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위로 받다
[누리야 아빠랑 산에 가자⑰] 관계
    2017년 06월 02일 11: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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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한여름인데도 산중은 시원했다. 구름이 태양을 막았다 풀었다 했고, 바람도 적당히 불었다. 이틀간의 비로 골마다 물이 풍부했다. 수건을 적셔 얼굴을 달래 가며 올랐다. 난 최근에 관계 문제로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북한산을 오르던 딸과 나는 영취사의 아담함과 호젓함에 반했다

형제와 다름없는 이와의 관계가 심하게 틀어져 우울했다. 언젠간 딸도 겪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미리 조언하고 싶었다. 내가 딸에게 해 준 얘기는 이런 내용이었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오직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다. 어떤 물질이든 현상이든 이론이든 종교든 영원한 것은 없다. 지구도 결국엔 사라지고 우주도 쉼 없이 변화한다.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다. 움직이고 변화한다. 친구가 너를 괴롭히거나 해코지하지 않으면 일부러 멀리하진 말아라. 너를 이용하고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면 그 어떤 친구라도 단호하게 끊어라.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있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사람이다. 결국 스스로 경험하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다만 아빠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이 있다. 일상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이다. 평소에 별 문제 없는 사이라 해도, 이런 사람은 조심해라. 위기가 닥치면 너를 배신하거나 괴롭힐 수 있다. 도움이 간절한 너의 고통을 외면할 수 있다.

첫째, 함께 버스를 탔는데 옆 사람 좁게 앉은 것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 넓게 앉는 사람을 조심해라. 둘째, 어떤 동일한 사안이 발생했는데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에겐 냉정하게 엄격한 사람을 조심해라. 셋째, 음식을 놓았는데 자신만 많이 맛있게 먹으려 기를 쓰는 사람을 조심해라. 이런 세 가지 유형의 사람들은 곤란한 상황이 닥치면 태도가 돌변할 수 있다. 세상 살아가며 기쁘고 행복한 것도 사람 때문이고, 고통스럽고 불행한 것도 사람 때문이다. 특히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그렇다. 너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랬을 것이다.’

딸은 나의 심각한 말투와 표정에서 뭔가를 직감한 모양이었다.

“엄마한테도 그렇게 얘기했는데, 아빠도 뭔가 힘든 일이 있으면 나한테 얘기를 해 주면 좋겠어. 내가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나도 알았으면 해. 아빠는 힘든 일이 있어도 드러내지 않고 너무 품으려고만 하는 것 같아. 그러면 힘들잖아.”

아이가 벌써 이렇게나 컸구나. 그렇다고 아이에게 속상한 일을 얘기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 관계의 고통을 털어 놓을 순 없었다. 딸도 잘 알고 따르는 지인이었다. 우리 가족과 그의 가족은 평생 돈독하게 가야 할 사이였다. 의젓한 아이 생각에 호응할 겸, 한 가지는 털어놓아도 되겠다 싶었다.

“아빠가 지금 힘든 것은 작년 10월부터 생활비를 못 벌어서야. 여기저기 손 벌리고 빚내서 사느라 힘들어서 그래.”

필자소개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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