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치 부활 위해
    새 도전정신의 불씨 필요
    [진보정치 공동연재 2-1] ‘정당-사회운동-대중’의 유대관계에 대해
        2017년 04월 25일 03: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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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레디앙, 민플러스 공동연재 글이다. 촛불운동과 박근혜 파면을 거치며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대안체제를 앞장서서 주장해온 진보정치는 불신의 장벽에 갇혀 연대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향후 진보정치운동의 부활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냉정한 분석과 평가, 소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진보정치를 연구했거나 진보정당에서 활동한 세 명의 1기 진보정치의 평가와 제언을 6차례에 걸쳐 싣는다. – 글쓴이(정경윤, 김상철, 손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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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치 공동연재1-3] ‘긴’ 후기 87년체제와 진보정치의 위기

    두 번째 주제, ‘진보정치에 대한 제언’이다. 앞서 필자와 김상철, 손우정은 여러 접근을 통해 진보정치의 위기 배경과 원인을 평가했다. 두 번째 주제에서는 진보정치 평가를 토대로 이후 진보정치의 방향에 대해 각자의 제언이나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어쩌면 단기적으로 필요한 것일 수도 있고 장기적일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대중정당인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제언을 하려 한다.

    어떤 진보정당이 필요한가?

    “약자와 관련한 정책에 대해 민주당은 무조건 하자는 입장이었어요, 야당이니까요. 그 전 국회에서는 한나라당도 하자고 했었어요, 야당이었거든요. 여당은 정부 입장에 따라 주춤거리고 야당은 말로는 하자고 하지만 다른 쪽에서 뭔가 문제가 있다고 하면 주춤거립니다. 그럴 때마다 진보정당 의원들이 논리를 가지고 계속 문제 삼고 주장해주면 응원이 됩니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정책보좌진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어떤 국회상임위 전문위원이 나에게 한 말이다. 국회 상임위에서 입법심의를 할 때 검토의견을 제출하는 전문위원은 보수정당 입장을 유리하게 해준다는 비난을 자주 듣는다. 그런 위치에 있는 국회 전문위원으로부터 진보정당 의원의 필요성을 듣는 것, 또한 민주당과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양당체제의 보수성과 사회적 약자의 대표성을 명확히 하고 그들의 입장을 일관되게 대변하는 진보정당의 소중함을 듣는 것은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는 이런 이야기도 했다.

    “국회에서 입법을 할 때 ‘강자’는 자기 의견을 관철시키는데 ‘약자’는 그게 안 됩니다. 조직화가 안 되어 있으니까요. 약자들이 조직화만 된다면 자기들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습니다. ‘표’ 행사가 가능하니까요. 실력 행사를 해야지 관철됩니다. 이들이 조직화가 되고 전국에서 어떤 움직임이 만들어지면 의원들은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낯설지 않은가? 진보정치운동 활동가로부터 들을 법한 말을 국회 전문위원으로부터 듣는 것이 말이다. 누군가는 관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회적 힘’에 대해 입법과정에서 전개되는 권력구도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로부터 사회적 힘의 절실함을 듣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한편으로는 진보정치세력 분열로 어떠한 정치운동도 전개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서 어느 개그맨이 외치는 유행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너만 빼고 다 알아”.

    씁쓸함을 뒤로 하고 그의 말을 종합해 보면, 제도정치 공간에서 진보정당 의원들이 존재해도 이들이 대변하는 ‘약자’들의 조직화와 사회운동이 전개되지 않으면 효력을 발휘하기 힘들고, 운동이 전개된다 하더라도 제도정치 공간에서 그들과 연계된 진보정당 의원들이 없다면 거대정당들에 의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진보정당과 조직화된 대중, 그리고 사회운동의 유기적인 협력관계 형성은 정치사회 변화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인 것이다.

    FTA

    대중의 ‘힘’을 기반으로 한 진보정치

    이번 촛불운동을 거치면서 새삼 확인한 것처럼 국가권력구조는 그 내부가 동일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국가권력은 대항세력의 전략적 선택과 자원동원에 제한을 가하기도 하지만 대항세력이 만들어낸 ‘사회적 힘’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지배세력에 도전하는 대항세력과의 각축과정에서 대항세력의 조직화, 활동전략과 활동방식 등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항세력이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자본주의 국가의 자본계급에 대해 노동계급이 노동조합운동이나 정당을 만듦으로서 정치권력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가지듯이, 사회운동단체와 같은 중간매개조직을 통해 대중들이 조직화되고 그들을 대표하는 정당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을 때 대항세력의 정치적 도전과 저항이 전개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많은 이들이 알 수 있는 이야기다. 정치학이나 사회학 책에서도 찾을 수 있고 사회운동 활동가나 진보정치운동 활동가들도 쉽게 얘기하는 것들이다.

    문제는 이 유대관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달려 있다. 지난 1기 진보정치에서 대표적으로 실패한 것은 바로 ‘관계형성’에 있다. 구체적으로 당이 추구할 이념과 가치, 당 정체성, 당원과 조직 결합의 응집력과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한 유대관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정파-정파, 당 최고위-의원단, 중앙당-지역위, 당-당원, 당-운동단체 간의 갈등은 빈번했고 연속되는 분열을 겪고 있다. 당 뿐만이 아니다. 민주노총, 전농과 같은 주요한 사회운동단체에서도 당에서 겪었던 유사한 갈등과 문제가 나타났다.

    당원, 조합원, 회원을 포함하여 대중을 대상화하는 한계도 가졌다. 대중은 동원의 대상에 그쳤을 뿐이다. 진보정당이나 사회운동단체들의 이념은 ‘인민정치’, ‘민중정치’를 강조하였으나 활동양식은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번 촛불운동을 거치며 확인된 것이 있다. 바로 엘리트들에 대한 불신이다. 진보·보수, 정당·사회운동세력 구분 없이 엘리트들에 대한 촛불대중의 불신은 그들의 자발성과 주체성이 강화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전히 대중들의 계급의식에 의심을 가지고 있는가? 한진중공업의 ‘희망버스’, 손배가압류 피해노동자들을 위한 ‘노란봉투’,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에 지지를 보낸 대중들은 오히려 민주노총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대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대중들의 주체성과 자발성이 발휘될 수 있는 정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중앙 집중적, 노조·단체 중심적, 간부 중심적 활동무대에서 벗어나 당원, 조합원, 회원들의 삶과 연계된 정치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 민주노동당이 시도했던 ‘분회’는 다양한 활동방식의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술자리모임, 사업 하달식 모임의 한계를 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동안 이루어졌던 다양한 협동조합, 민중의집, 마을사업 등과 같은 활동 분석을 통해 새로운 생활정치, 지역정치를 시도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진보정치 또한 만들어 갈 수 있다.

    응집력과 내구성에 달려있다. 무엇을 중심으로?

    대중들과 사회운동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정당을 구성하게 되면 그 정당은 기존의 정당들과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다. 당연히 주류정당들은 자신들의 경쟁관계와 지배질서를 유지하고자 새로운 정당을 무력화하려 한다. 특히 국가권력구조에 대항하려는 진보정당의 경우 이념적으로 제한된 ‘헌법’의 틀 속에 갇힐 것을 강요받고, 그것을 수용하는 순간 그들의 권력자원인 대중, 사회운동과의 괴리를 피할 수 없다.

    기존 주류정당들과 경쟁력을 가진 경쟁자가 되려면 외부의 충격에도 안정적으로 잘 조직화된 정당이 되어야 한다. 때문에 ‘정당-사회운동-대중’ 간의 응집력과 내구성을 가지기 위한 유대관계를 만들어야한다. 정당과 사회운동은 자율성을 가지되 상호주도적이면서 긴밀한 연대관계를 가지고, 정당-사회운동-대중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대중적 기반을 확대해가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중심으로 관계를 형성할 것인가? 장기적으로는 대안사회에 대한 담론을 마련하고 진보정치세력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진보정치세력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의제를 중심으로 운동을 전개하고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단기적인 과제들을 실천하고 그 실천이 누적되는 과정에서 장기적인 과제들도 이루어질 수 있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진보정치세력 내부에 얽혀있는 갈등도 심각하다. 지배세력에 비해 물적 자원도 취약하다. 강력한 지도자도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진보정치세력은 무력화 될 것인가? 사회운동세력은 거대정당들의 포섭전략에 이끌려 갈 것인가?

    ‘불씨’들이 모여야 한다. 개개인의 촛불들이 모여 거대한 촛불을 만든 것처럼 진보정치 부활을 위해 머리를 맞댈 불씨들이 모여야 한다. 새로운 도전 정신이 필요한 때다.

    필자소개
    사회학 박사(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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