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4대강 정책감사 지시
    자유당과 바른정당 '반발'
    환경연합 “대통령 결단 지지…정책 내용은 아쉬움”
        2017년 05월 22일 07: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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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4대강 사업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와 다음 달부터 4대강에 있는 보를 상시 개방할 것을 지시했다. 청와대는 정책감사에서 불법행위나 비리가 밝혀지면 이에 따른 상응 처리를 한다는 방침이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4대강 사업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 착수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김 수석은 “4대강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부 내 균형과 견제가 무너졌고, 비정상적인 정책 결정 및 집행이 ‘추진력’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됐다”면서 “후대의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서라도 4대강 사업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백서로 발간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 감사는 개인의 위법·탈법행위를 적발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 결정과 집행에 있어서 정합성, 통일성, 균형성 유지를 위해 얻어야 할 교훈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다만 감사 과정에서 명백한 불법 행위나 비리가 나타날 경우 상응하는 방식으로 후속 처리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를 겨냥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6월 1일부터 녹조 발생 우려가 높은 일부 4대강 보에 대한 상시개방도 지시했다.

    김 수석은 “문 대통령은 본격적인 하절기를 앞두고 녹조 발생 우려가 심한 6개보부터 상시 개방에 착수하고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오는 1일부터 개방되는 보는 4대강에 있는 16개 보 가운데 낙동강 고령보, 달성보, 창녕보, 함안보과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등 6개다. 해당 보는 4대강 사업 이후로 녹조 발생이 심각하고 수자원 이용에 영향은 적은 곳이다. 수문은 취수와 농업용수 이용 등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까지 개방될 예정이다.

    녹조 우려가 높지만 물 부족 지역인 백제보는 전면 개방 대신 취수, 농업용수 이용 고려 및 지하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까지 수문을 개방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생태계 상황, 수자원 확보, 보 안전성 등을 검토해 개방 수준과 방법을 단계별로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향후 1년간 4대강 민관활동 조사평가단을 구성해 16개 보의 생태계 변화, 수질, 수량상태 등을 조사해 오는 2018년 말까지 처리 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보 유지 및 환경보강, 보 철거 및 재자연화 대상을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문 대통령은 수질, 수량을 통합관리하는 물 관리 일원화를 위한 정부조직개편을 지시하고, 4대강 사업을 개발사업 위주로 진행해온 국토부의 권한을 환경부에 넘기도록 했다.

    MB 측 “정치적 시빗거리 만들지 말라”

    환경단체와 정치권의 반대에도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정책감사 지시에 불쾌한 심경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제17대 대통령 비서실’ 명의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세 번에 걸친 감사원 감사 끝에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라며 “정부는 감사와 재판, 평가가 끝난 전전 정부의 정책사업을 또다시 들춰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기보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후속사업을 완결하고 확보한 물을 잘 관리하여 당면한 가뭄을 극복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반발했다.

    또한 “야당과 시민단체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위법하게 진행됐다며 수계별로 제기한 4건의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이 모두 적법하다고 판결했다”며 “전 정부 총리실 4대강사업조사종합평가위원회에서 주관한 전문가 종합평가에서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난 바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 “문재인 대통령 결단지지…정책 내용은 아쉬움”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문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정책감사 지시가 나온 직후 논평을 내고 “국민의 염원이자, 숙원과제들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지지하며 환영한다”며 “제2의 4대강 사업을 불가능하게 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이 결정된 배경,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위법성, 부정부패의 내용 등을 꼼꼼히 따지고 합당한 책임을 지우는 데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라며 “국회의 청문회 등으로 이어져 잘못된 국가사업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환경운동연합은 16개 보가 전면 개방되지 않은 점 등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구체적인 정책 내용이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책의 구체적 내용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16개의 보 가운데 우선개방 대상이 6개에 그치는 점을 언급 “영산강의 승촌보, 금강의 세종보 등이 수질 악화에 끼친 영향은 충분히 드러났고, 칠곡보는 주변 지역의 침수피해가 보고되고 있으며, 한강의 이포보, 강천보, 여주보는 전혀 용도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특별한 설명 없이 이들이 개방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취수와 농업용수 이용을 고려해 지하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까지 수문을 개방한다’는 것에 대해선 “수문을 ‘상시로 개방’하되, 수량 조절을 통해서 일정수위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라며 “대통령 공약 중 ‘상시개방’이라는 텍스트를 따오는 수준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의 ‘수위 유지’ 기조를 연장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정의당 “부정비리 드러나면 지휘고하 막론하고 법적 책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여야는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4대강은 이명박 정부 때 국민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2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로 만든 수생태계 파괴 주범”이라며 “깨끗한 4대강으로 돌아오는데 수십 년이 걸릴지라도 우리는 미래세대에 살기 좋은 환경을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백 대변인은 “어족자원의 위기,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공사 과정에서 발주 및 입찰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정책감사에서 4대강에 대한 부정비리가 드러나게 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 또한 문 대통령의 4대강 정책감사 지시에 대해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상식적인 행보”라며 “대운하사업을 우회해 이름만 바꾼 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집으로 추진된 4대강 사업은 대국민 사기극이자 최악의 국토파괴 행위”라고 질타했다.

    추 대변인은 “4대강 사업 결정권자와 이권개입자들을 상대로 한 청문회도 열어야 한다”면서 “비상식적인 정책결정이 되풀이되는 일을 막으려면, 사업 책임자와 가담자를 밝혀내는 일은 결코 건너뛸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필요하면 MB조사도”, “청와대가 왜 업무지시? 제왕적 대통령제 강화”

    국민의당은 4대강 사업 정책감사 지시와 보 개방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그 지시를 청와대가 직접 내렸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우선 양순필 국민의당 대변인은 “4대강 사업은 이미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는 물론 막대한 국고 낭비로 단군 이래 최악의 토목 공사”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정책감사를 지시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4대강의 몸통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도 실시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다만 고연호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는 대통령 업무를 보좌하는 기구지 각 정부부처에 업무를 지시하는 상급기관이 아니다. 청와대의 권력이 비대해질수록 관료들은 전문성을 발휘하기보다 줄서기에 나서고 제왕적 대통제가 더욱 강화될 뿐”이라며 “정부부처별 인사에서 정책까지 만기친람으로 챙기고 있는 청와대 운영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전 정권 비리 책임 묻는 것 관용의 정치 아냐”
    바른정당 “정치보복 우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반발하는 분위기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책 감사를 가장한 ‘정치 감사’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면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특정 정권을 겨냥한 감사를 지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 정책 감사 지시가 정치 보복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대변인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이미 2013년 감사원 감사와 2014년 국무총리 소속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 조사를 거쳤다. 2015년 대법원에서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적법 판결을 내린바 있다”며 “또한 4대강 사업이 가뭄 해소와 홍수 저감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정태옥 같은 당 원내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4대강 정책감사 지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인 4대강 사업을 적폐 대상으로 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정책감사에서 불법행위나 비리를 낱낱이 파헤쳐 그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관용의 정치도 아니고 국민통합의 정치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희 바른정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4대강 사업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불법이나 비리가 있었는지는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도 혹독한 조사를 거친 바 있고 검찰수사도 이루어진 바 있다”면서 “이미 여러 차례 조사가 이루어진 지난 정부의 사업에 대해 다시금 감사를 지시한 것은 자칫하면 과거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비추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시정하는 노력 차원이 아니라 지난 정부 인사들에 대한 비위 적발에 무게가 실린다면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국민통합을 오히려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핵심 인물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인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에서 4대강 사업 예산을 만드는가 하면, 국무조정실장 당시엔 4대강 사업의 면죄부를 준 인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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