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농성장 침탈
    "직권남용 행위 고소고발"
    노조파괴 갑을오토텍 노동자 자살
        2017년 04월 19일 03:43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정리해고와 노동악법 철폐,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고공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광화문 광장 인근 세광빌딩 앞 농성장에 경찰이 기습 침탈하고 폭행하는 일이 벌어진 가운데,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와 법조계 등은 “불법 폭력행위를 자행한 현장 경찰 책임자 등을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공투위, 민주노총, 민변, 금속노조 법률원은 19일 오전 광화문 광장 인근 연대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 돌입 직후부터 경찰은 무차별적이고 비상식적인 탄압으로 투쟁을 가로막았다”며 “경찰의 행태는 명백히 위법한 공무집행이며 직권남용 행위”라며 이 같이 비판했다.

    침탈 농성장

    경찰 침탈 규탄 기자회견(사진=유하라)

    공투위 등에 따르면, 경찰의 폭력적 행위는 6명의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가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에 맞서 고공 단식농성에 돌입한 14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저녁에 내린 비로 기온이 떨어지면서 농성장 주변을 비닐로 막으려 했으나 경찰은 비닐이 불법 시위용품이라며 수백명이 집단적으로 농성장에 침입해 비닐 가림막을 탈취해갔다. 수백 명 경찰을 동원한 집단 침탈은 그 다음 날 저녁에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항의하는 농성참가자들을 폭행하고 3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세월호 추모대회가 있었던 16일에도 경찰은 농성 참가자들이 잠시 바닥에 둔 침낭을 가지고 도주하기도 했다. 이 밖에 바닥깔개나 피켓 등 일반적 표현물 등을 농성장에 반입하는 것을 막아섰다. 심지어 농성장에 방문한 시민들이 침낭 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불심검문이라는 명목으로 가방 검사, 몸수색까지 강요했다.

    금속노조 법률원 정준영 변호사는 “이와 같은 경찰의 행위는 평화적 집회를 방해하는 행위로 집시법 위반”이며, 경찰이 집단으로 폭력을 행사하며 침낭, 비닐막 등을 탈취한 것에 대해선 “특수 강도이며, 강도 상해에 해당한다. 징역형만 규정된 중범죄”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공권력을 남용해 집회의 자유 방해하고 응할 의무가 없는 일을 강요한 것으로 직권남용이자, 민사상 손배와 형사처벌,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투위 등은 농성참가자 촬영한 당시 경찰의 집단 폭행 채증 영상을 확보해 현장 책임자는 물론 폭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경찰을 특정해 고소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민변 김상은 변호사는 “경찰의 탄압은 도를 넘었다. 위법 행위를 일삼는 경찰들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숙농성을 하는 노동자에 대한 경찰의 불법행위는 처음이 아니다. 유성기업의 노조 탄압으로 자살한 고 한광호 열사의 분향소가 설치된 시청광장에서도 경찰은 농성장 침낭과 시위용품을 탈취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경찰의 이런 행위가 법률적 근거가 없이 진행됐다며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김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위법한 행위를 한 책임자를 포함해 단순히 행위를 했던 경찰 병력을 구분하지 않고 구체적인 위법 행위자를 특정해서 형사고소와 국가 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며 “해고 노동자들의 고통처럼, 위법한 행위를 한 공무원도 신분을 박탈당하는 고통 느끼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정리해고와 노조파괴 등으로 오랫동안 거리투쟁을 해온 동양시멘트지부, 아사히 비정규직지회, 콜텍지회 등 6개 노조 소속 노동자 6명은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직 양산 법안 철폐, 노동3권 보장하라”며 14일 오후 광화문 광장 인근 광고탑에 올라 고공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광고탑 위에 올라 단식 농성을 벌이는 이들은 김경래 동양시멘트지부 부지부장, 고진수 세종호텔노조 조합원, 오수일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대의원, 이인근 콜텍지회 지회장, 김혜진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민주노조사수 투쟁위원회 대표, 장재영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등 6으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노조말살, 일방적 사업장 폐쇄 등으로 수년간 거리로 내몰린 이들이다.

    갑을

    작년 9월 갑을오토텍 앞에서의 금속노조 결의대회(사진=금속노동자)

    사측의 노조말살 정책은 노동자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노조 소속 노동자 김 모 조합원은 바로 전날인 18일 목숨을 끊었다. 그는 23년 간 이 회사에서 일하고 최근 회사의 공격적 직장폐쇄로 인해 8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김 조합원은 사망하기 전 조합원들에게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이렇게 밖에 못해서..살자고 노력했습니다”라는 글을 보냈다.

    민주노총은 19일 성명을 내고 “갑을자본의 민주노조 파괴공작과 탄압 이외에 달리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는 죽음”이라며 “3년에 걸친 노조파괴와 267일째 진행 중인 불법 직장폐쇄를 자행한 갑을자본에 의한 분명한 타살”이라고 밝혔다.

    갑을오토텍은 공격적 직장폐쇄, 용역깡패 투입 등을 통한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가동했다. 노조 측은 투쟁이 장기화되자 한 발 물러서 교섭을 요청했으나 회사는 근거 없는 직장폐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고인도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고 사망하기 전 며칠 동안 공장에 출근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양동규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고공농성장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 사건을 언급하며 “이 땅의 노동자들이 곳곳에서 해고와 탄압에 맞서 싸우고 목숨을 던지고 있다”며 “이번 대선 정국의 최대 의제는 다른 무엇보다도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