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실 예산과 청소노동자
    청소노동자의 혹독한 겨울과 봄 ①
        2017년 04월 21일 02: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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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2일 5회 청소노동자 행진 <청소노동자의 봄>을 준비하며 ‘청소노동자의 혹독한 겨울, 그리고 봄’에 대해 연속 기고를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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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질을 하는 자는 자신이 갑질 하는지를 모른다. 기획재정부는 관료 사회에서도 갑중의 갑으로 통한다. 모든 공공기관과 부처가 예산 때문에 기획재정부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아무도 기획재정부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의 갑질은 고쳐지지 않는다. 최순실 관련 예산이 6천5백억에 달한다는 나라살림연구소의 발표와 같이 예산 관련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지난 겨울이 시작되던 11월 초 국악원 청소노동자들은 칼바람 부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지키고 있었다. 기획재정부가 국악원 청사시설관리 사업비를 동결시킨 안을 제출했기 때문이었다. 국악원 청소노동자를 비롯한 용역노동자들은 예산이 동결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국회에 호소하기 위해 예산심의 기간 동안 매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하지만 간절한 바람이 무색하게 동결 안은 수정 없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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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1월 예산 심의기간 중 국회 앞 1인 시위에 앞서

    2016년 국악원 용역노동자 시급은 경비노동자 6170원, 청소노동자 6250원이고 시설노동자도 은 직급 노동자의 경우 6300원에 불과했다. 모두 2017년 최저임금 6470원에 미달하는 금액이다. 2017년 최저임금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국악원은 기재부가 동결한 예산을 속수무책으로 받아 왔다. 정부가 용역회사에게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을 어기도록 조장한 꼴이다.

    지난 12월부터 임금교섭이 시작되었지만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예산을 두고 용역회사와의 교섭이 원만히 진행될 리 없었다. 결국 파행으로 치닫던 임금교섭은 4개월에 걸친 교섭 끝에 결렬되었고 4월 5일부터 파업투쟁이 시작되었다. 60년이 넘는 국악원 역사 중 첫 파업이었다.

    2017년 4월 파업투쟁 기간 중 중식 선전

    2017년 4월 파업투쟁 기간 중 중식 선전

    국악원 청소노동자의 파업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국립국악원이 서초구에 자리 잡기 시작한 1987년 이후 30년간 공연시설과 공연 횟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우리 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응당한 일이었다. 그런데 늘어난 공연 횟수에 비해 청사관리사업비는 늘어나지 않았다. 용역회사들은 근로기준법 상의 연장수당, 휴일수당을 지급할 수 없어 무급으로 취급하는 시간을 두거나 휴일근무 가산수당의 절반 정도인 2만원만 지급하는 등 근로기준법을 어겨왔다.

    결국 2014년 10월 참다못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법정 수당에 미달한 금액을 받아 냈다. 2014년 10개월에 대한 체불임금만 5천4백만 원을 받았고, 그 전에 발생한 1억3천여만 원은 탕감을 해줬다. 용역회사가 받은 금액을 이미 초과해서 지출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당시 용역회사 사장은 경영을 포기하고 타인에게 회사를 넘겼다.

    체불임금 청산 이후 노동자들은 좀 나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2015년, 2016년 해마다 부족한 예산 때문에 용역회사와 총성 없는 전쟁을 치러야 했다. 정부가 권장하는 시중노임단가를 지키라는 노동조합과 낮은 용역비를 받고 있는 용역회사가 대립하게 된 것이다. 결국 파업 직전에 국악원이 마련한 예산으로 용역계약 증액 변경이 이루어져서야 임금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또 한 번 양보했다. 연장수당을 지급할 재원이 없던 국악원은 야간공연을 위한 대기근무자에게 오후에 출근하게 하는 변형근로를 제안했고 노동자들은 이를 수용했다. 연장수당을 줄이고, 노동 강도를 높이고, 위험을 가중시키는 변형근로를 받아들인 것이다. 참고 참아 왔던 노동자들이 또 한 번 참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변형근로까지 수용했음에도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 와중에 2017년 예산이 동결된 것이다. 용역회사를 범죄자로 만들거나 용역노동자를 국민 취급을 하지 않는 갑질 예산이었다.

    한국사회는 대부분 파업하는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악원에서는 달랐다. 식당 앞에서 선전을 하는 청소노동자들에게 ‘화이팅’을 외치거나 응원의 손짓을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외면하는 사람보다 배나 많았다. 게다가 파업투쟁을 시작하니 적은 예산으로 인해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기간제 계약직 단원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지지한 것이다. 특히 “사측이 최저임금만 주겠다면 우리는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한다!”는 구호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기간제 계약직 직원들에게 높은 호응을 일으켰다.

    결국 최저임금을 어기고 있는 현실적 문제점과 여론이 국악원을 움직였다. 국악원 원청이 부족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결국 파업투쟁 9일 만에 예산 1억 증액을 약속경기보받고 타결을 보게 되었다. 1억이라고 하니 노동조건이 크게 좋아졌을 것 같지만 가장 낮은 시급이 적용되는 보안직의 시급이 651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보다 시급 40원 높은 수준이다.

    국악원 청소노동자들은 힘겨운 파업투쟁을 통해 봄을 맞았다. 하지만 지금의 따스함은 억지로 당겨온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을 또 2017년을 기준으로 소폭 올리는 행태를 반복한다면 빌려온 봄은 더 혹독한 겨울로 돌아올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없을까?

    반복되는 갈등과 소모적인 분쟁을 종식시킬 방법이 있다. ‘대통령 박근혜’를 ‘503호’로 만들었던 것처럼 모두가 힘을 모아 기획재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힘없는 노동자와 용역회사를 싸우게 만드는 갑질을 중단시키도록 온 사회가 기획재정부를 감시하고 문제 삼아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힘없는 자에게는 천편일률적으로 칼질을 해대고 최순실 같이 힘 있는 자에게는 차고 넘치도록 예산을 안겨주는 행태를 보여 왔다. 이제는 을들이 당당히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우선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부터 바꿔야한다. 기획재정부가 정하는 예산 편성지침은 ‘일자리 창출, 구조개역, 내수ㆍ수출기반 강화’ 등 아름다운 말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실질을 보면 말만 거창하다. 각 기관이 처한 구체적 상황을 반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파악하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일자리 창출 예산은 얼마 투자했다고 생색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일을 통해 인간다운 생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예산이어야 한다. 특히 용역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 스스로 2012년 1월 발표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라 시중노임단가를 기본급에 반영해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예산편성 지침에 시중노임단가 적용을 의무로 명시해야 한다.

    억지로 빌려온 봄이 다시 아귀다툼만 무성한 겨울로 돌아오지 않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기획재정부의 갑질을 지켜보자. 갑질은 지적하고 문제 삼을 때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진다.

    필자소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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