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친화적 안전사회를 위하여
    [시민혁명과 대선⑦]탈핵 생태·농업 농촌·재난 산재
        2017년 05월 05일 11: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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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을 탈핵 원년으로

    노진철(경북대 교수)

    2016년 9월 경주시 월성원전 약 26km 지역에서 진도5.1과 5.8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4개월 동안 총 570여 회의 여진이 발생해 원전사고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진앙지로부터 수십km 이내에 위치하는 경주・울산은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원전 다수호기 지역으로 현재 13기가 가동 중이며 3기가 건설 중, 2기가 계획 중에 있다. 원전 비상계획구역 30km 기준으로 고리 인근에는 약 320만 명이, 월성 인근에는 약 100만 명이 거주하고 있어 원전사고 발생 시 치명적인 결과에 이를 수 있다.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원전 확대 정책과 원전마피아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억제 및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으로 돌아선 세계적 추세에 역행해 원전확대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유럽 각국은 신규 원전건설 중단, 노후원전 폐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등 단계적 탈핵 로드맵을 결정했던 반면, 한국은 원전 선도국들의 탈핵 정책을 오히려 ‘세계 3대 원전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파악해 원전 확대와 원전 산업화를 결정하였다. 현재 총 25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신고리 5·6호기 등 건설 중인 원전 5기와 계획 중인 원전 6기 등 2029년까지 총 36기의 원전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러한 원전 확대 정책의 배경에는 이른바 원전마피아의 원전조직 독점이 자리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존재하지만 원자력진흥위원장인 국무총리의 지휘를 받는 구조로 되어 있어 원자력 진흥과 규제가 분리되지 않는 폐해를 노정하고 있다. 게다가 원전마피아는 운영 조직인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기술, 제조업체, 시험기관뿐만 아니라 규제기관인 원안위 주요 요직마저 독식하고 있어서, 배타적 원전기술과 국가보안을 구실로 자료 일체를 비공개하는 등 책임 있는 심의는 고사하고 업무 파악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 결과 미국, 유럽, 일본 등 원전 선진국들은 기술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해 운영허가 갱신을 엄격히 심사하는 데 반해, 한국은 가동 원전에 대해 허가 당시의 낮은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불량 부품 공급 비리로 인한 원전 가동 중단사태, 전원 공급 중단이나 냉각수 유출 등의 원전사고 은폐, 위법적인 건설 허가나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이 빈발하는 등 원안위는 규제 기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원전확대 정책의 시행 과정도 비민주적이기 짝이 없다. 형식적인 주민의견 수렴과정만을 거친 채 확대 정책을 강행하면서 주민 갈등만 심화되고 있다. 신규 원전 건설과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 건설 등은 끊임없이 해당 지역에서 주민갈등을 유발하는 화약고다. 원전유치 찬반 주민투표에서 삼척(84.9%), 영덕(91.7%) 주민 모두 높은 반대율을 보였으며, 고리 1호기 및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에 대한 경주와 부산 기장 주민들,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과 관련한 밀양과 청도 주민들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을 탈핵원년으로 하는 탈핵 로드맵

    새로 들어설 정부는 신규 원전건설 중단 및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를 법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공인된 탈핵 로드맵에 따라 원전 신규건설 중단과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에너지 수요관리와 에너지 이용 효율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탈핵에너지전환기본법」이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 삼척·영덕 신규 원전부지 백지화, 노후원전 고리 1호기·월성 1호기 폐쇄 등을 명문화하고 2030년까지 추가 10기의 노후원전 폐쇄 계획, 204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로하는 탈핵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기존 원전의 운영허가는 최대 10년 단위로 갱신하고, 가동 원전의 운영허가도 기술기준으로 강화해 안전성을 담보해야 하며, 원전 안전성평가의 정보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해 원자로 해체에 관한 승인기준·세부 규제절차 등을 법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그리고 원전 운영허가 시 지방정부의 동의를 구하도록 「전원개발촉진법」을 개정해야 한다.

    둘째,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 에너지 확립을 위해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전환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환경친화적이며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을 전담할 정부부처로서 기존의 환경부와 자원·에너지 부서를 통합한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신설해 기후에너지정책과 환경정책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80%를 감축하는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을 제정해 구속력 있고 포괄적인 기후변화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 2059년까지의 장기목표의 달성을 위해 5년마다 단기 감축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전력수요의 관리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적극적 기술개발과 에너지 이용 효율화를 위해 산업용 전력요금의 단계적 인상이 필요하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누진제를 강화하고, 산업용 전력은 경부하 요금제를 폐지하며, 발전용 연료의 불공정 과제를 조정하는 등 수요관리 위주의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산업용 전력요금은 인상하고 지역별 전기요금은 차등화하는 등 에너지가격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가 구성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단계적 탈핵 원칙과 에너지 수요관리,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등을 반영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 및 전력수급기본계획, 천연가스수급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1차 에너지 소비 목표량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다소비형 제조업의 생산활동 축소와 에너지 전환 손실의 제로화 등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저탄소 에너지원 기반의 분산형 전력공급, 안전하고 청정한 에너지를 우선 건립하는 발전소 계획의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및 전력 수요를 감독하는 민관 합동반을 구성해 수요량 예측을 현실화해야 한다.

    원자력의 민주적 통제와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넷째, 원안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을 독립기구화해 원전에 대한 규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 두 규제 기구는 위원장·원장 및 위원 구성 시 다양한 입장의 인적 구성이 될 수 있도록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서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 원전밀집지역의 동시사고를 전제한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 방법론 도입, 인구밀집지역 위치기준 등도 현실화해야 한다. 특히 원전 안전성 평가 시 민간분야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3자 검증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방사성물질 반감기를 고려해 중저준위방폐장의 제도적 관리기간을 300년 이상으로 하는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다섯째, 원자력진흥위원회와 원자력문화재단을 해체하고, 재생가능에너지공사를 설립해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를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원전 홍보사업을 지원하는 현 원자력진흥위원회와 원자력문화재단은 해체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원전확대 정책을 중단하고,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을 위해 재생가능에너지공사를 설립하도록 해야 한다. 에너지위원회와 녹색성장위원회를 통합해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한 업무를 담당하는 재생가능에너지위원회로 개편하고 위상을 강화한다. 또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원전홍보 예산, 원자력클러스터 추진사업 지원 예산 등 원자력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하고, 「재생가능에너지촉진법」이 정한 태양광, 풍력 등에 예산을 우선 배정한다.

    여섯째, 원전의 안전과 에너지 이용의 효율화관련 사업에 대해 지방정부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주민참여를 제도화한다.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 운영·정비·폐로 등과 관련된 사업의 운영·결정과정에 지방정부 장의 동의와 협의권을 부여하고, 지역주민이 원전관련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토록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주도해 에너지 저소비형 도시 재정비, 지역에너지 전환과 자립을 위한 지원, 단열개선사업 직접 지원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에너지효율화 지원·촉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원전건설 및 고압송전선로 계획 단계, 설계수명 내 운영허가에서 주민의견수렴(주민투표, 여론조사 등)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끝으로, 원자력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재생가능에너지 30% 목표와 발전차액지원제도 부활과 관련한 법개정을 서둘러야만 한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2030년에 최종에너지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중 20%, 발전량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중 30%를 명시해 사회적 합의와 목표달성 이행력을 제고해야 한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서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부활 등 소규모 형태의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지원 확대를 명시하고, 재생가능에너지의 생산 전기를 전력망에 연계시키는 계통연계 책임을 송배전사인 한전에 부가한다. 태양광사업의 촉진을 위해 공시지가와 독립해 임대료를 현실화하는 「지붕·옥상임대법」을 제정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탈핵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2017년을 탈핵 원년으로 선포해 시대를 역행하는 원전 확대 정책을 즉각 중단시키고, 에너지에 대한 민주적 통제권을 회복해 원자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새 정부에게 맡겨진 역사적 과제이다.

    후쿠시마

    환경 적폐를 청산하고 생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새로운 공존모델을 제시해야

    허상수(지속가능한사회연구소 소장)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성장주의의 정책기조에서 환경 규제를 대폭 이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진행했고 그 결과 환경보호로부터 계속 멀어져 왔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은 2008년 발효된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을 일반 법률로 격하시키고, 그 대신에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으로 노골적인 시장주의와 친재벌, 반민중 지향을 강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 관료와 전문가 위주 정책에 의한 거듭된 제도의 실패는 예상된 것이었다. 4대강 토목사업과 녹색성장 정책이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과 녹색성장의 부조화를 야기하면서 만들어낸 엄청난 예산낭비와 4대강 오염 등의 환경훼손을 보라.

    낡은 성장모델을 넘어 녹색 기술 혁신으로

    이에 대한 반향으로 국내적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쾌적한 환경권과 행복추구권의 향유를 제약하고 있는 낡은 성장모델의 한계와 적폐를 과감하게 청산하고, 환경개혁과 새로운 공존모델의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다. 국제적으도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 유발기체의 발생 저감과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새로운 환경체제가 구성되고 있다. 2015년에는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 2020년 이후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파리협정이 195개 협약 당사국의 합의로 채택된 바 있다. 따라서 2020년 이후에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도 국가별 기여방안을 스스로 결정하되, 전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ing)을 실시하게 된다.

    한국은 10년 이내에 세계 5대 환경기술 보유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와 기술축적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맑은 물과 공기, 안전한 먹거리와 주거의 안정적 확보와 조달, 공급을 위한 공공 환경기술의 혁신과 연구개발, 사업화를 위한 획기적이고 과감한 투입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품질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기술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유기성 폐기물의 에너지화 사업, 2050년까지의 저배출발전전략(LEDS) 수립과 시행, 실현을 위한 녹색기술혁신을 달성해야 한다.

    국가 환경 체제 재정립과 다자 협력 체제 구축

    이를 위해 첫째, 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 기후변화협약에 전담 대응하고 에너지 확보문제, 원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기후관련, 에너지관련, 환경관련 부서를 통합한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신설해야만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성장일변도의 환경파괴국가에서 생태민주주의 국가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환경기술 혁신의 활성화와 가속화, 산업화, 세계화를 통해 높은 에너지 소비와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특징으로 하는 중후장대형 중화학공업(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강력한 기술혁신 드라이브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정부 출범 초기에 에너지 세제와 전기요금체계에 대한 전면적 검토와 근본적 변화를 위한 민관협치를 구축해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하고, 성장과 개발지상주의에서 벗어나 모든 생명과 생태를 최우선시하는 명실상부한 온생명 평등과 공공성의 원리에 입각한 생태민주주의로의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둘째, 국가의 정책기조를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의 재정립과 법체계의 복원,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의 강화를 통해 새로운 생태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규제프리존 지정・운영에 관한 특별법(가칭)」은 사회적 안전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으로 즉각 입법이 중단되어야 하며, 그 대신에 환경규제 강화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 현행 「녹색성장기본법」을 폐지하고,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은 기본법 지위를 회복해 행정 전반에 지속가능성 평가지표를 적용하고, 그 결과를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토록 개정한다. 지속가능한 발전국가로서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가능발전위원회(NCSD)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부활시키고 협치를 구축한다. 또한 3차 지속가능발전 이행계획(2016~2020)은 부처 간 협의와 조정을 통해 재작성한다. 입법부와 행정부 등의 각 부처의 공통 및 분야별 접근, 국회 차원의 국가지속가능발전정책 평가체제를 구축・적용하고, 그 결과를 환류토록 한다. 국제연합(UN) 차원의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국가 목표로 설정하고, 병합 추진해 국제 수준의 환경개혁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모든 국정과정에 사전예방의 원칙, 정보공개의 원칙, 국민 참여의 원칙을 전면 적용토록 법제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동아시아 역내 남북한 및 중국・미국・일본・러시아 6개국 환경협력체계를 구축해 대기오염 대책을 공동 수립하고 시행한다. 중국 대륙 동해안의 공업단지 벨트에서 배출되고 있는 대기오염물질의 비산과 확산에 따른 유입경로를 중국 정부와 공동으로 조사, 그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 동아시아 역내 국가 간 지역내 다양한 환경문제에 대한 공조활동과 균형자, 조정자, 새로운 생태민주주의의 설계자로서 다양한 국가 간 공동협력 사업을 구상, 집행하는 데 일정한 역할과 기능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환경 훼손 중단과 위험관리 체계 정비

    넷째, 석탄발전소 증설 정책을 폐기하고 그 부족분을 모두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에너지정책 전환은 생태민주주의의 첫걸음이다. 2017년 말 4조33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여유자금 등을 활용해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

    다섯째, 가습기 살균제 및 화학물질 관련 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화학안전 및 위험조사위원회를 설치, 라돈 통합노출 평가를 실시하고, 환경오염 피해자 구제를 활성화하며, 환경보건과 환경복지의 협치를 구축하도록 한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 「화학물질관리법」, 「살생물제법」, 「실내공기질관리법」, 「환경보건법」, 「환경오염피해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 등의 화학물질 및 위험물관련 법제를 개정해 실수요자의 관점에서 예방 및 수습의 위험관리체계를 재정비한다. 이 때 단기적・기술적 보완을 위한 조직개편보다는 장기적이고 범정부 차원에서 화학물질의 위험관리가 우선시 되어야만 한다. 가습기 살균제, 구미 불산 사고, 삼성 백혈병 사태 등은 피상적인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에 머물러 온 문제점을 기저에 공유하고 있다. 또한 위험 요인들에 대한 성역 없는 정보공개를 즉각 실시하고, 독성평가가 없는 화학물질의 사용과 유통을 전면금지해야만 할 것이다.

    여섯째, 케이블카 사업 및 평창 올림픽 개최에 따른 환경훼손 금지 등 난개발을 원천봉쇄하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다. 국토교통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 자연자원관리 부처를 난개발을 원천 차단하고 온전한 국토보전과 경관보호, 국민휴양공간으로서 녹색생태공간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재편성한다. 이미 허가했거나 공사 진행 중인 난개발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 등 엄격한 법규 적용을 통해 원상회복 조치에 준하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

    ()자연화와 환경 복원을 위한 제도 마련

    일곱째, 해마다 녹조발생을 반복하는 4대강 사업의 결과문제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처벌과 재자연화 대책을 수립한다. 4대강 토목공사 사업의 실패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과학적 검증과 국회 청문회를 통한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 4대강은 16개 보 수문을 제거하고 재자연화해야 하며, 복원사업 시행에 국민 참여를 보장해야만 한다.

    여덟째, 맑은 물 확보와 공급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물관리기본법」을 제정한다. 수질오염총량관리 및 비점오염원관리 등 하천 유역관리정책들이 왜 실효성이 낮은 것인지 그 근본원인을 찾아내어 물관리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원순환기본법」, 「폐기물관리법」 등을 개정, 환경산업분야, 자원순환관련시설 및 근린생활시설 등에 대기업 참여를 적극 제한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적합업종으로 지정, 실시해야 한다. 특히 재활용품 유통 특성을 감안한 세제 개편을 단행하고, 재활용품 의무 구매 강화, 재활용 육성자금 지원 확대, 재활용 수집인들의 후생복지 지원책 등을 강구한다.

    지난 정권에 의해 망가진 환경 및 위험 요소 관리 체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환경 적폐 철폐와 생태민주주의에 기반한 새로운 환경체제를 구축하는 첫 걸음임을 새 정부는 명심해야만 할 것이다.농업무한경쟁 시대의 농업, 계약과 협동을 통해 살만한 농촌 건설로

    최영찬(서울대 교수)

    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로 급속한 수입개방이 진행되어 농업의 무한경쟁시대가 도래했다. 농업생산은 위축됐으며, 농가의 소득은 도시가계 소득에 비해 격차가 증대됐고, 농촌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침체에 빠졌다. 정부는 효율성과 경쟁력을 외치며 상업적 농업을 위한 전업농 육성과 규모화에 매달렸지만 농산물의 경우 생산단계에서 소비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배추파동, 한우파동 등에서 보는 것처럼 매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가격의 급등락이 거듭되어 왔다. 이런 가격의 급등락에서 오는 시장의 불확실성은 농민들이 안정적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규모화를 통한 상업적 영농을 어렵게 한다.

    농업의 상업화, 규모화와 그 한계

    1980년대 중반부터 개장된 거대한 도매시장과 1990년대 초반부터 문을 연 대형할인점, 백화점, SSM 등 대형소매점들은 크고 화려했지만 농가가 직접 농산물을 파는 일은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농산물의 거래 방식도 대규모 정기적 거래로 전환되고, 소포장, 가공품의 비중이 확대되어, 대다수 소규모 농민들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게 되었다. 수급의 불안정으로 인한 가격의 등락 시 모든 피해는 협상력이 부족한 농가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이들 대형유통업체의 유통시장 점유율은 정부에서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고 영업제한 조치를 취할 만큼 급격히 증가, 농민들의 시장진입은 더욱 요원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농촌문제의 핵심도 더 이상 농지문제가 아니라 시장을 발견하는 유통의 문제로 전이되었다.

    농식품에 대한 소비구조 변화도 농민들이 시장에 가는 길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식품소비 중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 비중이 증가하고, 가계의 외식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간편식의 구매도 급증하고 있다. 가공식품에서 외국산 식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곡물의 경우 대부분을 차지하며, 육류의 경우 내국산보다 더 많이 사용되는 등 국내 농산물은 더욱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또한 외식과 간편식 시장의 경우 외국산 식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우리 농업을 위축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외식과 가공식품 위주의 소비구조 변화에 영세한 규모의 농가들이 개별적으로 적응하기에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농산물 자급률은 1996년 83.7%에서 2016년에는 73.4%로 감소하였으며 육류의 자급률은 같은 기간에 84.5%에서 69.7%로 감소하였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전업농의 규모화를 통해 농업생산의 경쟁력을 높이려 했으나 그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영농규모 상위 농가에 대한 지원확대에도 불구하고 일부품목을 제외한 농가의 생산규모화는 극히 미진한 편이다. 이러한 한계에 직면하여 생산자들 스스로 소비지시장에서 요구되는 정기적 대량거래를 충족하기 위해 작목반, 영농법인을 조직하고, 정부에서도 생산과 식자재 구매 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가공 및 유통인프라의 구축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2005년 작목반은 16,950개, 2010년 영농조합법인은 8,107개, 농업회사법인은 1,633개에 이르렀으나 여전히 그 규모가 영세하여 시장변화에 따른 대규모 정기적 수요에 적응하기에 부족하다. 소비지에서도 대규모시장의 소비자 소외에 대처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구매하기 위해 생활협동조합을 조직, 계약생산을 통해 산지와 소비지 간의 직거래를 정착시키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시장규모가 작은 친환경농산물 시장에 머물러 있다.

    도농 간의 소득격차의 확대는 농촌의 인구 감소에 중요한 요인이 되어 1995년 485만 명에 이르던 농가인구는 2014년 275만 명으로 연간 2.9%씩 감소하였다. 농가호수는 1995년 150만 호에서 2014년 112만 호로 줄어 연간 1.5%씩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농촌의 고령화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1990년 65세 고령농가의 비율이 11.5%에 머물렀으나 2013년에는 37.3%에 이르고 있다. 농촌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는 농촌지역의 출산 및 청소년의 감소로 이어져 학교의 과소화 및 통폐합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보육시설과 공적인 의료시설이 부족해 교육 및 보육, 의료의 불평등과 도농의 문화격차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농촌 문제의 해결은 계약과 협동의 확대로

    첫째, 소비지의 대형 농식품 유통시대에 맞추어 농업인들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산지유통의 규모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농가와 소비자에게 유리한 협동조합의 역할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대규모 기업농과 다국적 유통기업 주도의 미국방식보다 유럽의 협동조합방식이 되어야 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계약생산체제에서 농가와 수직적으로 결합된 기업형 수직결합조직은 회사의 불공정거래행위, 불평등 계약으로 인한 마찰 등에서 밝혀지듯이 그 한계성이 뚜렷하다. 유럽의 네덜란드와 덴마크, 뉴질랜드의 경우, 대규모 품목협동조합이 농식품의 가공・유통을 주도해 다국적 기업에 맞서 자국의 생산자 보호는 물론, 농식품 산업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둘째, 농산물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농가의 안정적 생산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계약생산을 확대해야 하며, 협동조합의 역할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 협동조합과 계약생산의 확대가 전업농을 중심으로 하는 농가의 규모화와 생산성 향상을 가져다주는 것은 많은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생협은 1980년대 후반 소비자와 생산자를 직접 연계하는 농산물 직거래 방식의 친환경 매장으로 시작된 이후 한살림, 아이쿱, 행복중심, 두레 등 전국적인 조직망을 가진 생협들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규모 생협들까지 다양하게 활동하며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직거래를 확대해 식품의 안전성을 높이고 유통비용을 줄여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모두 도움을 주고 있다.

    셋째, 소규모 친환경 농가들을 위한 생협, 로컬푸드 직매장과 직거래장터, 꾸러미, 전자직거래 등 대안적 직거래 유통구조를 확대해 농가의 소득을 향상시키고 안전한 먹거리의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 농가는 직거래를 통해 농산물의 판로를 확보하고 있고,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이들 신유통경로를 이용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물리적・사회적 거리인 푸드 마일, 즉 먹을거리의 이동 거리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유통단계인 사회적 거리 또한 매우 짧다. 지역의 특징이 반영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판매하며, 지역의 환경, 토양, 사회 등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농업 생산이 이루어지고 농산물의 판매도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꾸러미(CSA)는 로컬푸드의 한 유형이자 대안적 형태의 식품네트워크로 일본과 독일에서 시작되어 1990년대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하다가 최근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새로운 유통형태다. 농산물을 매개로 농가와 소비자 간 직거래를 하며 농사과정의 경제적 위험을 소비자가 함께 나누고, 소비자는 작물의 선택과 농사일 등에 보다 많은 관여를 하거나 수확물을 제공받게 되는 형태이다.

    넷째, 국가 식량계획을 수립하고 국민식생활 교육을 강화해 적정수준의 식량생산을 유지하고, 통일시대를 대비하며, 국민 건강을 지켜나가야 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세계의 식량생산이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어 적정수준의 곡물생산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변화, 기후변화, 소비자 식생활의 패턴 변화, 생산변화, 지역농업구조 변화 등을 예측하고 이에 따른 대응 전략과 정책개발을 위해 국가식량계획의 수립은 더욱 절실하며. 특히 북한의 만성적 식량불안을 고려, 통일시대를 대비한 안정적 식량공급을 위한 사전준비가 절실하다. 식생활의 패턴 변화에 따라 쌀과 곡물의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육류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식량자급률의 제고를 위해 사료용 곡물의 생산을 확대하고 벼의 사료작물 대체, 직파와 이모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으로

    다섯째, 농촌의 복지정책을 강화하고 주거・교육・문화・보건 등을 개선하여 도농의 정주권 격차를 줄이고 환경과 국토를 보전하며 지역균형 발전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농가소득의 침체와 농촌인구의 감소, 고령화 등으로 인해 농촌지역 공동체는 해체되어 가고 있으며 소득격차와 지역 간 불균형도 심화되어 가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이 농촌의 복지정책보다는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농업정책에 집중되어 상대적으로 농촌은 복지혜택에서 소외되어 열악한 복지, 문화, 교육, 의료 수준을 감내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주거환경 개선 및 공공서비스 등의 복지증진을 통해 생활기반 여건을 조성하고, 농어촌 학교에 대한 지원을 통해 지역문화와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하여,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높여야 한다. 농어촌에 근무하는 교원의 임용과 근무조건의 개선, 작은 학교 작은 교실 등의 혁신적 교육환경을 조성하여, 창의력과 인성개발에 중점을 두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농어촌 지역의 공공시설(복지관, 면사무소, 마을회관 등)을 활용하여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지역아동센터 및 어린이집의 접근성 제고와 방과후 보육서비스 제공을 통해 아이들 키우기 좋은 농촌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어르신 주치의제 실시 및 의료생협, 마을 건강센터, 농어촌 보건소 등의 의료서비스를 강화하고 농촌의 문화공간을 확대하여 떠나가는 농촌이 아닌 돌아오는 농촌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산재1

    사회재난 및 산업재해의 적폐 청산과 상시 관리체계 구축

    백도명(서울대 교수)

    산업화와 도시화, 세계화에 따른 복잡성 증가는 현대사회를 산업재해뿐만 아니라 경제불황과 금융위기, 청년실업과 고용불안정, 저출산과 노령화, 범죄와 성폭력, 성차별과 인종폭동, 정보통신교란과 네트전쟁, 인구과잉과 자원결핍,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에너지결핍과 원전사고, 교통대란과 해양재난, 전염병, 테러와 전쟁 등의 예측할 수 없는 사회재난들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위험사회로 만들고 있다.

    원전사고는 쓰리마일섬 원전사고(미국), 체르노빌 원전사고(소련), 후쿠시마 원전사고(일본) 등 원전기술 선진국에서 일어났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어떤 경우에는 단 한 번의 우발적 사고라도 통제에 실패할 경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요인에 대한 통제가 어떤 부분에서 부실한지는 사고 이전에는 알 수가 없다. 재난이 터질 때마다 거론되는 재난관리체계의 부실성, 대응 및 복구 활동의 부적절성, 민관 협력의 비효율성 등은 ‘안전’을 위협받는 사회에서 원인으로 규명된 것들이다.

    재난과 재해, 그 대응과 관리의 끝없는 순환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와 세월호 참사,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MERS) 사태에서도 총괄지휘탑의 지시에 따른 일사불란한 대응이 기대되었지만 재난대응은 때때로 실패로 끝났다. 그것은 다시 정부가 통제를 강화하는 구실이 된다. 이처럼 안전사회를 지향하는 예방프로그램은 영속적인 불안정과 제한 없는 안전 추구에 의해 전체 사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자신의 존재 기반을 재귀적으로 재생산한다. 그것은 현대사회가 다양한 재난들에 대해 예방적 규제 조치로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위험과 안전의 끝없는 순환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순환적인 재난관리체계는 재난이 완전히 예측불가능하게 일어나지는 않으며 하인리히 법칙 같은 수많은 전조가 있다고 가정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재난은 일회적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극복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순환적인 재난관리체계는 더 이상 파국적인 사건은 없다고 상정한다. 재난관리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만 한다면 재난은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재난 총괄지휘탑을 개편하고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등 재난관리의 개선을 향한 지속적인 노력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수준은 2015년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사업장 2,367,186개소에 종사하는 근로자 17,968,931명 중에서 4일 이상 요양을 요하는 재해자가 90,129명이 발생(사망 1,810명, 부상 80,999명, 업무상질병 이환자 7,064명)하였고, 재해율은 0.5%이었다. 이는 OECD 등 선진국에 비해 최고 수준으로, 산업별 분포로는 기타의 사업이 전체 재해의 29,734명(32.99%)로 가장 높고, 다음은 제조업 27,011명(29.97%), 건설업 25,132명(27.88%), 운수・창고・통신업 4,059명(4.50%), 그리고 광업 1,469명(1.63%) 순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에서는 끼임이 8,712명(32.25%), 건설업은 떨어짐이 8,259명(32.86%), 기타의 사업은 넘어짐이 8,623명(29.00%), 운수・창고・통신업은 교통사고가 922명(22.71%)으로 재해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기존 위험의 외주화는 막고 새로운 위험은 조기에 관리하고

    사회재난과 산업재해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이를 최대한 관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업무, 유해하거나 위험한 업무의 하도급 및 간접고용을 금지하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을 제정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는 노동자와 시민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므로 금지하고 공정의 외주화 절차 및 방식을 지정하고 제한할 필요가 있다.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건강 또는 안전과 관련된 ‘생명안전업무’에 대해 원칙적으로 기간제근로자, 단시간근로자,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생명안전업무를 도급하는 것도 금지하는 것이다. 외주용역에 의한 인력(간접고용)을 사용하게 되면 해당 근로자는 낮은 소속감, 고용불안 등으로 사용자에게 그 업무의 안전문제를 소신껏 제기하기 어려우므로,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안전 등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에는 직접고용에 의한 정규직 근로자를 사용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사업주가 생명안전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또한 위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한 보완 정책으로 외주화를 견제할 수 있는 내부적 장치들과 외부적 장치들을 마련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요양, 레저, 교육 등 새로운 서비스업과 IT, BT 등 새로운 기술의 벤처산업 분야에서는 새로운 위험에 대한 시각과 새로운 위험의 조기발견 정책과 새로운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원천기술평가제와 의무교육과정을 포함하여 새로운 위험의 조기발견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며, 업종별 관리지원센터 등을 설립해 새로운 위험에 대한 새로운 관리 대책을 연구 및 개발하여야 한다. 또한 신세대 관점에서 위험인식을 홍보하는 등의 새로운 위험에 대한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산업 안전을 위협하는 적폐는 청산

    셋째, 「산업안전보건법」 등 제도적 장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작동되지 않는 노동자의 안전권과 건강권이 다시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그간 안전보건 분야를 질식시켰던 적폐의 청산 조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적폐인 가부장제적인 경영권 및 경영자의 안전보건 통제가 권위주의에 기댄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를 합리화하고 있으며, 안전과 건강보다 기업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내고 세계시장에서의 경쟁 및 성장담론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또한 위험의 외주화와 원자력발전, 유전공학, 나노공학 등 첨단산업의 정보 밀폐성이 효율성을 가장한 엘리트주의로 정당화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로서 산업재해에 대한 알 권리는 단순한 정보제공이 아니라 동의 차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즉, 노동자의 경영참여 권리는 정보를 얻는 과정에의 참여, 정보를 평가하는 과정에의 참여, 정보를 환류하는 과정에의 참여를 포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업장이나 다중이용시설에서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중대재해를 유발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사고 책임이 있는 사업주, 법인, 경영책임자, 공무원 등을 처벌하도록 하는 「기업살인법」을 제정하여야 한다. 현행법은 재해가 일어나도 경영책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처벌하기 어렵고, 기업의 조직구조 때문에 경영자의 과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위험작업에 대한 고지를 해야 하는 의무(미란다 원칙과 동일)와 그에 따른 거부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노동자에게 산업재해 안전시설이 없는 작업, 심장 혈관의 자기공명(CMR) 작업 등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권리가 부여돼야 한다. 또한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업무와 관련된 노동자 및 공중의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사고나 재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기업과 정부기관에게 상한선 없는 징벌적 벌금 부과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벌금 외에 유죄가 확정된 사업주 이름과 기업의 범죄 사실을 지역 또는 국가의 언론 등에 공표해야 하는 공표제도도 시행하여야 한다.

    다섯째, 산업재해의 관리 원칙은 산업진흥과 산업규제의 분리, 즉 생산자를 위한 행정과 소비자를 위한 행정의 분리, 사업주를 위한 행정과 노동자를 위한 행정의 분리, 전문가를 위한 행정과 일반인을 위한 행정의 분리가 되어야 한다. 또한 부처 간 산업안전 관련 기능의 통합과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 위험물질의 수입·생산·운반·소비·폐기 등 전 과정에 이르는 관리체계를 갖추면서, 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원·노출·건강 등에 이르는 전 단계의 자료 생성과 평가가 이루어지는 관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및 풀뿌리 지역단체가 기능을 분담하고 시민과학의 참여가 이뤄지는 관리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상을 보편적 기본소득의 개념에서 지원하고, 예방은 가중책임 개념에서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기업은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범정부적 수준에서 사회위험을 상시 관리해야

    끝으로 사회위험은 재난에 따른 중층적인 위험이 확산되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조직, 사회체계의 변화에 따른 위험을 규명하고, 그에 따른 위험의 관리를 제도화해야 한다. 대통령과 그 직속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민안전처 등의 위험예방 및 관리조직의 컨트롤타워, 재난관리체계의 변화에 따른 위험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 특히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SAS), 중동호흡기 증후군(MERS) 등의 전염병과 조류인플루엔자, 광견병(공수병), 일본뇌염, 뉴캐슬병, 황열 등의 바이러스성 인수공통전염병 등은 매년 반복적으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한다는 점을 고려해 이에 대한 범정부적 상시 프로그램을 신설,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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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 회의 글 [시민혁명과 대선-6]재벌·공공·복지 대개혁-공공적 민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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