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공항 사람 이야기
    노동자 당사자 논의 참여가 출발점
        2017년 05월 15일 09:59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어느 나라나 공항, 그 중에서도 국제공항은 그 나라 혹은 주변국까지 포함해서 돈과 권력이 집중된 공간이다. 사업적 측면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니 엄청난 상업성, 광고효과 때문에 돈이 집중된다. 국경 역할, 테러로부터의 안전, 노동자 통제를 위해서 국가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그렇지만 그래도 대부분 사람이 운영한다. 인천공항도 마찬가지다. 인천공항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당연하게 인천공항 사람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인천공항에 대해서 쓰는 이 글에서 나는 사람을 더 집중해서 쓰고 싶다. 그 동안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천공항 ‘사람’ 이야기다. 감히 말한다. 인천공항을 이해하는 것의 시작과 끝은 인천공항 사람을 이해해야 가능하다.

    어떤 정규직화인가, 왜 정규직화인가

    이 글을 쓰기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했다. 인천공항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그 자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들었다. 또 사장은 올해 안에 1만명 정규직화를 발표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박수를 쳤다.

    그렇게 간담회를 잘 마치고 나와서 바로 성명서를 썼다. ‘환영하지만 당사자들이 반드시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공항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공공 노동자(사진=인천공항지역지부)

    당일 오후 한 3시를 넘자 기사, 뉴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새 정부의 첫 외부 행사였고 ‘공공부문 정규직화 첫 시작’이라 하니 왜 안 그렇겠나. 하루 종일 기자들 전화 받고 자료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지만 대부분 기사 내용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 노동자들의 환호였다. 그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받아온 부당한 대우, 중간착취 문제에 대한 ‘발 빠른’ 고발 기사도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오후 5시경이 넘어서자. 이제 어떻게 정규직화가 가능한지, 과정, 형태에 대한 전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 정부 관계자들이 주로 추측한 내용들을 기자들이 인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정규직과의 관계, 고용불안 해결, 임금과 처우 문제에 대한 장기적 손익 계산 등 다양했다.

    SNS상에선 노동문제 전문가거나 노조에서 잔뼈가 굵은 분들의 나름대로 평가도 이어졌다. 곧 거짓임이 드러날 것이라거나, 정부 입장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부분이 어느 정도라느니…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런 논란들이 두 가지 점에서 불편하다.

    먼저, 어떤 정규직화인지 과정에서 우리 지부에서 강조하는 중요한 내용은 아예 논외로 취급하고 있다. 바로 당사자와 논의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대부분 언론은 물론, 노동계 인사들도 이미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정해져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과거 경험상 그런 추측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인천공항공사 관계자, 정부 관계자는 그렇다 치고 노동계 전문가라는 분들도 어떤 경로로 당사자인 인천공항 노동자들과 노동조합 그리고 정부, 공항공사, 혹은 시민사회가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사실 인천공항 노동자들 입장을 어떤 방식으로 모아야 하는지가 우리 현실 앞에 놓인 가장 큰 어려움이다.

    그냥 ‘다 나쁜 놈들이다’ 가 아니고 당사자들 스스로가 대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구나 다 ‘이미 정해져 있다’거나 ‘현실적으로 이러저라한 방법 말고 없다’고 몰아간다.

    지부가 ‘당사자와 논의해야 진짜 정규직화’라고 주장하는 것이 무색해진다. 물론 나중에 가서 결론이 그들이 말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그래도 세상에 똑같은 반복은 없다. 노동계, 또 인천공항 비정규직 문제 아니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진 분들에게 부탁드린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 목소리가 최대한 반영되어야 한다. 당사자들은 변수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싶다.

    또 하나 불편한 점은 온통 관심이 처우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그동안 만연한 차별, 중간착취, 고용불안을 중요한 이슈로 투쟁해 온 것 사실이다. 그렇지만 너무 나갔다. 일부 언론은 말하는 ‘임금이 어떻게 오를 것이며, 직무별 차등은 어떨 것이며, 정년은 어떨 것이며’ 등등… ‘사고 났을 때 보험금이 얼만지’ 따지는 것을 보는 것 같다.

    인천공항 노동자들은 주장해 왔다. 노동자 처우 문제를 위해서 정규직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주장과 똑같은 비중으로 우리가 주장해 온 것이 있다.

    공사-하청-노동자 구조에서 연간 수천만명이 이용하는 인천공항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정권한이 있는 공항공사와 실제 현장을 잘 알고, 실행하는 경험 많은 노동자 사이에 없어도 되는 하청업체가 끼어 있다. 이 구조에선 인천공항 운영이 장기적으로 불안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 맥락에서 작년 수하물 대란, 밀입국 사고, 폭발물 의심 물체 사고 당시에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poto 2

    그런데 1만명 정규직화 이야기에는 인천공항의 안전과 신속, 효과적인 운영을 위한 정규직화 이야기는 쏙 빠져 있고 오로지 인천공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 정규직화 되는 것으로 이야기 된다.

    처우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그것에만 적합한 또 다른 체계와 형식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소통이 잘 안되는데, 문제없는 척 하다 망한 조직이 있다. 박근혜 당시 청와대이고 박근혜 당시 대한민국이었다. 지금도 소름끼치는 기억이 있다. 취임 초 같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비서진, 장관들을 보면서 웃으며 ‘대면보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라고 물으면 장관들이 웃는 모습이다.

    poto 3

    그동안 인천공항이 그랬다. 6800명 노동자와 소통없이도 잘 운영되는 척 했다. 그러다 보니 평상시에는 불법파견 소지가 있다면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에 대해서 관여할 수 없다 했다. 그렇지만 그걸 믿는 사람들은 없다. 2012년 하청업체들과 우리 지부가 집단교섭을 할 때는 하청업체 관리자들은 교섭 후 바로 공항공사에 가서 보고 했고 코치 받았다고 들었다. 또 급할 땐 수하물처리시설 용역 노동자들에게 직접 문자를 뿌리기도 한다.(심지어 2차 하청업체 소속인데!)

    인천공항 노동자들은 주장한다. 우리 고용문제, 처우가 개선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직접고용 정규직화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 문제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인천공항 운영을 위해서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운영 체계속에 포함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을 해보자,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 이용객이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이상한 가방이 있다. 이 가방을 신고할 의무가 그 승객, 이용객에게 있는가? 익명의 승객들 외에 화장실을 가장 많이 오가는 사람은 환경미화 노동자다. 이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자기 직업에 책임감을 느끼고 청소 업무 외에 안전 문제에 책임을 다하는 것은 중요한 것 아닌가

    굳이 국회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직접고용된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인천공항 6800명(제2터미널 개항 하면 약 만 명이 된다.)은 중요하다.

    맺으며 다시 강조하고 싶다. 당사자들이 어떤식으로 정규직화 논의에 참여하면 좋을지에 사회적 관심이 모아졌으면 좋겠다. 청와대 의지는 확인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정부, 인천공항공사가 우리 노동자들과 논의 테이블에 나오게 하고 그냥 형식이 아니고 제대로 논의되게 하는데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의견과 힘을 모아 줬으면 좋겠다.

    또 인천공항 노동자들 처우 문제 만큼이나 인천공항의 안전한 운영, 효과적인 운영에 도움이 되는 정규직화가 중요하다. 복잡하고 소통을 방해하는 구조를 이름만 바꾸고 유지하는 방식은 안된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긴 하다. 생각해 보라, 지난주까지 소방대 노동자들 식당을 없애는 문제로 고민을 해야 했고 그 전달에는 하청업체 변경 과정에서 계약인원을 줄인 공항공사를 비판하는 농성 했다. 물론 그런 문제가 다 끝난 것도, 일거에 사라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사실 시설유지보수 분야 노동자들에 대한 인원 감축이 예정되어 있다. 그래서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참석하는 행사장 앞에서 집회도 했다. 수하물 노동자들은 재하청 된 상태에서 1차 하청 노동자보다 기본급이 80만원 적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정규직화 한다고 대통령이 약속하니 사실 지금은 다 까마득한 옛 이야기 같다.

    poto 4-2

    poto 4-1 (1)

    필자소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