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성과와 한계
    [에정칼럼]더 깊고 넓은, 단단한 사업으로 이어지길
        2017년 06월 12일 09: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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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는 2012년부터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통해 에너지 소비도시에서 ‘에너지 자립도시’로 나아가고 있으며 지난 5년간 에너지 생산 절감, 온실가스 감축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는 2단계 사업인 ‘에너지살림도시 서울’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평가하고 널리 알리는 기획 사업으로 지난 5월 31일에 “2017 서울 국제 에너지 컨퍼런스”도 개최되었다.

    서울시가 한국의 수도라고는 하더라도 지자체의 행정력과 재정 능력의 한계를 감안한다면, 그리고 서울시의 산업과 에너지 사정을 고려한다면, 이 사업의 의미는 무척이나 크다. 그리고 새 정부와 함께 국가적인 탈핵과 에너지 전환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가 발휘한 촉매 작용을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원전하나줄이기가 보다 높은 단계로 구체화되고, 에너지 전환의 프로그램도 본격적인 각축을 시작하는 이때야말로 이 사업의 강점과 약점, 공과 과를 종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제 에너지 컨퍼런스에 참석한 국내외 학자들은 대부분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이 가져온 성과에 공감하고 격려하는 축사를 겸하여 발표와 토론에 나섰다. 하지만 이와 다른 평가도 있는데, 얼마전 환경운동연합의 장재연 공동대표가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사업 성과는 어디로 숨었나?”라는 글을 통해 이 사업의 실제 결과와 해석에 대해 몇 가지 비판적 의견을 제시한 것이 눈에 띈다.

    서울시가 ‘원전 하나’를 사업 명칭으로 포함하고 그 성과를 달성했다고 하는 것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시에서 줄이거나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한 에너지 총량이 366만 TOE(석유환산톤)에 이르는데, 이것이 원전 1.8기에 해당하는 분량이라는 계산에 근거한다. 이 사업은 경제적 효과로도 연 1조 6천억 원 수준에 달하고, 원전 건설비로 보면 4조 5천억원에서 5조 4천억원 가량을 줄였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도 서울시 배출량의 29%를 감축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장재연 대표는 서울시의 집계가 정부의 공식 통계에 해당하는 ‘지역에너지통계연보’의 수치와 많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연보에 따르면 서울시의 최종 에너지 소비량은 2012년 1,557만 TOE였던 것이 2015년에는 1,519만 TOE로 불과 38만 TOE 밖에 줄지 않아서, 서울시가 주장하는 감축량과 8-9배 정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장재연 대표는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를 서울시가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성과로 제시한 수치가 서울시의 실제 에너지 소비 감축량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수요 예상 대비 감축량, 소위 BAU(Business As Usual) 대비 감축량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데에서 찾는다. 그래서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이 없었을 경우 한국 전체에서 원전 설비가 상대적으로 1.8기 정도 더 필요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가능하지만, 서울시의 사업 자체로 원전 1기분을 줄였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기준과 의미를 먼저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서울시의 에너지 사용량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지만, 그것이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직접적 결과로 볼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다. 장재연 대표는 서울시의 에너지 소비량은 이미 1997년에 1,978만 TOE로 정점을 찍었고,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이 펼쳐진 최근 5년간 에너지 소비량이 2.4% 줄어드는 동안 서울시 인구도 2.6% 감소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 정도의 에너지 소비량 감소가 큰 성과인지, 그리고 예산이 1조 9천억원이 투입된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성과라고 보기에는 오히려 초라한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하나줄이기 5주년 성과 평가 시민토크콘서트 (출처: 서울시)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서울시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궁금한데, 어쨌든 ‘팩트체크’가 필요한 부분이다. 원전하나줄이기 사업 기간 동안 서울시 시내버스와 키오스크마다 이 사업을 홍보하는 문구가 선명했고 많은 가정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로 서울시의 에너지 소비를 크게 좌우하는 서비스와 교육 부문의 에너지다소비 업체와 교통에는 그다지 체감할 변화가 없었다. 그 와중에 엄청난 에너지와 교통 수요를 유발하는 제2롯데월드가 문을 열었고, 현대자동차는 그보다 높은 105층 짜리 신사옥을 삼성역 한국전력 자리에 지을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서울 국제 에너지 컨퍼런스 역시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의미와 의지에 대한 칭송이 가득했지만, 오히려 이 사업의 한계를 드러낸 면도 있었다. 컨퍼런스는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세부 성과나 재생가능에너지 설치 실적과 잠재력을 재평가하지 않았다. 사례로 제시된 해외의 도시들과 서울시의 상황은 잘 연결되지 않았고, 외국 학자들이 서울시를 파악하는 수준도 깊어 보이지 않았다.

    의미 있는 반성과 제안들도 있었다. 한 발표자는 원전하나줄이기의 향후 과제로 이해관계자의 재정의를 통한 전략적 동맹 강화, 원전하나줄이기의 울타리를 더 깊고 넓게 쳐서 에너지 시민성을 높이기, 다른 도시 과제로의 ‘스며들기 전략’을 제시했다. 다른 토론자는 미니태양광 보급 사업의 자립성 부족, 서울시 에너지공사의 존립근거 확인을 위한 논의, RPS 개선을 위해 중앙정부를 추동할 필요성, 참여 시민과 전문가 풀 확대 및 교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나 역시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이 더 깊고 넓은, 단단한 사업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몇마디 의견을 보탠다.

    우선, 사업의 인과 관계와 직간접적 파급효과를 자세히 따져서 그야말로 전략적으로 에너지 및 산업 목표를 수립하고 집행 및 평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에너지 정책의 요소들은 현재의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인 ‘2030 서울플랜’ 이후의 계획들에도 중요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둘째, 서울시의 각 부문과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목표와 방향이 설정되어야 하며, 때로는 양적 목표보다 인식 확산과 시민성 증진 같은 질적 목표가 더 중요할 수 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에너지 자립마을 몇 개 만들기’ 같은 식의 기계적 목표 수립도 지양되어야 한다.

    셋째, 시민참여의 대표성과 효과성을 확보하기 위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시민 인기투표나 토크콘서트 같은 기제들로 시민참여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 끝으로, 전시성이 강한 비슷한 국제 컨퍼런스를 매년 열지는 말자. 필요하다면 학자와 전문가가 모이는 심도 있는 포럼을 하면 된다.

    전국적 탈핵 정책이 동력을 얻고 기존의 에너지 정책 및 에너지 세력과의 경합이 본격화될수록 다른 한 편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통해 얻어진 서울시의 경험은 그래서 보다 잘 활용되어야 한다. 작은 성과라도 내실을 더욱 다지는 방향으로 하나씩 갈무리되어야 한다. 내년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은 그래서 매우 냉정하게 평가되고, 또 더욱 야심차게 다음 사업의 구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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