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의 복지·일자리 공약 분석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구체성, 재원방안 등 평가
    2017년 04월 21일 04: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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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해결의 열쇠가 ‘복지’와 ‘일자리’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5개 정당 대선 후보들의 복지공약은 제각각이다. 시민사회단체 등이 각 후보들이 낸 복지·일자리 공약을 비교·분석한 결과에는 ‘구체성 떨어짐’, ‘재정 마련 방안 미흡’, ‘기존 공약 답습’, ‘후퇴’ 등의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참여연대>가 21일 발표한 ‘19대 대선 복지‧노동 공약 평가 이슈리포트’는 기초보장, 보육, 노인, 노후소득보장, 보건의료, 고용노동, 청년 분야에 관해 각 후보들의 선거공약자료와 언론·시민사회단체의 질의에 대한 답변 등을 토대로 한 정책 공약 비교·분석 결과를 담고 있다.

부양의무제, 후보 전원 ‘폐지’…재원조달 방안은 ‘글쎄’
이슈리포트 “심상정·유승민 ‘증세’ 필요성 피력, 긍정적”

가난의 대물림, 심화되는 양극화로 가난을 개인이 혼자 떠맡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대선에 이어 19대 대선에서도 부양의무제 폐지는 복지 공약의 중심에 있다.

부양의무제는 경제활동 능력을 상실한 부모나 자식 등을 그들의 가족이 온전히 부양해야 한다는 것을 법으로 정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가족 간 부양을 촉진하기는커녕 오히려 가족관계 해체를 조장하고 가난을 대물림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70대 아버지가 장애인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부양의무제의 대표적인 폐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18대 대선에서 부양의무제 기준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도, 파기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는 해당 공약에 대한 구체적 이행방안 등을 꼼꼼히 따져 실제 이행 의지가 있는지 까지 들여 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5명 후보는 모두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실행 계획이나 필요한 재원 규모 등이 정확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선 5명의 후보 모두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원조달 방안 등을 명확히 해서 이행 의지나 실현가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였다. 이슈리포트는 “증세의 필요성을 피력한 상태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사회복지세 신설, 법인세율/소득세누진세율 인상, 부동산 보유세/상속·증여세 강화 등을 공약했고, 유 후보는 증세를 염두에 둔 중부담·중복지를 제안한 바 있다.

3명의 후보와 달리,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로, 다른 3명의 후보보다 소극적인 공약을 냈다. 이슈리포트는 “(두 후보의 ‘개선’, ‘완화’) 공약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그간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의 한계를 그대로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행 방안과 관련 인구집단별, 급여별로 단계적으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해선 “우선순위를 둘 경우 자칫 생존권이 문제되는 사안임에도 ‘더 필요한 사람’과 ‘덜 필요한 사람’으로 구분하는 인식이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각 후보들이 복지 사각지대의 또 다른 주범인 비현실적 재산 기준을 포함한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 개혁방안에 대해 언급이 없는 점도 공약의 미흡한 점으로 지적됐다.

노동정책, 심상정·유승민에 호평

고용·노동정책 공약에 있어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후보는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에 있어 시민사회·노동계가 주장해온 내용들이 공약에 상당 부분 반영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선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해선 심상정 정의당·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두 후보 모두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명시했고, 비정규직 사용 총량제나 불법파견 고용의제 등이 공약집에 포함됐다.

간접고용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특수고용근로자 노동권과 사회보험 적용 등은 5명의 후보 모두 포함하고 있다.

다만 특수고용형태근로자까지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확대하는 문제와 관련해 모든 후보가 공약을 채택하고 있지만 “이들이 주로 법적으로 사업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고 사업소득을 신고하는 자라는 점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방안이 연구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슈리포트는 노동 공약 가운데 ‘실업부조 도입’을 제안한 후보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도 비판했다.

노인복지공약, 후보 전원 ‘미흡’…“기존 정책 나열 수준”

비교 분석 범위에 포함된 분야별 공약 중 후보 전원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분야는 ‘노인 분야’였다.

이슈리포트는 “19대 대선후보들의 노인복지 공약은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를 대처하기에는 전반적으로 미흡하고 관련 분야의 제도를 혁신하거나 제도의 큰 들을 새롭게 짜기보다는 관련 공약을 단순 나열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고 공약화하기보다는 기존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확대하는 수준에 그치는 공약도 다수 발견된다”며 “정책 개발이 ‘정체’된 인상”이라고 분석했다.

각 후보별 평가를 살펴보면, 가장 무난한 평가를 받은 후보는 유승민 후보로 보인다. 돌봄, 건강, 주거교통 공약만 선별해 제시한 유 후보는 장기요양의 본인부담금 경감 등 대다수 정책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문 후보는 ‘치매국가책임제’, ‘노인일자리 사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구체성 결여와 예산 확보 방안이 없어서 공약이 사문화될 위험의 우려가 나왔다. 주로 독거노인에 한정한 선별적 복지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홍 후보는 중 대부분이 기존 정부정책으로 실행,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 참신함이 떨어지는 평가다. 안 후보의 경우 노인일자리 확대와 수당 인상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되지 않아 단순히 선언적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 후보의 경우 장기요양방문재활 급여 신설, 장기요양 주거지원급여 신설은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있는 정책을 공약화해서 발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이슈리포트는 그 외에 공약 상당수에 대해선 “기존 정부 정책과의 차별성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며 정부의 예산 부담이 가능하고 실현이 가능한지 의문이 드는 공약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후소득 보장 분야 공약에 있어선 심·문 후보가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특히 안 후보는 기존 정책보다도 후퇴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이슈리포트는 “전체적으로 심상정 후보가 가장 구체적이고 폭넓은 노후소득보장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고, 문재인 후보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반면, 안 후보에 대해선 “기초연금 선별적 인상,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인프라 투자 유보 등 기존 입장보다 후퇴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홍준표 후보는 기초연금 인상을 제외하고는 국민연금 개선방안에 대하여 아무런 공약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청년공약에선 심상정 ‘승’

청년실업 문제가 대두된 만큼 각 후보들 전원이 청년공약에 있어선 일자리 공약에 집중한 흐름이 나타났다. 그러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호성 공약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재원 마련 방안이 부족하고 한시적인 정책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슈리포트는 전체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구체적이지도 못하고, 실현 가능성 여부도 불투명한데다,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지원은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일자리 개수에 치중한 기존정책의 목표를 정책대상 및 의제별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총평했다.

청년 취업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가장 주목받는 ‘청년고용할당제’를 명시적으로 약속한 후보는 심상정, 문재인 후보뿐이다. 하지만 이미 공공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는 청년고용의무할당제도 지켜지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실현시킬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노동공약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유 후보는 청년 일자리 공약에선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는데 일례로 ‘칼퇴근법’이나 ‘창업지원’의 경우 “구체성이 떨어지고 일자리 해소에 큰 영향을 끼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1인가구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약은 홍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에게서 제시됐다. 다만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집중하고 입주조건, 임대료 완화와 같이 주거빈곤 청년층을 위한 정책이 미흡하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 모두 대학생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학교 기숙사 정책을 냈으나 심상정 후보 외에 구체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청년 사회안전망 제도와 관련해선 심 후보가 제시한 ‘청년사회상속제’만 “부의 대물림 문제를 ‘사회적 연대’를 통해 해결한다는 점과 재원 및 실현성이 구체적”이라는 긍정 평가를 받았다.

보육·아동 공약 ‘진일보’했지만…재원조달 방안은 ‘부족’

보육·아동 분야 공약은 누리과정예산 책임, 아동수당 도입, 보육 공공성 강화, 육아휴직 실질화 등을 중심으로 평가됐다. 해당 공약들에 대해 다수의 후보가 공약을 제출해 지난 대선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상당한 재원이 필요한 공약들인 만큼 증세의 문제가 진지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른다.

이슈리포트는 “후보들이 제시하는 각종 공약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원마련을 위한 보편적인 증세가 필수적”이라며 “필요한 재원마련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계획의 제출이 없이는 지난 정부에서 우리가 경험한 ‘증세 없는 복지확대’의 허구를 되풀이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선거 과정에서 각종 제도도입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편적인 증세에 대한 시민의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맥락에서 개별 공약별로 소요 재원 규모에 대한 추산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재원 마련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심상정 후보의 공약가계부와 같은 재원마련 계획을 여타 후보들도 명확하게 제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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