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청춘 선언』,『약탈 정치』 외
        2017년 04월 22일 10: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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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 선언> – 철학으로 세상 읽기

    남도현 (지은이) | 이숲

    청춘 선언

    젊은 철학도가 만화로 그린 인문학적 독서의 기록이자 청춘의 가치에 대한 선언이다. 이 지적 편력은 동서고금 33인 대표적 인문학자의 대표 저서에 대한 저자의 이해와 해석으로 전개된다. 철학,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인류학, 종교학 등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현실에서 제기되는 여러 심층적인 문제와 그에 대한 사상가들의 명철한 해답을 제시한다.

    철학을 전공한 학생답게 자신이 천착한 인문학자들의 삶과 작품을 바탕으로 ‘만화적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인문학적 소재를 코믹하면서도 환상적인 서사로 풀어냈다. 그렇게 자신의 분신인 주인공과 여러 사상가로 변신하는 동료의 만남을 통해 현실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를 성찰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청춘의 의미를 스스로 묻고 대답한다.

    대학을 휴학 중인 저자는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에서 착상하여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또 적어도 청춘이라면 단연코 ‘선언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부조리한 사회, 조작된 사회에서 절망하고, 기득권에 빌붙어 일신의 안녕과 영달을 좇기보다는 공평하고, 공정하고, 서로 돌보고, 서로 배려하는 사회,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해야 청춘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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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릿 베어의 기적>

    벤 마이켈슨 (지은이) | 이승숙 (옮긴이) | 양철북

    스피릿 베어

    청소년들의 고뇌와 아픔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작가 벤 마이켈슨이 ‘학교 폭력에 마주한 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보며 이 책의 집필을 결심한 저자는 소설 속 주인공 콜의 모습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자신들이 처한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며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

    전편 <스피릿베어>에서 폭행과 강도짓을 일삼던 불량소년 콜은 알래스카 외딴 섬으로 유배를 떠나 홀로 지내면서 자신이 어떻게 분노로 삶을 망가뜨렸는지 처절히 깨닫게 되고, 마침내 스피릿베어를 만나 내면을 성찰하고 상처를 치유하기에 이른다. 그 과정을 생생히 그려내 많은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던 저자가 이번 작품에서는 그렇게 변화한 콜을 폭력이 난무하는 대도시 고등학교로 다시 데려다 놓는다. 과연 대자연의 품에서 단단한 내면을 갖추게 된 콜이 이러한 현실에 잘 대응할 수 있을까?

    인디언 사회의 ‘원형 평결 심사’는 죄를 지은 사람에게 처벌이 아닌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 이미 그 제도의 저력을 경험한 주인공 콜은,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원형 평결 심사’를 하자고 제안한다. 전교생이 모여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마음을 나누게 되면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미래가 담긴 학교를 더 나은 곳으로 바꾸려는 열망으로 똘똘 뭉쳐 하나가 된다.

    저자는 <스피릿베어의 기적>에서도 폭력과 무차별적인 차별에 내동댕이쳐진 아이들의 극한 상황, 현실에 무뎌진 어른들의 무관심과 이기심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그런 난관을 뚫고 나가기 위해 콜이 용기 있게 나서는 행동과 학교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과 어른들에게까지 그 용기가 번져 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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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 – 현장 보고와 분석

    최영준 | 최일붕 (엮은이) | 책갈피

    박근혜 퇴진 촛불

    박근혜 퇴진 운동은 역대 한국 시위의 모든 기록을 갈아 치우는 일대 사건이었다. 연인원 1600만 명이 참가했고 100만 시위가 무려 6차례나 벌어졌다. 단일 사안으로 거대한 대중 집회가 5개월 동안 이어진 것도 최초였다.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 현장 보고와 분석>은 이 중요한 정치적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생하게 기록했다. 본대회와 광장 곳곳에서 나타난 연대의 모습과 참가자들의 자유 발언도 꼼꼼하게 담고 있다. 운동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도 자세하게 다룬다. 퇴진 운동 안에서 벌어진 무수히 많은 논쟁을 숨김없이 다루고 운동이 승리할 전략과 전술을 제시하려 애쓴다.

    이 책은 촛불 운동이 어떤 우여곡절을 겪고 어떻게 승리했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살펴봄으로써 적폐 청산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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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탈 정치> –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의 기록

    강준만 | 김환표 (지은이) | 인물과사상사

    약탈정치

    저자는 이명박 · 박근혜 정권의 ‘약탈 정치’는 그 어떤 정권보다도 사악하거나 탐욕스럽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정치는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봉사했고,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그들의 약탈 정치는 돈과 기업, 나아가 국민의 신임까지 약탈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3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재벌들이 요구해온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를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도 완화했다. 4대강 사업은 공사 과정에서 1조 원이 넘는 세금을 낭비했다. 아랍에미리트 10억 배럴 이상 유전 개발,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등은 57조 원의 혈세를 낭비한 ‘대(對)국민 사기극’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고 했지만, 장관 내정자들의 면면은 ‘희망의 새 시대’와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지만, 박근혜는 7시간 동안 행적이 묘연했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전원 일치로 그를 파면했고, 3월 31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되어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되었다.

    약탈 정치는 좌우나 진보 ·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누적되어온 우리의 경제발전 방식과 그것에 의해 형성된 삶의 방식에 녹아 있었다. 독선에 빠지면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권력 남용과 측근 비리는 반복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희대의 약탈 정권이 우리에게 주는 최대의 교훈이라 저자는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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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밖에 없다> – 고석의 사회복지 이야기

    고석 (지은이) | 평사리

    사랑밖에 없다

    동네 주민센터에서 생활보호대상자 등 어려운 이웃의 민원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사회복지공무원이다. 경제적으로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돕고자 국가에서 사회복지공무원제를 1987년에 신설했으니, 이 제도가 만들어진 지 30년, 거의 한 세대가 되어 간다. 그 시간 동안 과연 대한민국의 사회복지는 얼마나 성숙해 왔을까?

    이 책의 저자인 고석은 사회복지공무원으로서는 1세대이다. 한센인 거주지가 그의 첫 임지였다. 이후 26년 동안 복지 현장에 있었다. 이 책은 수급자와 복지제도 사이에서 사회복지공무원이라는 독특한 역할을 해온 저자 고석의 이야기이자, 우리 사회가 추진해 왔던 공공 사회복지의 생동감 있는 현장의 역사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복지 시스템이 나아가야 할 길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육성 기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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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길 위의 철학> – 플라톤에서 니체까지 사유의 길을 걷다

    마리아 베테티니 | 스테파노 포지 (엮은이) | 천지은 (옮긴이) | 책세상

    여행 길위의 철학

    ‘철학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흰 수염에 튜닉을 입고 도서관 같은 곳에 틀어박혀서 일부 학자들만 아는 어려운 개념어를 사용해서 형이상학적인 사유에 몰두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철학자들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외국에 사는 현인을 만나기 위해 험준한 산을 넘고 거친 바다를 건너는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았다.

    신기하게도 생각이란 것은 꽉 막혀 돌파구가 보이지 않다가도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안 보이던 길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철학자들은 대부분 여행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고, 이를 세계 속에 펼쳐놓고 확인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부유하는 생각을 손에 움켜잡기 위해, 그리고 자신만의 철학을 완성하기 위해 위험한 여행에 나섰다.

    이 책은 철학자들의 여행이 철학으로 열매 맺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12명의 철학자, 역사학자, 정치학자들이 모여 솔론과 라이프니츠, 루소의 여행을 되짚어가며 그들이 자신의 철학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추적한다. 그리고 플라톤과 마테오 리치, 바쿠닌처럼 자신의 철학을 세상에 관철시키기 위해 여행했던 모습도 그려낸다. 일견 다른 듯 보이지만 두 과정이 모두 자신의 내면을 확장시키는, 즉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과정이었다 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철학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철학자들의 여행 이야기를 엿보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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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따의 정치학> – 왜 진보 언론조차 노무현·문재인을 공격하는가?

    조기숙 (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왕따의 정치학

    ‘전국구’, ‘새날’ 팟캐스트 청취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정치 분석가 조기숙 교수의 신작. 김대중은 정치 인생 내내 ‘빨갱이’ 프레임과 맞서 싸웠다. 호남의 지지를 업고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은 ‘빨갱이’에 ‘막말’ 프레임에 시달렸다. ‘노무현의 후예’ 문재인은 정계 입문과 동시에 앞선 두 왕따 대통령의 유산을 물려받음은 물론,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까지 더해져 왕따 정치인의 계보를 이었다.

    이 책의 저자 조기숙 교수는 언론이 만들고 반문·비문이 완성해가는 ‘기승전’-문재인 전략의 부당함을 언론의 보도자료와 통계자료를 근거로 들어 낱낱이 분석한다. 흔히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으면 왕따가 성립된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적 구조와 집단의 협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왕따가 성립되기 어렵다. 왕따 현상은 피해자와 가해자는 물론 동조자, 방관자 그 외에도 강화자가 있어야 비로소 성립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왕따 현상을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 방어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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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민주주의> – 광장에서 대한민국의 내일을 묻다

    이재성 | 정은주 | 노현웅 | 박유리 (지은이) | 한겨레출판

    다시 민주주의

    기자들이 발로 뛰며 접한 우리 시대 민주주의에 대한 보고서다. 준비기간을 포함해 4개월 동안 300명가량의 시민들을 인터뷰한 내용은 ‘1987~2017 광장의 노래’라는 연재로 이어져 화제가 되었고, 이를 가다듬어 책으로 출간하였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선 기자들의 자기 고백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우리가 채 벗어나지 못한 ‘박정희의 그림자’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나아가 ‘민주주의’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가 어떻게 세대 간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지 깊이 있게 살펴본다. 나아가 촛불 이후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모색으로까지 이어진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는 ‘광장의 노래’다. 1960년 4.19 혁명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왜 시민들은 계속해서 광장에 서게 되었는지, 왜 그 결과는 매번 실망스러웠는지 살펴본다. 또한 집단으로서의 시민이 아닌 한 명 한 명의 시민으로서 광장에 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묻는다.

    2부는 ‘우리 안의 박정희들’이다. ‘삼성’(정경유착과 노동배제), ‘강남’(아파트공화국), ‘대구’(TK정서), ‘낙인과 배제’(2등국민), ‘울산’(산업도시의 흥망)이라는 5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박정희의 그림자’가 우리 안에 얼마나 스며들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3부에서는 지금의 우리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다룬다. 세대별로 ‘민주주의’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인지 물었다. 4부에서는 무작위 추첨으로 뽑힌 시민배심원단이 전문가들이 내놓는 정책방안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정책배틀’ 형식의 직접민주주의 실험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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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리걸음을 멈추고>

    사사키 아타루 (지은이) | 김소운 (옮긴이) | 여문책

    제자리 걸음

    자기주장과 색깔이 분명한 일본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의 또 다른 신간. <야전과 영원> 출간 이전부터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의 대성공에 이르기까지 힘차고 거침없이 춤추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그 시기를 관통해온 약동하는 사유의 흐름을 돌아본다. <야전과 영원>의 숨은 이야기를 비롯해 산책의 효용성, 폭력의 현재성, 대안적인 생의 탐구, 참된 죽음의 의미, 힙합과 혁명의 공통분모,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 대한 근원적인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논의가 펼쳐진다.

    “역시 그의 매력은 망설임 없는 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망설임과 그 망설임을 억누르는 긴장이 담긴 시적인 한마디 한마디가 전율을 느끼게 한다.” 그와 인터뷰를 했던 다구치 히로유키라는 이의 평이다. 그 인터뷰에 따르면 숱한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하던 <야전과 영원>을 제대로 알아본 이들은 소설가, 시인, 사진가 등 직접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언뜻 철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힙합에도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사상가 사사키 아타루의 마르지 않는 매력에 또 한 번 즐겁게 빠져볼 만하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지난겨울 전국의 광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우리의 ‘촛불혁명’에 대한 깊은 감탄과 진정 어린 찬사, 상대적으로 부끄러워하는 소회를 솔직히 드러낸 ‘한국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수록되어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더 살가운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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