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주의, 정치의 중심으로 가야"
    정의당, ‘성평등 톡투유’ 통해 대선 평가 등 논의
        2017년 05월 26일 10: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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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역대 대선 중 진보정당 후보로 가장 높은 6.2%의 표를 얻었다. 선거결과에 있어선 깜깜이 선거 직전 여론조사 지지율보단 반토막 난 득표율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유권자는 물론 당 자체로도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되는 정체성을 찾았다는 점에선 수확이 많은 선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상 최대 득표율의 중심엔 청년과 여성, 그리고 성소수자가 있었다. 심 후보의 유세 현장을 쫓다보면 여성과 청년, 성소수자 중엔 거리 유세 중인 심상정 후보에게 폭 안겨 서럽게 우는 이들이 자주 있었다. 그들은 심 후보의 유세를 강연을 듣듯 경청하다가, 곧잘 눈물을 보였는데 모두 ‘젊은 여성’이었다.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은 아이돌 가수를 만난 듯 심 후보를 쫓아다니며 심 후보에게 투표하고 싶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대선 전 정의당의 핵심 지지층이 3040대 화이트칼라였다는 점을 환기해봤을 때 정말 특별한 현상이었다.

    심상정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을 신촌 거리에서 청년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의 삶을 ‘경청’하는 데에 할애했다. 그 전략이 득표에 있어 유효했는지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앞으로 정의당이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정의당 성평등부와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 주최로 25일 오후 3시 국회 의원회관에선 19대 대통령 선거 평가, 전망, 제언을 위한 ‘성평등 톡투유’가 열렸다.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 여성과 성소수자 분야에서 얼마나 선도적인 정책과 행보를 가져왔는가에 대해 평가하고 향후 정의당이 나아갈 방향을 자유로운 토론의 형식으로 함께 모색해보자는 취지다.

    노혜경 작가, 최상아 전국지역맘카페연합회 김포맘 대표, 심기용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의장, 엄기호 사회학자, 안희경 재미 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외부인사들이 패널로 참여했고, 정의당에선 심상정 상임대표, 이정미 의원, 오김현주 성평등부 본부장, 류은숙 중앙여성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성평등

    사진=유하라

    심상정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고마움을 표시하며 “이번 대통령 선거 때 정의당이 무엇인가? 정의당이 추구하는 가치, 심상정이 하고자 하는 정치가 국민들과 얼마나 공감할 수 있고 또 어떤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지가 제 화두였다”고 말했다.

    또 심 대표는 “우리당이 청년들을 당의 중심에 세우고 싶은 욕심이 많은데 잘 안 된다. 핑계 같지만 조건이 어렵고 매 선거 때마다 생존을 다퉈야 하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도 살아남는 데에 중점을 두고 왔다”고 말하며 “이번 대통령 선거가 의미가 있었다면 그 다음, 좀 더 힘 있는 유력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고민의 기반을 만든 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기가 기회로, 정의당의 심상정은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얻었나
    “동원의 시대를 종식하고 소신을 지켜주는 정치로”

    지난 시기 정의당의 우여곡절을 떠올려보면 정의당과 심 후보가 여성, 성소수자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곤 상상하기 힘들었다. 중식이밴드 논란에 이어 메갈리아 사태까지 끊임없이 당 안팎으로 여성주의 논란에 시달렸다. 심 후보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번번이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 당원들의 비판을 받았다.

    그런 당 안팎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린 결정적 사건은 ‘1분 찬스’였다. 당시 심 상임대표는 JTBC에서 하는 토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동성애에 관한 찬반 여부를 물었고 문재인 후보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심 상임대표는 문 후보의 답에 반박하기 위해 토론 중 한 후보에게 딱 한 번씩만 주어지는 1분 찬스를 사용해 “동성애는 찬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이를 통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당시 후보와의 명확한 차별성을 보여줬다.

    그래서 이날 톡투유에 참석한 한 패널은 정의당의 위기가 기회가 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사회학자인 엄기호 씨는 “정의당이 메갈리아, 중식이 밴드라는 홍역을 치렀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정의당에 기회보다 위기의 가능성이 더 컸다고 본다”며 “그 이후의 정의당이 한국의 여성 의제, 여성주의 운동에서 보여줬던 모습에서도 여성이라는 이름, 성소수자 이름으로 신뢰와 협력이라는 구축이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엄 씨는 TV토론에서의 심 상임대표가 쓴 ‘1분 찬스’에 대해 “후보와 정의당의 터닝포인트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뾰족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사람들도, 그 이후에 심 후보와 정의당을 신뢰할 수 있게끔 전환했다. 위에서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곁에 있는 사람이 된 것, 그건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이 대선 전 지지율을 올리지 못했던 것도 이 지적과 연결된다. ‘현실정치’를 말하며 여의도 밖에 있는 이들을 가르치려고 들거나 세상 물정 모른다는 식의 기득권적인 태도, ‘사회적 합의’를 핑계로 정면 돌파하기를 포기했던 모습들이 그렇다. 진보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이지 못했고, 그래서 지지율은 오르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당이 추진하는 일들은 힘을 얻지 못했다.

    엄 씨는 또한 “한국에 진보적인 사람들,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선거에서 끊임없이 동원되며 살아왔다”며 “여성도 그랬다. 메갈리아 사태나 중식이밴드 논란 같은 우리의 경험, 상처는 무시되고 (진보정당이기에) 동원돼왔다. 선거에서 여성, 개인의 존재가 중요한 게 여겨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동원을 종식하고 소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상정 후보의 1분과 그 이후 선거에서 보여준 행보들은 ‘저들은 우리를 동원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소신과 존재를 지키려는 사람이고, 이 소신이 남을 수 있도록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줬다”고 말했다.

    엄 씨는 “좋은 정치제도라는 것은 동원되지 않고 소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그것이 정치의 역할인 것이고 진보정치는 그런 것을 해야 한다. 앞으로 정의당은 내 소신과 존재를 지킬 수 있다는 기쁨을 확장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샌더스처럼 문재인을 왼쪽으로 견인해”

    패널들이 공통적으로 평가한 부분은 심상정이라는 후보의 역량이다. 구로공단 미싱 노동자, 노동운동가, 진보정당 정치인이라는 타이틀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고통과 피해, 폭력. 그리고 저항이 삶에 녹아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 육아, 출산 그리고 노동이라는 역대 정부가 변두리 이야기로 취급했던 의제를 대선의 중심으로 가져왔다는 점이 여성과 성소수자 유권자를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안희경 저널리스트는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샌더스의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인용했다.

    안 저널리스트는 “클린턴은 재생에너지를 경제 활성화 대안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석유, 석탄, 탄소에너지 등 트럼프와 긴밀하게 연결돼있는 프레임과도 대적됐다”면서 “변방의 활동가들은 자신들이 싸워왔던 의제가 대선 토론의 중심이 되고, 어느 시기엔 새로운 물줄기가 됐을 때 (그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 후보가 여성, 성소수자 문제와 같이 정치권에서 주요하게 취급되지 못했던 문제들을 대선판의 중심으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또 당선이 유력했던 문재인 당시 후보를 보다 왼쪽으로 견인한 역할을 하면서,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갈증을 느꼈던 유권자를 흔들었다.

    안 저널리스트는 “힐러리의 오른쪽으로 간 공약을 버니가 왼쪽으로 많이 끌어냈다. 심상정 후보도 그런 역할을 해냈다”며 “민주당의 정책을 좌쪽으로 끌어온 건 심상정 후보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여성주의, 운동 아니라 정치의 중심으로 가야”

    류은숙 정의당 중앙여성위원장은 “진보정당으로서 정의당에 바라는 역할은 정의당이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성평등 내각 구성 여성에게 더 많은 스피커를 주는 것 등이 정의당이 여성들에게 받은 지지에 대한 화답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후 여성주의 운동이 이뤄놓은 성과를 어떻게 당 안으로 끌고 들어와 제도로 만드느냐가 정의당에 남겨진 과제다.

    노혜경 시인은 “(여성주의는) 운동으로서 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정당이 해야 한다”며 “운동을 해서 정책을 밀어붙여 제도를 바꾸는 게 운동의 목적인데,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정당이 있다면 정당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노 시인은 “정의당의 이후 당원들은 미국식 지지자 당원일 가능성이 높다. 정의당이 이런 특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할 것인가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 후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하면 여성의 지위 정체성에 관한 존엄을 확보하고 갈 것인가를 페미니즘의 담론이 아니라 정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당원은 실천하는 존재라는 걸 가르쳐야 하다. 자기 생활 속에서 정의당 당원이라는 것을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존재이지, 말만하고 일 다 했다고 생각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엄기호 씨도 “여성주의가 운동이 아니라 정치 중심으로 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며 “여성주의 운동이 정체성의 덫에 빠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급진적인 목소리 내지만 연대의 가능성이 없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엄 씨는 “정당이랑 운동은 여성, 성소수자들의 피해, 고통을 중심으로 담론으로 나아가는데 고통으로의 연대는 불가능하다”며 “운동은 고통에 대한 기록을 하고 알리는 것이지만 정당은 반대편에 있는 폭력을 봐야한다. 고통을 유발하는 폭력에 대해 저항하는 연대가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통을 유발하고 있는 폭력이 있다면, 그 폭력에 저항하고, 중지하기 위한 어떤 정책과 제도가 필요한지에 이야기를 생산하고 사람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금 더 진보하길”

    정의당에 대한 여성주의와 성소수자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달라진 분위기였다. 특히 여성주의 관점에선 정의당이 진보정당이 아니라는 정도까지의 당 안팎의 질타가 있었던 점을 상기해보면 이번 대선이 정의당에 준 수확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완해야 할 점은 있다.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당이기를 자청한 만큼 일부 패널들은 특정 사안에 대한 철학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패널은 더 다양한 소수자들과의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심기용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의장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하는 입장에선 사실 아쉬운 게 있다. 제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성소수자의 삶에 내려와 거리에서 어깨를 다독여주는 그런 모습을 통해 관계적 기쁨은 있었다”며 “다만 제도정치에서 정치인들과 (성소수자 문제로) 대화하는 모습을 봤을 때 성소수자에 대한 철학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심 의장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우리 사회가 성평등한 사회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보수 기독교가 만드는 성교육 표준안의 목적은 ‘성적으로 타락하지 말라’는 도덕의 관점이다. 그러나 성은 건강의 관점에서 봐야할 문제다. 동성애도 도덕의 관점에서 벗어나서 건강의 관점에서 동성애를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 평등에 관해 정의당 현 입장에서 조금 더 진보했으면 좋겠다”며 “여성의 임신중절은 여성의 선택권을 말하면서도, 동성혼은 사회적 합의를 핑계로 개인의 가치와 선택을 배제해한다. 얼마나 기만적인 얘긴가. 이런 문제를 정의당에서 적극적으로 얘기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인권의 관점에서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에서 다른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안 저널리스트는 “LGBT 인권과 함께 이민자 부분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며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가장 힘든 집단이 다문화 가정이다. 물론 선거 속에서 그 의제가 담론이 될 수 있는지 문제도 있었을 것이라고는 본다. 정의당이 앞으론 인권의 문제를 더 포괄적으로 다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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