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꼼수의 결정판 3천명 정규직 채용
    [현장편지]현대차 불법고용 은폐․비정규직 노예화 추진
        2012년 08월 17일 10:29 오전

    Print Friendly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등과 관련된 그 동안의 논란을 해소하고,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이러한 결단을 내리게 됐다.”(현대차 울산공장 백승권 홍보팀장)

    “현대차 안팎에서는 이 회사 제시안이 직영과 하청 근로자의 근무가 혼재된 상황을 원천적으로 해소하는 초석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8월 16일 현대자동차가 노사 단체교섭에서 사내하청 노동자 3천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히자 보수언론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한 경제신문은 “노사협상 지연땐 ‘득보다 실’ 6개월 장고 끝에 결단”이라는 낯 뜨거운 제목까지 달았습니다. 도대체 현대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글로벌 기업의 비정규직 차별 논란 해소?

    현대자동차는 8월 16일 단체교섭에서 “회사는 당면한 사내하청문제 해결을 위해 정년퇴직 소요, 신규소요 등을 포함하여 2016년도까지 현재 사내협력업체 근무자 중 약 3,000명을 노사간 별도협의를 통해 당사 채용기준에 적합한 자를 채용한다”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2004년 노동부는 현대차의 120개 사내하청 업체 1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이라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2010년 7월 22일과 2012년 2월 23일 두 차례에 걸쳐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므로 정규직으로 간주된다고 판결했습니다.

    현재 현대자동차에는 8천명이 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2010년 11월 194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우리는 현대차 노동자’라며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출해놓은 상태입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그런데 3천명은 어디서 나온 숫자일까요? 8천명이 넘는 사내하청 노동자 중에서 법원에서 불법파견으로 판정받을 가능성이 높은 숫자일까요?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간주된다는 고용의제 적용대상인 2005년 7월 1일 이전 입사자가 3천명일까요?

    3천명은 누구일까?

     

    3천명이 어디서 나왔는지의 비밀은 “정년퇴직 소요, 신규소요 등을 포함하여”라고 되어 있는 회사의 제시안에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에는 2011년 287명에서부터 2016년 749명까지 총 2845명이 정년퇴직을 합니다.

    “회사는 자연감소 등의 이유로 결원이 생겼을 경우 부족인원을 10일 이내에 보충하고, 2개월 이내 필요인원을 신규채용 또는 정규직으로 충원하고, 정년퇴직자의 대체 필요인원은 정년퇴직자 퇴직전 충원하여 업무 인수인계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 단, 사안에 따라 노사협의로 조정할 수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 44조 인원충원 항목입니다. 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 단체협약에 정년퇴직을 한 자리는 퇴직 전에 신규채용을 해서 업무 인수인계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되어 있습니다.

    2016년까지 정년퇴직자 2845명

    바로 3천명의 비밀은 여기에 있습니다. 회사는 “2012년에는 약 1,000명(기 채용 198명 포함)을 우선 채용하고,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는 2016년도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한다”고 했습니다.

    현대차는 2011년 정년퇴직자 자리를 채울 198명을 포함해 2016년까지 정년퇴직자 2845명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하지 않고, 불법으로 고용한 사내하청 노동자들로 대체하겠다는 것입니다.

    올해 현대자동차 생산직 노동자 209명(직원자녀 제외) 모집에 59,541명이 지원해 무려 285:1이라는 생산직 채용 최대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현대차는 그 중 대부분인 198명을 사내하청 노동자로 채워 고용지옥에 신음하는 청년실업자들을 우롱했는데 앞으로는 아예 신규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노사합의에 따라 당연히 새로 뽑아야 할 자리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사내하청 노동자들 중 일부로 대체하겠다는 꼼수입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정년퇴직 신규채용으로 마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사기를 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채용한 날부터, 법적으로 따져도 최소한 2년 이상 근무한 날로부터 지급해야 할 임금을 떼어먹고 인정받아야 할 경력을 부정해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입니다. 평균 근속연수가 10년인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2억 원에 이르는 체불임금도 ‘꿀꺽’ 하겠다는 것입니다.

    회사는 ‘당사 채용기준에 적합한 자를 채용한다’고 했습니다. 3천명이라는 신규채용 대상에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노동조합에 가입해 해고와 징계를 비롯해 온갖 불이익을 견디며 싸워왔던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얘기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고용지옥 시달리는 청년실업자 우롱하는 현대차

    회사의 더 큰 속셈은 이번 기회에 노사합의를 통해 5천명이 넘는 비정규직을 합법적으로 사용해 정규직 전환에 대한 꿈을 꿀 수 없는 비정규직 노예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회사는 “사내협력업체 인원의 직영채용 등으로 인해 자리이동이 불가피할 시 원하청 공정 재배치를 실시한다”고 했습니다. 즉, 8천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 중 매년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나머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정을 재배치해 ‘합법도급’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입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사측의 대치 모습

     

    현대차가 이 제시안에 대해 “특히 불법파견 논란을 마무리하고 동시에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하는 이유는 5천명이 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현행 근로자파견법을 피해 아무 때나 쓰고 버릴 수 있는 노동자들로 사용하겠다는 뜻입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 때 현대차에서 1천명이 넘는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해고했던 것처럼, 앞으로 경제위기가 심화되거나 판매가 부진할 경우 언제든지 5천명이 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공장 밖으로 쫓아낼 수 있는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미입니다.

    5천명이 넘는 비정규직을 영원한 노예로

    8월 15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내놓은 2012 상반기 자동차 주요업체 실적 특징’ 보고서를 보면, 현대차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1.4%로 독일 베엠베(BMW)의 11.6%에 이어 2위를 기록했습니다. 독일 폴크스바겐(6.7%), 미국 제너럴모터스(5.2%), 일본 도요타(4.2%) 등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현대차의 높은 이익률은 대폭 늘어난 해외공장과 현지생산, 품질향상 등의 원인도 있지만 전 세계 자동차회사 중에서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입니다. 8천명이 넘는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는 국내 공장은물론 비정규직 비율이 70%가 넘는 현대차 인도공장 등 현대자동차는 전 세계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8조 1천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남긴 현대자동차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에게 456억, 그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에게 222억 등 총 678억이라는 사상 최대의 주식 현금배당을 했습니다. 이는 현대차가 불법으로 착취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3천명 이상을 단 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돈입니다.

    영업이익률 세계 최고 수준? 비정규직 비율 최고 수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16일 주야 전면파업을 벌였습니다. 비정규직이 일하는 공정에 현대차 관리자들이 투입돼 불법으로 라인을 돌리고, 수 백 명이 넘는 회사의 관리자들과 경비대가 1공장에 모여 소화기를 뿌리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봉쇄했습니다.

    지난 8월 10일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울산공장을 중심으로 신규채용과 일부 정규직화에 반대하며 독자적인 파업을 해왔습니다. 17일에는 현대자동차 울산, 아산, 전주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독자적인 파업을 진행합니다. 용역깡패의 대명사가 된 ‘컨텍터스’가 아예 공장에 상주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폭행, 납치하는 현대차 용역경비대가 또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가할지 걱정스럽습니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으로 생산되는 제조업 생산 공정은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간주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올해 8월 2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 파견법은 단 하루만 일해도 불법파견이 확인되면 직접 고용해야 합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입니다. 지난 10년 간 불법으로 노동자들을 착취해왔던 사내하청 고용구조를 없애라는 당연한 요구입니다. 백보를 양보해 현대차는 오늘 당장 8천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단기간 내에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에 대한 의지와 계획을 밝혀야 합니다.

    불법 착취 사내하청 구조 없애라는 당연한 요구

    국내 최대 재벌인 현대차는 3천명 정규직 채용이라는 사기로 보수 언론을 동원하고,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협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립시킬 것입니다. 2천 만 원에 달하는 일시금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을 현혹할 것입니다.

    2010년 11월 15일부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 이행을 요구하며 25일 동안 공장 점거파업을 벌였을 때 회사는 정규직노조를 이용해 비정규직의 파업을 무너뜨렸던 기억을 비정규직 당사자들은 물론 많은 이들이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현대자동차 정규직노조가 3천명 신규채용안을 거부했기 때문에 회사는 또 다른 꼼수를 들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현재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재판 중인 1940명에 대한 1심 판결에 따라 정규직화를 하겠다는 안을 낼 수도 있습니다. ‘불법파견의 물꼬를 텄다’는 성과로 치장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노조를 흔들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입니다. 2010년 3월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비정규직 18명에 대한 해고에 맞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손실을 감수하며 비정규직보다 먼저 잔업거부 투쟁을 벌여 ‘아름다운 연대’라는 이름을 얻었던 것처럼, 이제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이 나서야 합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동생, 후배, 자식들을 위한 투쟁입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를 넘어 모든 제조업 사내하청, 나아가 900만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화에 대한 꿈과 희망을 만들어주는 싸움입니다. 비정규직 없는 공장, 안정된 일자리를 만드는 투쟁입니다.

    정규직 동지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단결과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 ‘비정규직 없는 일터’를 위한 ‘아름다운 연대’를 보여줄 것을 전국의 양심세력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필자소개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전 금속노조 비정규국장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