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으로 정치개혁!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연령 인하 등"
[세계녹색당대회 참가기③] 비례성 높은 제도 필요
    2017년 06월 07일 10: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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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와 우리 삶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정치란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우리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다. 혼자서는 버겁고 어려운 일이지만, 함께하면 가능하다. 그래서 ‘팀’이 움직여야 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 팀이 바로 ‘정당’이다. 선거제도는 다시 말하면 우리가 정당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기 위한 규칙이라 할 수 있다.

정당들이 보다 민주적으로 선명한 정책과 가치를 갖고서 경쟁하기 위해서 이 규칙이 중요하다. 이 규칙이 곧 구조를 만든다. 오로지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 이들이 모인 거대 정당만이 정치할 수 있다면, 그 나라가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두를 위한 올바른 정치적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작은 목소리 혹은 목소리 없는 이들의 목소리까지 고려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리버풀에서 열린 세계녹색당 총회 둘째 날, ‘비례대표제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글로벌 연대: Proportional Representation and the Global Alliance for Real Democracy)라는 제목으로 열린 세션에 한국 녹색당도 참여했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의 녹색당이 모여 자국의 상황을 공유하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자리였다. 이 글로벌 연대에는 호주, 캐나다,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네팔, 뉴질랜드, 파키스탄, 필리핀, 호주 르완다, 대만, 영국과 미국, 그리고 한국까지 다양한 국가들이 소속되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이 날 워크숍에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녹색당 후보였던 질 스타인과 영국 녹색당 전 대표 나탈리 베넷, 캐나다 녹색당 대표 엘리자베스 메이, 일본 녹색당의 활동가 리키 아다치, 뉴질랜드 녹색당의 공동대표 메티리아와 함께했다. 나도 발제를 맡아 최근 한국의 정치 상황에 비추어 선거제도 개혁의 시급함을 공유했다. 특히 지난 겨우내 이어진 촛불집회를 소개하며, 발표 전날 밤 박근혜가 구속되었음을 알리자 참석자들은 환호로 호응해주었다.

녹색당은 왜 선거제도 개혁을 외칠까?

지난해 대한민국에서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력남용 비리가 밝혀졌다.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허울뿐인 민주주의를 심문하며 전국의 광장에 나왔다. 누적된 분노는 대통령 탄핵을 넘어, 다른 사회를 원하는 열망으로 솟아올랐다. 이어지는 조기대선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하더라도 극심한 불평등 완화와 생태위기 극복, 동아시아의 평화 안착 등 한국 사회의 해묵은 과제들을 해결하려면 대표자 한 명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 내 발표의 핵심이었다. 정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의 위기관리 능력과 문제해결 역량이 길러져야 한다. 이를 위해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로 개혁해서, 소수 기득권층이 독점한 정치의 가장 큰 보호막을 제거하자는 것이다.

비례성 높은 선거제도는 그 나라의 정치 문화와 수준을 향상시킨다. 정체성이 분명한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고 반복되는 실망과 체념을 먹고 사는 정치혐오 정서에 맞서는 용기를 모아낸다. 소선거구제 단순다수대표제를 원칙으로 해서 설계된 국회의원 선출방식은 단지 국회의석의 분포만 왜곡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또한 이는 남성 엘리트 중심 정치를 유지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기득권 정당들이 장악한 국회에서는 인간에게 필요한 법이든, 동물에게 필요한 법이든 통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당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석이 배분되는 나라일수록 유권자들의 의견이 정부 정책에 잘 반영된다. 평등의 가치가 더 잘 실현되고, 기후변화 같은 생태위기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한국 녹색당은 창당 이후 줄곧 선거제도의 불합리함을 몸소 겪으며 정치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애써왔다. 이처럼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를 택하지 않은 나라에서 각국 녹색당은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한국 녹색당에서 총회 로비에 건 메시지. 비례대표제를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자!

각국 녹색당의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노력들

캐나다 녹색당도 1983년 창당 이래 선거제도 개혁 운동에 힘을 싣고 있다. 지역에서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 때문에 현재 녹색당 국회의원은 캐나다 녹색당 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메이 딱 한 명뿐이다. 당선 후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입장이 후퇴한 트뢰도 정부에 맞서 선거제도 개혁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엘리자베스 메이는 이것이 “여성들이 투표권을 획득한 이후에 가장 중요한 민주적 개혁”이라고 강조한다.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 배분율 간의 격차가 크다. 그 결과 한국이나 미국, 일본처럼 오랫동안 양당제가 고착화되기도 하고, 득표율이 과반에서 훨씬 모자라더라도 실제 의석은 과반 이상을 차지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캐나다 정부는 단지 39% 득표로 정부를 구성했고, 현재 영국 정부도 37% 득표로 단독 정부를 구성했다. 영국 녹색당도 2015년 총선에서 100만 표가 넘게 득표했음에도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로 인해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모순을 지적하며 비례대표제로의 개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마 이번 세계 녹색당 총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모두의 걱정은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공공연하게 적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이었을 것이다. 우려한 대로 세계환경의 날을 며칠 앞두고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그는 총 득표수에서 힐러리 클린턴 보다 약 280만 표를 적게 받고도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미국 녹색당의 질 스타인은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원인으로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잘못된 선거제도를 지적했다.

일본의 선거제도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한국과 비슷하게 지역구에서 대다수의 국회의원을 뽑고, 일부 비례대표를 덧붙이는 방식이다. 그 결과 2014년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 아베 총리의 연립여당(자민당-공명당)은 과반이 안 되는 득표율로 70%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했다.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기반으로 후쿠시마 사고 이후로도 원전을 재가동하고,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발언들을 일삼으며 국정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세션에 참가한 일본 녹색당 활동가들은 각국의 기탁금 현황을 조사하고 있었다. 일본의 국회의원 출마 기탁금은 우리 돈으로 약 3000만 원이다. 한국은 어떨까. 나는 지난해 녹색당 비례후보로 출마하며 동시에 헌법소원 원고가 되었고 그 결과 1500만원 비례후보 기탁금에 대하여 위헌 판결이 나왔다. 그나마 다행이다. 권위적이고 경직된 선거법과 정당법 하에서 원외 소수 정당 녹색당 활동을 한다는 것, 한국과 일본 동병상련이다.

뉴질랜드 녹색당은 실질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역사를 만들어낸 사례를 얘기하며 모여 있는 모두에게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1993년에 다른 정당들과 연대하여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선거제도가 바뀌자마자, 뉴질랜드 원주민이나 여성들처럼 그간 정치에서 배제되어온 이들의 정치 참여가 늘어난 경험도 공유됐다. 15년 전이긴 하지만, 약 100년 전에 비례대표제가 자리 잡은 국가들에 비하면 비교적 최근에 선거제도를 바꾼 유일한 나라다. 모두들 단지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싸우고 이긴 경험을 배워야겠다는 결의가 가득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나는 추가로 한국의 선거연령과 피선거연령의 문제점을 언급했는데, 참가자들은 턱없이 높은 한국의 선거연령에 매우 놀라워했다. 정당한 근거 없이 선거권은 만 19세, 국회의원 피선거권 만 25세, 대통령 피선거권 만 40세로 정해져 있는 한국에서는 유럽의 19세 국회의원이나 프랑스의 39세 멜량숑 대통령의 당선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2-30년 전 창당한 녹색당부터 최근 5년 내 창당한 한국과 일본의 녹색당들까지 90여개국의 녹색당은 생태적 지혜, 참여민주주의, 비폭력, 지속가능성, 다양성 옹호 등의 주요 가치를 정책으로 실현하기 위한 활동한다.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는 이면에, 그 나라의 다양한 선거제도에 관심이 간다. 같은 시기에 창당했더라도 그 나라가 어떤 선거제도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그 나라 녹색당의 활동이 정책으로 반영되고,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정도에 차이가 크다. 우리도 갈 길이 멀지만, 선거제도 개혁은 우회해서 갈 수 없는 문제다.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지치지 않는 활동이 필요하다!

더 나은 민주주의를 가질 권리

개인적으로 이 세션 발표에 참여하면서 만나보고 싶었던 각국의 정치인들(특히 여성 정치인들!)과 한 자리에서 토론할 수 있었던 점이 무척 기뻤다. 각국의 녹색당 운동뿐만 아니라, 진정한 정치 개혁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선배이자 동료 정치인들과의 만남이 큰 영감을 줬다. 세션은 모두 함께 “선거제도개혁 댄스”를 추며 마쳤다. 총회 마지막 날에는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이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전지구적 생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을 포함한 정치개혁에 앞장설 것을 결의하는 세계녹색당 차원의 결의문이 통과되었다.

선거제도 개혁은 단지 한국 녹색당만의 과제가 아니다. 세계 녹색당만의 과제도 아니다. 부정의로 얼룩진 낡은 지배체제를 청산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는 과제가 바로 선거제도 개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중의 표현대로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하는 출발점이 선거제도 개혁일 것이다. 이제는 부디, 보다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새 시대로 가자. 우리 모두에게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가질 권리가 있다.

‘비례대표제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글로벌 연대’ 세션 김주온 발표 모습.

워크샵을 마무리하는 선거제도 개혁 댄스!

앞 회의 글 세계녹색당대회 참가기-2 링크

필자소개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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