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적폐,
    권력기관의 쌈짓돈 특수활동비
    사전적·사후적 통제장치 마련 국회 감시 및 견제해야
        2017년 05월 23일 10: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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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실세들의 ‘돈봉투’ : 특수활동비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부적절한 ‘돈봉투’ 만찬이 도마에 올랐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최순실게이트 수사 참여 간부 검사 6명과 만찬을 하는 도중 안 국장이 간부 검사들에게 70만원에서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고, 이 지검장도 ‘답례’로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원식을 전달한 것이다.

    검찰과 법무부의 돈봉투 만찬 파문은 약 290억원에 이르는 법무부 특수활동비 문제로 번지고 있다. 그 돈봉투가 바로 특수활동비로지금껏 비밀유지 수사 목적의 지출에 한정한다는 특수활동비 규정과 맞지 않게, 소위 ‘격려금’ 즉, 검찰 실세들의 쌈짓돈으로 전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래된 적폐, 특수활동비 규모 약 8,900억원: 필요하지만 무엇이 문제인가?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이에 준한 국정수행활동 등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주로 정보제공자에 대한 사례금, 정보활동비, 정보원 관리비 등에 주로 쓰인다. 따라서 법적으로 편성단계에서 세부내역 없이 총액으로 편성되어 집행 후에도 그 세부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예산이다. 그렇다보니 영수증 없이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을 부풀리거나 사적인 용도로 써도 확인되지 않기에 오래된 적폐의 대상이었다.

    이미 2015년 8월 임시국회에서 국정원의 불법 민간인 사찰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약 4,700억 원에 달하는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논란이 된 바 있다. 특수활동비는 국정원뿐만 아니라 그 필요성이 의심되는 미래부, 국민권익위 등을 포함한 약 19개 부처에 걸쳐 정식 예산으로 배정되어 있다. 2016년 기준 19개 부처 및 기관에 약 8,900억원이 특수활동비 예산으로 편성됐으며, 이중 국정원이 약 4,860억 원으로 가장 많고, 국방부 1,783억원, 경찰청 1,298억원, 문제의 법무부는 286억원 청와대 266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수활동비는 목적상 그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재정운용의 투명성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실제로 홍준표 경남지사와 신계륜 전 의원이 여당 원내대표, 국회 상임위원장 때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나 유학자금으로 사용하여 문제가 되었다. 2006년 9월 국회 감사청구에 의해 4개 부처 특수활동비 감사를 실시했는데, 상당 부문 유관기관 간담회 개최, 화환·조화 구입 등 업무추진비 용도로 사용했으며, 구체적 용도를 파악할 수 있는 증빙서류가 없어 확인조차 불가능했다.

    해외 특수활동비 유사 사례와 교훈: 지출목적 증빙서류와 정보공개 필요

    영국에서는 지난 2009년 하원의원들이 지원 비용을 남용하면서 정권교체까지 이루어졌었다. 영국 하원의원들은 250파운드 이하의 비용 청구에 대해서는 영수증이 필요 없다는 규정을 악용하여 기저귀, 유모차, 파이프 수리 등 사적인 용도의 비용을 신청한 것이 밝혀졌다. 집을 7채 갖고 있으면서 주택대출금 지불을 위해 수년간 10만 파운드를 신청한 의원도 있었다.

    이에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법무부장관과 내무부장관 등 6명의 장관이 사임하였다. 결국, 노동당 100명, 보수당 35명의 현역의원이 2010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권은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넘어갔다. 이후, 영국은 독립의회윤리기관(IPSA)이라는 기관을 설립하고 모든 의원의 비용 신청 하나하나를 웹사이트에 일일이 공개하고, 의회도 인터넷을 통해 모든 의원에 지급된 수당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외무성 기밀비 정보공개소송 사건이 있었다. 2001년 4월, 정보공개법이 시행되면서 정보공개시민센터라는 단체가 외무성의 외교기밀비의 지출관련 서류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를 하였다. 외교기밀비는 외교관들이 외국에서 정보수집이나 외교 공작활동을 하면서 식사비나 정보제공 대가로 쓰는 돈이었다. 일본 외무성은 구체적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전부 비공개하겠다고 정보공개시민센터에 통보했다.

    이에 정보공개시민센터는 외무성의 비공개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법원에 제기하면서 외교기밀비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외교기밀비가 대사관 파티비, 외국에 온 국회의원 접대비 등으로 쓰인 실태가 밝혀지면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외교기밀비 예산은 15% 삭감되고, 일부 문서는 부분적으로 공개되기 시작했다. 2009년 2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순수한 정보 수집 대가 지급은 비공개, 정보수집·외교활동 목적 식사비 지출은 지출일·지출액만 공개, 국회의원 등 접대비 지출은 모임 목적·참석자·개최일·지급일·금액 등을 공개하도록 하였다.

    영국과 일본의 사례를 토대로 특수활동비 집행에 따른 정보공개와 지출목적별 증빙서류 제출 기준 마련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특수활동비에 대한 사전적·사후적 통제장치 마련, 국회 감시·견제·공개 필요

    아무리 특수활동비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할지라도 용처에 맞게 집행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사전적·사후적 통제장치를 마련하여 국회가 감시 및 견제하고 스스로 공개해야 한다.

    우선, 사전적 통제장치로 특정업무 예산 항목 신설 및 증빙서류 요구, 국회 차원의 전면 공개가 요구된다.

    첫째, 특수활동비의 범위를 특정업무를 명시하는 예산 항목을 신설 및 적용하고, 예산을 편성토록 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각 부처에 할당된 특수활동비 필요성과 세부 지출계획 및 용처를 명확히 제시하고 지출목적별로 최소한의 증빙서류(영수증)를 요구해야 한다. 결국, 국회가 특수활동비를 평가할 수 있게 함으로써 다음 해 특수활동비의 배정 부처 및 규모를 재조정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국회에서 쓰는 업무추진비성 특수활동비는 전부 공개해야 한다. 국회의 국회의장단, 상임위원장, 원내대표가 쓰는 업무추진비 성격(유관기관 간담회, 화환·조화 구입, 식사비)의 특수활동비는 지출서류(목적)와 영수증을 첨부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것처럼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토록 해야 한다.

    다음은 사후적 통제 장치로 결산제도 도입과 정보공개가 요구된다.

    첫째, 특수활동비 사후 결산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국회에 세부 집행내역과 증빙서류를 모두 공개하도록 하고, 부적정 집행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지출목적별 증빙서류 등 국회 제출 기준 마련이 요구된다. 국정원·외교부·경찰청 등에서 지출하는 정보비의 경우 기본적으로 비공개로 하되 지급인원·총액 제출. 정보수집·외교활동 목적 식사비는 지출일·지출액 제출, 기타 부처 간담회·식사비 등 업무추진비 성격은 지출목적, 참석자, 개최/지급일·금액·장소(혹은 영수증)을 국회 제출토록 해야 한다. 만약 지출목적별 제출 기준 미충족 시 모두 위법·부당 지출로 간주하고, 해당 금액 환수 및 예산 삭감이 요구된다.

    둘째, 무엇보다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을 적정 공개시점(5~10년 이후)을 정하여 국민에게도 정보공개 해야 한다. 대법원이 지난 2004년 국회 특수활동비가 비공개 대상 정보가 아니라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국회와 국정원 등은 특수활동비 세부내역 공개를 공공기관 정보공개법 등을 들어 거부하고 있다. 아무리 기밀이 요구된다 하더라도 국회 제출 기준에 따라 각 부처에서 제출된 증빙서류를 5년 이후에는 모두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필자소개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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