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파괴 공모‧조종 혐의
    현대차와 임직원, 6년 만에 기소돼
    유성범대위와 정의당, 검찰의 늑장기소 강력 비판
        2017년 05월 25일 11: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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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법인과 현대차 임직원들이 협력업체인 유성기업과 공모해 노조 파괴를 저지른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기소됐다. 하청업체의 노사관계에 개입한 혐의로 원청이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계는 노조 파괴 의혹이 있는 사업장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그동안 유성기업 노조 와해 작업의 ‘실질적 배후’라는 의혹을 받아 온 현대차가,  6년 만에 사법처리를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공소시효 만료일인 22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공소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검찰은 현대차의 개입 증거를 확보하고도 4년 넘게 기소를 미뤄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유성범대위 등에 따르면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지난 19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현대차와 최아무개 구매본부 구동부품개발실장(상무)을 포함해 임직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엔 현대차와 유성기업이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를 와해시키기 위해 치밀하게 논의한 과정이 적시됐다.

    특히 공소장에 포함된 증거들은 검찰이 지난 2012년 유성기업·창조컨설팅 압수수색을 하면서 확보한 것들이다. 그러나 검찰은 2013년 12월 30일 현대차와 유성기업을 불기소처분 했다.

    그러다가 지회 측은 지난해 1월, 현대차가 노조 파괴에 적극 개입한 사실이 담긴 이메일을 확인했다. 모두 검찰 수사기록에 포함된 것들이었다. 2012년 이미 현대차의 노조 파괴 개입 증거를 확보했음에도 수년간 현대차를 기소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현대차

    유성기업 아산, 영동지회의 24일 ‘현대차 정몽구 구속하라’ 기자회견(사진=유성기업지회)

    앞서 지회는 검찰에 맞서,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8개월간 노숙투쟁을 진행해 재정신청을 받아냈고 그 결과로 2015년부터 유시영 대표이사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올해 2월 법원은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이번 현대차 법인이 받는 혐의와 같았다. 어용노조 설립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해 노조 운영에 지배·개입, 공격적 직장폐쇄를 통한 노조 탄압 등 노조가 제기한 대다수의 범죄 사실이 인정됐다.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기획한 창조컨설팅 문건을 바탕으로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노조 파괴를 공모한 사실들도 인정됐다.

    검찰이 기소를 미루는 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은 해고됐고, 고 한광호 조합원이 사측의 노조 파괴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다른 조합원들도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결국 검찰의 ‘재벌대기업 감싸기’가 노동자의 목숨까지 앗아간 것이다.

    유성범대위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가 유성기업 부당노동행위의 공범임을 검찰도 인정한 셈”이라며 “애초에 법과 원칙대로 수사했으면 유성기업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변 노동위원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핵심증거를 확보하고도 검찰은 현대자동차 임원에 대하여 불기소처분 하였고, 노조가 재차 고소를 하고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이제야 비로소 늑장 기소를 했다”며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불기소처분을 하고 다시 고소된 사건도 3년이 넘게 지나서야 기소한 경위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규탄했다.

    검찰의 기소가 이뤄진 만큼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진상조사와 그 결과에 따른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노조파괴 사업에 강력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 또 다시 같은 비극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24일 논평을 내고 “노조파괴 범죄는 이명박근혜정권에서 자행된 대표적인 노동적폐이고 노동혐오 범죄”라며 “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정권과 검찰 그리고 법원의 태도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를 용인해왔고 키워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의 현대차 기소처분을 시작으로 노동존중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 문재인 정부에게 노조파괴가 자행된 사업장에 대한 전면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또 엄중한 처벌과 단호한 대책마련을 문재인 정부에 촉구한다”고 했다.

    민변 노동위원회 또한 “현대자동차의 부품사 노사관계에 대한 부당한 개입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법원은 기소된 현대차 임직원들에 대한 중형선고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부품사 민주노조 와해 전략이 심각한 위법행위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통해 원청이 부품사 노사관계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을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노동위원회도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버젓이 판을 치고, 기본권이 망가져도 이 나라의 공권력은 뒷짐 지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노동3권을 박제된 유물로 만든 암흑의 시간이었다”며 “누가 검찰을 감히 법치주의의 수호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검찰의 늑장기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법원은 재벌 대기업 눈치 보지 말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노조파괴 범죄에 대해 엄중히 처벌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25일 상무위에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라 말할 수 없다”며 “사측의 고소고발로 유성기업 노조원들의 삶은 만신창이가 됐고, 노조 탄압을 견디지 못한 한 조합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있었다. 검찰이 법대로 제때 수사했다면 없었을 일”이라고 질타했다.

    심 상임대표는 “이번 현대차에 대한 기소가 검찰의 재벌 편향 기소관행을 바꾸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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