 과거에 했던 얘기를 180도 뒤집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5대 원칙을 제기했었으나 인수위도 없이 일을 하려고 하니 이런 사람 찾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찾은 사람이 이러이러한 사람입니다. 흠결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일 좀 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며 “그것이 먼저 되면 저는 파격적으로 일은 할 수 있게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용호 정책위의장 또한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이 끝나고 야당의원들의 손을 잡고 특히 차담에 참석하지 않은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의 손을 잡은 것은 매우 높이 평가를 한다”며 “그러나 빈손을 내밀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손에 있는 무언가를 쥐어주어야 하고,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이 책임지고 대통령을 설득하는 용기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