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의역 참사 1주기,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해
    공공운수노조, 생명안전주간 선포
        2017년 05월 22일 03: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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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전 우리는 컵라면 먹을 시간도 없이 일했던 19살 청년노동자 김 군의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좋은 일자리인 공기업에 출근해서 바쁘게 기계를 고쳤지만, 김 군은 그 직장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최저임금의 하청회사 노동자였다. 김 군은 혼자서 일하는 게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1시간 내에 정비가 안 되면 하청회사가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노동자들이 김 군처럼 일하고 있다.”

    작년 5월 28일 발생한 구의역 참사가 1주기를 맞는다. 19살 청년 김 군이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사망한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 ‘공공부문의 민영화’, ‘정규직와 비정규직’, ‘갑과 을’이라는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무수한 모순의 민낯을 본 계기가 됐다.

    김 군의 사망소식에 여야 정치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구의역을 찾아 사고현장 앞에서 고개를 숙였고, 국회에선 생명·안전 업무는 외주화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법안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수많은 법안은 결국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 구의역 사망재해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을 꾸려 참사의 원인과 재발방지대책 등을 세웠고 노조도 생명·안전 업무는 외주화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민간, 공공부문 할 것 없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과로사, 추락사, 추돌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20일 3명의 하청노동자들이 또 사고를 당했다. 인천공항공사 셔틀트레인 전력설비 점검을 하던 부산교통공사 소속 하청노동자 3명이 감전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고 2명은 중경상, 1명은 연기흡입으로 치료를 받았다.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한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단전 결정권이 인천공항공사에 있는데, 하청노동자들은 과도한 업무량과 부족한 작업인원으로 공사에 단전을 위한 사전 승인 절차를 밟기가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데에 있다.

    죽음

    공공운수노조 생명안전주간 선포 기자회견(사진=유하라)

    공공운수노조는 22일 오전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죽음의 출근을 거부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운수노조는 김 군을 추모하며, 죽음의 노동을 거부할 수 있는 사회, 노동자와 시민이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생명안전주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도 안전할 수 있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실태를 널리 알리고 대정부, 대국회, 대사용자 요구활동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22일, 이날부터 27일까지를 생명·안전주간으로 정하고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상시지속·생명안전업무 재직영화 요구, 과로사회 추방 노동시간 단축, 모든 노동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을 정용해 안전하게 일할 권리 확보 등을 요구하며 선전전, 토론회, 1인시위, 집회 등을 진행한다.

    송동순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구의역사고 1주기 추모 발언을 통해 “구의역에서 혼자 작업을 하다가 김 군이 명을 달리한 게 벌써 1년이다. 그 과정에 노조도 자유로울 수 없고 무한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송 수석부위원장은 “김 군의 죽음 이후에 안전과 직결된 업무들이 직영화됐지만 한계는 여전하다”면서 “안전 업무 직군을 따로 만들어서 기존 정규직과 다른 체계 이루고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곳에서 일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와 안전업무직 노동자의 노동조건, 처우 등이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안명자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은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은 후두 청소하다가 낙상해서 갈비뼈 나가거나, 근육이 파열되고, 절단기에 손가락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에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학교도, 교육청도, 교육부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사고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안 본부장은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에 비해 위험의 최전선에 있다”면서 “허울 좋은 산업안전보건법만 갖고 있을 게 아니라 그것을 실질적으로 학교 비정규직들이 제대로 누리고 있는지 점검하고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는 오는 27일 구의역 1번출구 및 9-4번 승강장에서 ‘너를 기억해’ 추모제를 연다. 이보다 앞서 25일엔 서울시의회에서 ‘구의역 1주기 추모 및 서울교통공사 창립에 맞춰 노동자와 시민에게 안전한 지하철을 바란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한다.

    이밖에 23일엔 KTX 정비외주화 반대 및 재직영화 요구 기자회견과 시민 선전전 등(서울역, 부산역), 집배노동자 과로사망에 대한 정부의 대책 촉구 1인 시위(광화문 광장) 집회 등을 개최한다. 24일엔 광화문정부청사 앞에서 버스노동자 노동시간 실태조사를 발표한다.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이날부터 생명안전주간 동안 각 시도 교육청 앞에서 집회와 1인시위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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