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 첫 추경 시정연설
    “국민의 삶 고단한 근본 원인은 일자리”
    정의 “더 과감”, 자유·국민·바른당 ‘추경 딴지 걸기’
        2017년 06월 12일 05:1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일자리 확충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국민의 고달픈 하루가 매일매일 계속되고 있는 데엔 우리 정치의 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 분명한 사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나서는 것이 정부와 국회가 해나갈 일”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한 시정연설에서 “일자리는 국민들에게 생명이며 삶 그 자체이다. 국민들은 버틸 힘조차 없는데 기다리라고 할 수 없다. 국민의 삶이 나아진다면 할 수 있다면 모든 일을 해야 한다. 그게 정부고, 그게 국가라는 판단으로 편성한 예산”이라며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약 11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서민 생활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응급처방이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며 말했다.

    대통령 취임 후 첫 시정연설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빠른 시기 시정연설이자, 최초의 추경 관련 시정연설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매우 완곡한 어조로 국회 추경 처리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삶이 고단한 근본 원인은 일자리”라며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고치이고, 실업자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청년실업은 국가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고 한 세대 청년은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일자리 추경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를 갖지 못한 청년들의 사례를 일일이 거론하며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청년세대를 두고 부모세대보다 못 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내 자식만큼은 나보다 잘살게 하기 위한 마음으로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부모들의 가슴도 미어진다”면서 “청년 일자리 문제는 자식과 부모 모두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7일 국회에 제출하고 이날 문 대통령이 설명한 추경안은 청년, 여성, 노인, 취약계층의 일자리 정책에 방점이 찍혀있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오늘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이유와 주요 내용을 직접 설명 드리고 의원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 부탁하고자 섰다”며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통을 껴안기 위해 일자리부터 국회와 정부가 협력하고, 여야가 협력하는 정치를 한다면 국민에게도 큰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이번 추경은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최우선 순위를 뒀다.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나 취업과 창업을 돕는 예산을 담고 있다”며 “안전, 복지, 교육 등 국민 모두를 위한 민생 서비스 향상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충원이 꼭 필요한 현장 중심 인력으로 한정해 정부가 직접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방공무원과 복지공무원, 근로감독관, 보육교사, 노인돌봄서비스, 치매관리서비스센터 등 현장 공무원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창출이 추경에 담겼다며 “이는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인 동시에 민생 수요에 비해 수가 부족한 현장 인력 확충인 만큼 청년 실업 해소와 민생사회 서비스 향상의 1석2조 효과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청년을 고용하면 임금을 지원해주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 해소, 청년창업지원펀드, 재기지원펀드, 청년수당, 역세권 주변 다가구임대주택 등의 정책도 추경에 포함된다.

    이 밖에 육아휴직급여 2배 인상, 국공립 어린이집 2배 확대, 어린이집 보육교사 충원, 각 학교별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 등의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정책과 노인 공공일자리 확대와 급여 소폭 인상, 치매국가책임제 실시 등의 예산도 이번 추경안에 담긴다. 또 낙후한 주거 안전 개선을 위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통해 지역밀착 일자리를 늘리고, 불합리한 부양의무제 기준 완화와 안전 예산도 들어가 있다.

    양극화 심화 현상도 중요하게 거론

    문 대통령은 “소득 분배 악화 상황이 대단히 심각하다”며 “소득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계층 소득이 16년에 무려 5.6%나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상위 20% 소득은 2.1% 늘었다. 특히 주목할 건 1분위 계층 소득 감소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출대기업 중심의 경제는 좋아지고 있지만 영세자영업, 중소기업은 외환위기 때보다 경기가 더 나쁘다고 호소한다”면서 “국민 지갑 얇아지니 시장이며 식당은 장사가 안 되고 종업원을 고용할 수가 없다. 그러니 주로 저소득층에 종사하던 일자리 줄어들었다. 1분위 계층의 소득이 감소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극심한 내수불황이 취약계층의 일자리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제불평등 정도는 세계적으로 심각한 정도”라며 “통계상으론 OECD 국가 가운데 미국에 이어 2등이지만, 과세에서 누락되는 고소득자 소득이 많은 실정을 감안하면 우리의 소득불평등 정도가 미국보다도 더 심할지도 모른다. 그런 터에 잘사는 사람들은 더 잘살게 되고 못사는 사람은 더 못살게 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은 참으로 우려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흐름을 바로 잡지 않으면 대다수 국민은 행복할 수 없고, 지속적인 성장도 어렵다.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대의 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하고 거리로 나서게 되는 근본인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해법은 딱 하나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성장의 결과,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현재의 실업 위기를 방치하면 국가재난 수준의 경제위기로 다가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물론 단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한다.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고용을 개선하고 소득격차다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다행히 지난주에 이어 올해에도 세수 실정이 없이 증세나 국채 발행 없이 추경 가능하다. 이렇게 대응할 여력이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다면 정부의 직무유기이고,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추경예산은 재난에 가까운 실업과 분배상황 악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긴급 처방일 뿐, 근본적 일자리 정책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추진할 국가적 과제”라면서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한 일은 하는 정부이고, 그것이 책임 있는 정부”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추경 시정연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대변인은 시정연설 직후 브리핑에서 “하루라도 빨리 국회를 찾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치 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진심에 야당은 대승적 차원의 협치 정신으로 응답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문재인 정부가 독선…추경 결코 동의 못해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믿고 독선, 독주”하고 있다면서, 추경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이날 시정연설은 일자리 추경 처리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진행된 것임에도 “(시정연설) 대부분을 추경에 할애했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청년, 소방관, 여성 일자리 확대 정책에 대해선 “감성적 일자리론”이며 “언 발에 오줌누기식의 일자리 대책”이라고 힐난했다.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시정연설에 대해 “진정성 있는 ‘협치’ 의지가 의심되는 일방적 요구”라고 평가하며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일자리를 직접 만드는 정책의 폐해를 다시 한 번 지적하며 국가재정법에 어긋나는 추경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원내수석대변인은 “인사원칙 붕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점에 대해 아연실색한다”면서 “인사 참사에 대해 결자해지 차원에서 국민께 사과하고 문제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업 긴급처방 추경이라는 설명에도…
    국민의당 “일자리 필요하지만 공무원 증원 추경, 근본 대책 아니다”

    국민의당은 공무원 일자리 확충을 위한 추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수요가 부족한 현장 공무원의 일자리 확대를 중심으로 한 추경이며, 이번 추경이 일자리 근본대책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장 벼랑 끝 실업위기만이라도 극복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이번 일자리 추경이 “근본대책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민의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상황인식과 진단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청년실업, 소득격차 문제를 지적하며 일자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에 대한 평가다.

    다만 “실업대란과 고용절벽에 대한 대통령의 처방이 실효성 없고 전혀 엉뚱해서 문제”라며 그 대책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공무원 숫자 늘리기가 청년실업이나 저소득층 소득증대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고 대통령이 강조한 좋은 일자리 늘리는 해법도 아니다”며 “공무원 증원에 수반되는 경직성 예산은 향후 수십 년 간 국가재정과 국민의 큰 부담으로 다가오므로 추경이 아닌 본예산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당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최명길 원내대변인도 “공무원 증원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며, 증원에 앞서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일자리 창출은 민간부분이 주도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경제구조와 체질을 개선하는 종합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했다.

    정의당 “긴급 처방에 동의하나, 더 과감한 일자리 방안 필요”

    정의당은 문 대통령이 추경 편성에 동의를 구하기 위해 국회를 직접 방문한 것과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장 공무원 증원을 위한 예산 편성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일자리 예산 규모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정의당의 입장이다.

    추혜선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사회 양극화로 인해 지속적인 성장과 실질적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한 것”이라 평가하며 “그에 대해 긴급적인 처방책을 내놓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방공무원과 집배원, 복지공무원, 어린이집 교사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을 천명한 것은 반갑다”고 환영을 표했다.

    다만 추 대변인은 “일자리 추경이라고 일컫기에는 직접적인 일자리 예산의 규모가 빈약하고 신규사업의 비중이 적은 것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경과 같은 긴급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일자리를 비롯한 노동 문제는 전방위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조치가 수반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다. 더욱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방안을 내놓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바른정당 “추경안, 무턱대고 찬성 못해”

    오신환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회와 소통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와 행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금번 추경안은 무턱대고 찬성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고 했다.

    오 대변인은 “추경은 일시적인 것으로 그야말로 단기처방용 예산인데 청년실업, 소득양극화 등과 같은 장기적, 구조적 관점에서 풀어야 할 문제들을 추경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공무원 1만2천명 채용은 국가재정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매년 수천억 원이 소요되는 것인데 이를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 혈세가 선심성 복지, 당선축하용 추경이 아닌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필요로 하는 곳에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심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