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없는 노동’ 강요
    대한민국 시스템 바꿔야
    심상정, 임신중단권 추진 의사 밝혀
        2017년 04월 25일 06: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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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25일 여성단체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대선에서 다른 후보들과 여성 문제에 접근하는 관점이나 정책 구상의 내용이 다르다”며 이번 대선에서의 유일한 여성후보로서, 여성정당임을 명문화하는 진보정당으로서의 차별성을 부각했다.

    한편 이날 성평등정책 간담회를 위해 범여성계의 연대기구 추진위원회가 조직돼 운영되고 있다. 추진위원회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 한국여성단체협의회 65개 회원단체, 한국YWCA연합회 52개 회원 YWCA, 한국여성유권자연맹 17개 지방연맹 149개 지부가 참가하고 있다.

    “여성의 고통, 차별, 불평등 문제를 여성문제로 한정해선 안 돼”

    심상성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에 있는 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 ‘모두를 위한 미래, 성평등이 답이다’에 참석해 “핵심적인 것은 여성들의 고통, 차별, 불평등을 단지 여성 문제로만 한정해서 바라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여성의 권익 향상 관점을 넘어서 여성의 사회적, 정치적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성평등정책 간담회는 범여성계 연대기구 추진위원회가 주최했다. 이 추진위원회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 YWCA연합회, 한국여성유권자연맹 등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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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심상정 후보(사진=유하라)

    심 후보는 “지난 10년간 정부가 저출산 문제에 80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더 낮아지고 있다. 이는 출산문제를 여성의 문제로 바라보기 때문”이라며 “여성이 왜 아이를 낳을 수 없는가에 대한 환경에 주목하지 않고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행태에만 집중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가족 없는 노동’을 강요하는 대한민국의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제가 공약으로 낸 ‘슈퍼우먼 방지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파파쿼터제(아빠 육아휴직)’를 모든 후보들이 현재 빠른 속도로 수용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 문제를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선거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라며 “당선자를 확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거과정에서 오천만 국민들의 요구와 문제의식이 뒤섞여 전국민 토론을 이루고 그 과정에서 큰 방향이 결정되는 과정”이라고도 덧붙였다.

    남녀 임금 격차 “임기 내 20% 수준으로 격차 줄일 것”

    이어 남녀 임금격차, 남녀 동수내각, 여성폭력, 1인 가구, 여성가족부 개편 공약 등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심 후보는 남녀 임금격차 문제와 관련해 “여성의 날에 여성단체에서 ‘3시 stop 캠페인’을 했다. 오후 3시까지 일한 임금 밖에 주지 않는 것에 대한 캠페인인데 이 문제는 여성 의제 중 가장 우선적인 주제”라며 “임기 내 성별 임금격차를 20% 수준으로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남녀 임금격차 해소의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은 ▲동일노동-동일임금 ▲성별 고용-임금 공시제도 도입 ▲여성고용 친화적인 기업 문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이다.

    특히 “육아휴직만 중요한 게 아니라, 자녀를 케어할 부모에게 출근시간 조정과 같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실질적 대책 마련에 중심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또 “저임금 노동의 가장 바닥에 여성이 있다”며 “때문에 최임 1만원 인상은 여성들의 저임금 해소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남녀 동수 내각 문제와 관련해서도 “저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선거법 개정에 올인할 생각이고 개헌과 맞물려 선거제도 개혁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면서 “제가 대통령 되면 대한민국 최초로 남녀 동수 내각이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례대표 홀수번호가 여성을 배정했던 17대 국회에서의 민주노동당 사례를 언급하며 “민노당에서 9시간 토론해서 2표 차이로 관철시켜서 제도화까지 이끌어냈다. 그런 점에서 유일하게 여성정당을 명문화한 진보정당으로서의 자부심 갖는다”며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서 여성 대표성 뿐 아니라 여성정치의 대표성 강화해서 남녀 동수내각 반드시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례 홀수 번호에 여성을 배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심 후보는 “그 누구보다도 깨끗하고 전문성을 갖고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장관을 할 만한 여성이 많다”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여성폭력에 관한 문제에 대해선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것은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너무 저급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폭력에 대한 피해자의 고발이 이뤄져도 여성에게 일부 책임을 전가하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심 후보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성범죄, 성차별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강력한 교육, 문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또한 “성범죄에 대한 단속과 처벌 강화만 한다고 해결되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처벌이 너무 약하다. 강화시킬 필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직장 내 성희롱의 정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형법상 성폭력 개념 범위를 확대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또 종합적 대응시스템, 사전 예방, 피해자 보호 대책 등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 성폭력 방지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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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평등부, 각 부처 정부예산의 성평등적 관점 집행 총괄해야 

    아울러 여성가족부 개편 공약과 관련해선 “여성가족부를 어떻게 개편하느냐의 문제론 해결되지 않는다. 통치권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고 의지가 실려야 가능한 문제”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존폐 여부가 아닌 성평등과 관련해 그 역할을 어떤 방향으로 강화할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심 후보는 성평등 역할에 소극적이었던 여성가족부를 성평등부를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개편한 성평등부는 양성평등 차원을 넘어 성을 주류화 하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등의 역할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심 후보는 “(여성가족부에서 개편한) 성평등부 예산 확충도 중요하지만, 성평등부가 각 부처 정부 예산이 성평등 관점에서 어떻게 공정하게 집행되느냐를 총괄부서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국무위원부터 성평등, 성인지 예산교육을 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헌 과정에서 남녀 동등권 명문화, 성평등 적극적 조치를 명시해서 전반적으로 성주류화 사회로 나아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지금까진 보수정부이든, 민주정부이든 국무회의를 열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말발을 세우고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환경부 장관은 말도 못했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국무회의에서 기재부 장관 이상으로 노동부, 환경부, 성평등부 장관이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신중단권(낙태), 페미니즘 갈 필요도 없이 헌법의 정신에도 규정돼 있어”

    한편 심 후보는 지난 21일에 있었던 걸스로봇, 닷페이스 주최의 특별대담에서 여성의 ‘임신중단권(낙태)’에 관해 찬성한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심 후보는 이 자리에서 “낙태 문제는 페미니즘까지 갈 필요도 없다”며 “낙태를 죄로 다스린다는 것은 국가가 자궁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단언했다. 또 “기본적으로 낙태는 여성들의 신체의 자유에 해당되고 여성들은 그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헌법 10조 행복추구권에는 ‘인간은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추구할 수 있다’고 돼있다. 그 중엔 신체의 자기결정권도 포함돼있다”며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을 때에도 출산 후 사회가 축복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 있다면 낙태를 할 이유도 없어진다”고 부연했다.

    이어 “저출산 대책을 얘기하면서 낙태시술을 한 의사들을 처벌하고 낙태금지가 저출산 대책이라고 하는데 이런 발상이 바로 저출산 국가를 만드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선을 위해 정치를 하지 않고 임신중단권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책임 있게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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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후보가 셀카봉 들고 대담 이후 찍은 사진(출처=닷페이스)

    심 후보는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도 “저는 이성애자이고, 제가 존중하는 것은 인권과 자유”라며, 차별금지법이 각 지역 개신교도들의 압박에 의해 의원들이 자진해서 법안을 철회한 점을 지적하고는 “차별금지법은 기본법에 해당하고 여러 의원들이 그 사실을 다 인정하는데도 표 때문에 굴복했다”면서 “굉장히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선거운동에서의 차별금지법은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적어도 진보정당과 심상정의 존재이유이며 사명감을 가지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소수자들의 투쟁에 대해 용기와 연대의 손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번 대선 과정에서 차별금지법을 공론화시키겠다는 각오”라고 밝혔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처벌을 합법화하고 있는 군형법 92조 6항에 대해선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군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발의하기 까지 10명의 국회의원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10명 채우기가 너무 힘들었다. 우리 당이 10석, 20석, 교섭단체로서 권한을 갖고 있다면 여러분과 토의하는 많은 문제들의 실현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정치란 그런 것이다. 심상정에게 주는 표는 사표가 아니다. 대세에 의지하는 표가 사표”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차별금지법, 반대 세력은 강력한데 찬성 세력 목소리는 약해

    특히 심 후보는 이날 대담 참석자들에게도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힘은 너무나 또렷한데 이 법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도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 세게 내야한다”며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쪽이 국회의원의 생사여탈권, 즉 ‘뱃지권한권’을 가지면 이 법은 절대 통과될 수 없다. 찬성하는 사람이 그 권한을 가져야 한다. 제가 앞장서겠다.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당내 ‘메갈논란’으로 시작된 여혐 문제와 관련해서도 심 후보는 “이 문제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거대한 (옆 사람을 혐오하게 되는) 여름 감옥에 갇힌 것 아닌가 생각했다. 우리는 그 여름 감옥을 만든 세력과 구조와 싸워야 하는데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를 혐오하게 되는 상황이 당내 여혐 논란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모든 혐오에 반대하는 이유는 사회적 약자의 연대를 방해한다는 데에 있다”며 “사회적 약자들과의 연대로 여름감옥을 없애야 하는 정당의 대표로서 이 문제를 강력하게 설득하지 못한 점을 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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