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2017년 최악의 살인기업
    매해 산재 사망 노동자 2,400여명. OECD 1위 수년째 유지
        2017년 04월 26일 04: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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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현대중공업이 선정됐다. 현대중공업에선 지난 한해만 모두 11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고 그 중 7명이 하청노동자다.

    산재사망 대책 마련 공동 캠페인단(양대노총,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6일 오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2017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을 열고 선정된 살인기업의 순위를 발표했다. 이 순위는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16 중대재해 보고’ 자료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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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기업 선정식(사진=유하라)

    이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2015년에 이어 또 다시 1위에 올랐다. 현대중공업은 잦은 산재사망 사고로 2015년 6월 안전실태 특별근로감독을 받았고 지난해에도 4월과 10월 두 차례나 특별근로감독을 받았었다. 그러나 4월 특별근로감독 이후에도 현대중공업에서 6명, 10월 이후에도 2명의 노동자가 또 다시 사망했다. 회사 자체에서 재해예방에 대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뒤이어 대우건설(8명) 대림산업 건설 부분(7명)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는데, 사망한 노동자 전원이 하청노동자였다. 산재 사망과 안전 의무에 대해 원청이 책임을 회피하고자 원하청 구조를 확산하고 위험의 외주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밖에 포스코(제조), 포스코 건설은 각각 7명(6명 하청), 5명(전원 하청)의 사망자를 냈다.

    특별상엔 교육부와 우정사업본부가 뽑혔다.

    교육부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로 인해 학생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이를 방기했다는 것이 선정 근거가 됐다.

    올해 초 특성화고에 다니다가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간 한 여학생이 전공과 무관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사망사고 이후에도 ▲학교에서 현장실습 사전교육 필수 ▲사업주가 안전보건상 조치 취하도록 한다 등의 실효성 없는 대책만 내놨다.

    공동캠페인단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 위험할 때 거부할 권리,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알권리를 박탈당하고 교육이라는 이름의 기만과 폭력에 노출된 현장실습 노동자들이 앙상한 현실은 그대로”라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노동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선 학교 교육에 반드시 노동인권 및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하나 교육부는 노동교육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정된 살인기업 가운데 공공기관으로선 유일하게 매해 등장하는 곳이 우정사업본부다.

    공무원연금공단이 한정애 의원실에 제출한 ‘2016 공무상 사망 통계 자료’와 고용노동부가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사망집배원 사후처리 내역’ 등을 종합해보면, 우정사업본부에서 지난해 한 해 동안 사망한 집배노동자는 7명, 계리원(사무직) 1명 등 총 8명이다.

    이 같은 사망자 수는 고용노동부의 ‘2016 중대재해 보고’ 자료엔 일부 누락돼있다. 그러나 여러 자료를 통해 사망자 수 등을 종합할 경우 우정사업본부는 2016 최악의 살인기업 2위에 해당한다. 여기에 위탁택배 등 외주화 업무까지 포함하면 8명 사망 수치도 과소 추정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는 것이 공동캠페인단의 주장이다.

    특히 집배노동자 사망원인엔 교통사고 보다 과로사가 더 많았다. 8명 중 6명이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엔 2015년 부활한 토요택배제의 원인이 큰 것으로 지적된다.

    매해 산재 사망 노동자 2,400여명. OECD 1위

    한국에서 매해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는 2,400여명. OECD 가입 국가 중 부동의 1위이라는 수치스러운 기록을 수년째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위 후진국으로 분류되는 칠레, 터키, 멕시코보다도 산재 사망자 수가 많고, 영국의 11배, 일본과 독일의 5배나 더 많다. 문제는 산재통계에 배제되는 화물운수, 건설기계, 버스, 퀵 서비스, 택배 등 특수고용 노동자 250만 명까지 포함하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공동캠페인단은 반복적 산재사망과 재난사고의 원인에 대해 “기업의 탐욕과 이윤추구에 있다. 노동자 생명을 위한 안전은 기업에는 비용과 규제로만 인식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재벌 대기업은 예방책임도, 보상책임도 빠져나가면서 한해 수백원의 보험료를 감면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수천 건의 안전관련 법 위반을 밥 먹듯이 하는 기업의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은 고자 수 십만원 수준이며, 기업의 최고 책임자나 원청 대기업은 처벌에서 모조리 제외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대재해를 일으키는 기업을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이른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현행 법에도 산업안전보건법이 있기는 하지만 약한 처벌 수위 등의 문제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두 차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고도 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일은 산안법의 무력함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앞서 지난 12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시민·노동자에 대한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과 정부 관계자를 기존 산안법보다 더 높은 수위로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동캠페인단은 “산재 사망은 기업에 의한 구조적 살인”이라며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고 산재 사망에 대한 기업과 정부 관료에 조직적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제정을 위해 싸워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에 선출될 대통령은 노동자가 더 이상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지 않도록 산재 사망에 대한 기업의 처벌강화 등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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