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한 바위 밀어 올리는
    노동자의 시지프스 형벌
    청소노동자의 혹독한 겨울과 봄 ②
        2017년 04월 21일 03: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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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2일 5회 청소노동자 행진 <청소노동자의 봄>을 준비하며 ‘청소노동자의 혹독한 겨울, 그리고 봄’에 대해 연속 기고를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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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노동자의 혹독한 겨울과 봄 ① 링크

    ‘비정규직’ 이라는 거대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청소노동자의 시지프스 형벌

    “귀하는 2017년 2월 28일자로 계약 만료됨을 통보합니다.”

    해마다 받아드는 계약만료 통지서 혹은 해고예고 통지서는 어김없이 날아들고 있다. 적어도 20여 년 전에는 청소노동자도 대부분 정규직이었다. 고용유연화다, 위기다 하면서 어느새 대학 내 청소노동자들의 신분이 용역회사, 비정규직 신세가 됐다. 예나 지금이나 대학교 여기저기를 쓸고 닦는 일은 똑 같은데도 말이다.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들은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1년 혹은 2년 단위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신세가 됐다.

    2016년 9월, 아주대학교는 새로운 청소 용역업체로 동우유니온을 선정했다. 예상했던 대로 최저임금만 적용하는 최저가 낙찰이었다. 대학교 역시 공공성에 기반하고 있지만 공공기관 비정규직 보호지침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노조는 기존 용역업체와 맺었던 임금협약과 단체협약 승계를 요구했으나 새로운 업체는 거절했고 교섭을 통한 길고 긴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아주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5년 동안 교섭을 통해 기본급 외에 설, 추석 상여금 각각 10만원, 혹서기 격려수당을 11만원 받아왔다. 그리고 2016년 기본급은 최저시급에서 100원을 더해 받는 것으로 전 회사와 합의를 했다. 신규업체는 이조차도 무시했다. 한마디로 원청인 아주대학교와 최저가 낙찰로 계약했으니 최저임금 외에 어떤 것도 추가 지급하기 어렵다는 거였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지급해주던 분리 수거비 월 9천원도 새로운 업체로 바뀌고 나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총장실이 있는 건물 1층에서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했다. 교섭이 결렬되고 조정을 거치는 동안 점심시간이면 피켓 시위를 하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임금삭감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았다. “최소한 기존 업체에서 받던 임금과 상여금은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업체가 바뀌었다고 임금을 깎다니,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말입니까!”며 조합원들은 울분을 토했다. 조합원들은 임금과, 상여금 등이 원상회복 되지 않으면 파업이라도 하겠다고 맞섰다. 노조의 기세에 결국 아주대학교와 용역업체는 기존 업체와 체결했던 내용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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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명지대학교 자연캠퍼스 청소업무를 재계약한 티엔에스자산관리는 ‘2017년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노동시간을 30분 줄이자. 그래도 임금은 작년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내용으로 노조에 교섭을 요구했다.

    원래 ‘교섭 요구’는 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야 하는 것이다. 노조는 “아니, 최저임금 올리는데 사용자나 원청인 학교가 노력한 것이 있나? 다 최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들이 투쟁해서 그나마 병아리 눈물만큼 올린 것 아닌가”며 실질임금 삭감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명지대학교는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하루 7시간으로 주변 대학교보다 이미 한 시간이 줄어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30분을 더 줄여 하루 6시간 30분 노동만 하잔다. 그래야 어려운 학교를 살린다는 어처구니없는 얘기를 염치없이 하고 있다.

    명지대학교 청소노동자들도 4월 18일부터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시작했다. 청소노동자들도 먹고 살아야하는 사람이라고. 최소한 먹고 살게는 해줘야하는 것 아니냐며 봄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씩씩하게 “투쟁”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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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역업체가 바뀔 때 마다 되풀이되는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의 불안한 처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명지대비정규분회 고인희 사무장은 “해마다 계약기간 만료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는다. 그때마다 또 무슨 일이 나지 않을까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며 힘듦을 토로한다.

    마치 부조리한 세상의 시지프스 형벌처럼, 자신도 모르게 주어진 ‘비정규직’이라는 거대한 바위는 오늘도 용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

    ‘너희는 비정규직이다. 용역노동자다. 최저시급 인생이다’ 되풀이되는 압박에 굴할 수 없기에 하나 둘 모여 동료들과 손을 잡고 함께하면 가능하다는 꿈을 꾼다.

    청소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행진이 시작되었다.

    도돌이표 삶을 바꾸기 위해 오늘도 거대한 바위를 끊임없이 밀어 올린다.

    필자소개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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