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과 편법으로 고통받는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 해결해야
    "상시지속업무 정규직화-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
        2017년 06월 01일 05: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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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바닥 노동’으로도 불리는 간접고용 노동.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지만 노동조합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여전히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헌법적 권리인 노동3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간접고용 노동자 당사자들은 1일 비정규직 제로 시대의 해법을 직접 제시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에 정책 제안서를 제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광화문정부청사 앞에서 ‘간접고용 철폐로 간다’ 기자회견을 열고 “간접고용 노동자 당사자의 요구에 비정규직 제로시대 해법이 있다”며 “상시지속업무에 대한 직접고용·정규직화 원칙을 분명히 하고, 간접고용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금과 고용보장, 단체교섭 의무화를 통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 보장도 우선돼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간접고용은 원청과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에 속해 일하는 노동자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실제론 원청에서 일하며 원청의 관리자의 업무지시를 받지만 정작 소속은 하청업체이다. 공공부문에선 청소노동자, 민간부분에선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등 통신·케이블방송 유지·보수 노동자나 건설노동자 등이 대표적이다.

    원청은 직접 고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이 제기하는 업무상 부당한 대우나 노동조건 등 원청의 의지가 있어야만 개선이 가능한 문제들을 모두 회피할 수 있다. 삼성전자 AS기사가 안전장비를 갖추지 못한 채 에어컨 실외기 수리 중 추락해 사망한 사건은 간접고용 노동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간접고용 철폐 기자회견(사진=유하라)

    간접고용, 정부와 재벌대기업 중심으로 확산

    민주노총에 따르면, 정부가 원청인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비율은 2012년 6만 2493명에서 2016년에 8만 188명으로 늘었다. 민간부문에선 재벌대기업을 중심으로 간접고용이 이뤄지고 있었다. 2015년 고용형태공시자료를 바탕으로 재벌그룹 소속 사업체와 나머지 사업체를 구분해 분석한 결과, 재벌그룹 소속 사업체의 간접고용 비율은 32.2%로 비재벌 사업체(10.7%)의 3배나 됐다. 정부와 재벌대기업이 기형적 노동형태인 간접고용을 확산한 주범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조건,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간접고용 노동자 당사자들이 뭉쳐서 목소리를 내고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공공부문 청소노동자인 이연순 의료연대서울지부 서울대병원민들레분회장은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5년까지 일하고 있지만, 1~3년 주기로 하청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어렵게 쟁취한 단체협약도 업체가 변경되면 휴지조각이 돼버리고 만다”며 “업체가 바뀔수록 근로조건은 후퇴하지만 원청인 서울대병원은 이런 현실에 대해 모르쇠 한다”고 비판했다. 간접고용된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하면서도 업체변경 시 해고의 두려움 때문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도 어렵다.

    이 분회장은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엔 이게 현실이라고 체념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이제 저희들은 노조로 뭉쳐서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고 당당한 노동자로 서기위한 투쟁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병원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간접고용 형태로 노동자를 고용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국회 청소노동자와 서울시 지하철 노동자 정규직 전환 사례는, 하청업체 계약금 절감을 통해 노동자 임금 인상이 가능하고 오히려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포시 청소노동자 정윤진씨는 “김포시 조례에 따라 김포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정책 토론회 개최했는데, 김포시가 청소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할 경우 불필요한 경비, 관리비 등 대행 수수료가 들지 않아 해마다 2억 원이나 절감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간접고용 노동 형태는 불법과 편법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반복되는 임금 갈취, 인건비 착복 등 시민들의 혈세가 민간업체 사장의 뱃속으로 흘러들어가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재벌 대기업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재벌개혁’, ‘정경유착 청산’을 입모아 요구했다.

    최영렬 희망연대노조 엘지유플러스비정규지부 지부장은 “현재 대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지옥”이라며 “임금체불, 노동법 위반, 막말하는 관리자, 중간착취하는 센터장이 난무한 악질 사업장의 엘지유플러스 노동자들은 전국 2500명이 넘는다. 이들의 삶이 어떤지 본다면 재벌의 문제가 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양회삼 현대자동차아산사내하청지회 지회장 또한 “문재정 정부가 약속대로 나라다운 나라 만들려면 정경유착 적폐부터 청산해야 한다”면서 “현대차는 불법파견 문제로 10년 가까이 투쟁했고, 대법원이 2번이나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지만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재벌 눈치를 보며 시정명령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양 지회장은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자회사를 통한 신규채용의 형태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을 양산할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상원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건설노동자의 근로계약서는 노예계약서”라며 “1만5천명의 건설노동자는 하루 10시간 현장에서 일하지만 주차 공간, 휴게 공간, 식당도 없고 심지어 이 더운 여름날에 식수대가 없어서 물 마시려면 현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은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고 즐겁다. 부디 붉은 조끼를 입고 광화문에 올 일이 없도록 문재인 정부에서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상시업무 직접고용·정규직화, 원청의 책임성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조치 및 법개정 정책 방안을 광화문 국민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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