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에 항의한 국민에 대한,
    국가의 손배가압류·소송 철회하라"
    손배 대응 모임, 국민인수위에 대책 요구 서한 전달
        2017년 06월 08일 06: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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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방적인 국가 정책 추진에 항의, 반대하며 맞섰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가압류 청구를 받은 단체와 개인 등 당사자들이 8일 소송 철회와 국가의 손배가압류 남용 방지 대책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 손해배상 청구 대응 모임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국가의 권력 남용과 부당함에 맞섰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의 소와 가압류를 당한 당사자들”이라며 “국민에 대한 국가의 손배가압류는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모임엔 강정마을 주민 및 평화 활동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참가자, 세월호 참사 관련 집회와 민중총궐기 주최자, 광우병대책회의, 유성기업 노동자 등 국가로부터 손배가압류를 청구 받은 당사자들과 진보적인 노동·시민사회단체와 법률단체 등 29개 단체가 속해있다.

    손배가압류 철회 기자회견(사진=김득중님 페이스북)

    국가 손해배상 청구 대응 모임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제주도 강정에서, 서울 광화문에서, 부산 영도에서, 전국 곳곳에서 국가의 권력 남용에 부당하다고 외쳤다”며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우리의 목소리를 틀어막기에 바빴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강정 구상권 청구 철회, 사면복권 등을 해결하자고 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제주해군기지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해군기지 반대 민원 등으로 인해 공사 기간이 연장돼 손해를 입었다며 국방부를 상대로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요청, 그 결과 국방부는 삼성물산에 275억여 원을 지급했다. 이에 국방부는 강정 주민과 평화활동가 116명과 5개 단체에 삼성물산에 지급한 275억 원 중 약 34억 4,800만원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했다. 이에 더해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은 이미 4억여 원의 형사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동의 없는 공사 강행에 따른 갈등, 설계 오류, 법적인 분쟁으로 인한 착공 지연, 오탁수방지막 불량 설치와 태풍으로 인한 케이슨 파괴 등 공사 지연에 대한 해군의 책임을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강정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월호 집회, 희망버스와 같은 집회 주최자와 참가자들, 쌍용자동차 해고자, 유성기업 노동자들과 이에 연대한 시민들 모두 국가의 가압류와 손배 청구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상황이다.

    이 모임은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를 언급하며 “자본의 정리해고와 노조 파괴에 맞서 사람답게 일할 권리, 헌법 제33조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행사했다. ‘함께 살자’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그렇기에 공장점거라는 수단을 통해서라도 자본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했다”면서 “그런데 자본의 노조 파괴에는 사적 영역이라며 방관하던 경찰이, 노동자들의 저항에는 곧바로 경찰력을 투입해 최루액을 쏟아 부었고, 대형 크레인은 경찰특공대가 탑승한 컨테이너를 우리 눈앞에 휘저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2009년 헬기, 기중기 등을 동원해 정리해고 사태에 맞서 점거파업에 나선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진압작전을 벌어졌다. 경찰은 이 과정 등에서 손해를 입었다며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및 지부 조합원 등을 상대로 약 16억 7,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항소심 법원은 약 11억 6,8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였고 현재는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매일 62만 원의 지연손해금이 발생해 이날 기준 지연손해금은 약 6억 2,400만 원에 이른다.

    이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집회시위 혹은 파업 진압 과정 등에서 경찰의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핑계로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과 집회 참가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그렇게 우리들은 유일한 재산을 수년간 가압류 당하고 평생 만지지도 못해볼 액수의 빚을 지게 됐다”고 전했다.

    손해배상이나 구상금 청구 소송은 민법 상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해 행위자들은 ‘부진정연대책임’을 지게 된다. 예컨대 1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면 국가는 이를 1인에게 모두 강제 집행할 수 있게 된다.

    이 모임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과 집회 참가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고 가압류를 한 것은 소송을 통해서 입에 재갈을 물리고, 집회의 자유와 노동3권을 무력화하기 위함이었다”면서 집회, 시위, 쟁의행위에 관한 손해배상·구상권 청구의 소 및 가압류를 즉각 철회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특히 향후 국민에 대한 국가의 손배가압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가에 의한 소송 남발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SLAPP) 제도를 도입한 외국의 사례가 있다.

    집회, 시위, 쟁의행위를 한 국민에 대한 국가의 거액의 손배가압류는 그 자체로 당사자에게 고통이지만, 노동3권 행사와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권리 행사를 사전에 차단하는 상황까지 불러온다. 전략적 봉쇄소송 제도와 같은 법제도 마련을 통해 국가의 손배가압류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 모임은 “집회시위의 자유와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이라며 “기본권의 보호의무를 지닌 국가가 기본권의 주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손해배상 청구 대응 모임은 기자회견을 후 광화문 1번가에 있는 국민인수위원회에 손배가압류 청구가 철회와 남용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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