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에너지계획, 누구를 위한 것인가
    [에정칼럼]산업통상자원부의 위험한 지역 관리 발상
        2017년 04월 17일 08: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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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기간에 치러지는 19대 대선을 맞아 각종 정책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에너지, 기후변화와 환경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탈핵 에너지 전환 내용도 여러 토론회에서 접할 수 있다. 그동안 수차례 제기된 지역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분권 주장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지난 3월에 나온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의 효율적 달성을 위한 지역에너지계획 관리체계 개편 방안’을 주목해야 한다. 점차 확산되고 있는 아래로부터의 에너지 시스템 전환 노력을 가로막을 여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여서 지역에너지계획의 관리체제를 바꾸려고 할까. ‘관리’가 필요하기는 한 걸까. 필요하다면, 무엇을 위해, 왜 관리해야 하는 걸까.

    지역에너지계획은 전면 개정 내지 폐기되어야 할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그리고 기본법으로 승격되어야 할 에너지법을 근거로 하는 법정 계획이다. 이에 따라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5년마다 5년 이상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그동안 광역이 세우는 계획은 철저하게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종속된 형태로 기능했다. 모든 에너지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정부가 세우는 기본계획의 보조계획, 아니 더 정확하게는 종속계획이었던 것이다. 지방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마땅한 수단도 없었기 때문에, 이런 에너지 계획의 위계질서에 안주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바뀌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에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도전하는 광역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국가의 지시사항을 수동적으로 이행하는 역할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 연대하고 있다. 그만큼 국가계획이 에너지 전환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까지 에너지 수요를 늘릴 것인가. 언제까지 핵과 화석연료에 의존할 것인가. 구태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정부가 아니라 시민사회가 먼저, 그 다음으로 지방에서 일어났다. 개별 정책의 도입에 그치지 않고 지역에너지계획 혁신으로 나아가고 있다.

    단지 정부의 “에너지기본계획의 효율적인 달성”을 위한 도구적 수단이 아니라, 지역 특성을 고려하여 에너지 전환과 자립을 추구하며, 녹색경제의 한 축으로 에너지 효율과 재생에너지를 선택하는, 자발적 과정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지역에너지계획의 수립에서부터 집행과 평가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에너지 민주주의 실험들도 이뤄지고 있다.

    지역에너지

    지역에너지전환 공동선언(사진=녹색연합)

    선거 과정에서, 핵, 석탄과 같은 에너지 기술만이 아니라 에너지 관련 계획, 예산, 조직, 연구, 통계 등이 청산해야 할 적폐의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에너지 문제에 각성한 시민들이 자신들의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어 가능한 변화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회적, 정치적 요구를 부정하거나, 변화를 외면한 채 복지부동하는 세력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 부처 중에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들 수 있다. 환경부 등 타 부서로 에너지 업무를 뺏기지 않으려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적하는 “현행 지역에너지계획 관리체계의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는 “지역에너지계획 관리체계 개편 방안”을 꼼꼼히 살펴보자. ‘관리’의 진정성을 찾아서.

    “국가계획과 지역계획간 연계성 부족”이 첫 번째 문제점이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목표 구분과 계획 기간에 차이가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은 맞다. ‘신성장동력 에너지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2016년 12월)에서 감사원도 지적한 부분이다. 그러나 만약 국가계획이 설정한 목표가 낮은 수준이라면, 더 중요하게는 잘못된 목표와 정책을 추진한다면, 이 상황에서는 틀리는 게 맞다. “국가계획 정책목표 달성 여부 확인 불가”를 이유로, 두 층위의 계획간 연계성 부족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바람직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개편 방안은 “국가-지역간 연계성 강화를 위한 표준화 지침 제공”이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지역에너지계획 수립 가이드라인’(2016. 12)이 배포되기 시작했다. 과거 지식경제부의 지역에너지계획 작성 가이드(2011. 7)의 업그레이드판으로 볼 수 있는데, 내용 전반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용역보고서 최종결과물이 어떻게 ‘표준화 지침’으로 가공되고 활용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두 번째로, “지역에너지계획에 대한 평가체계 부재”가 문제가 된다. 평가가 필요하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개편 방안’은 광역이 해당 부처에 제출만 할 뿐 평가받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기본계획의 효율적인 달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파악이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 문제점과 마찬가지로, 평가에서 관건은 정부를 얼마나 잘 따라오는가 하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해법은 “지역에너지계획 평가체계 구축”이다. 이를 위해 “최소한의 평가 도입”이 예정되어 있다. 정부의 ‘지방자치단체 길들이기’ 구조가 유지되는 한, “제출-사전검토-계획평가-보완-최종제출의 평가체계”가 “최소”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에너지 분권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정부의 지방에 대한 ‘두더지잡기 게임’은 더 격렬해질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 문제점은 “우수 지자체에 대한 지원시책 미흡”이다. 지원은 필요하지만, 끼워 넣기에 불과하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는 것이 문제가 되겠는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그런데 “국가-지역간 연계성 강화”가 지원의 조건이라면, 또 다른 ‘블랙리스트’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마지막 대책은 “에너지사업에서의 지원시책(인센티브) 제공”이다. 광역 지방자치단체를 비교 평가하여 “결과에 따른 우수 지자체 우대”를 하겠다는 것이다. 한 손에는 평가라는 채찍, 다른 한 손에는 지원이라는 당근, 제법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역에너지계획을 ‘형식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시도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정부와 관계기관이 어떤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서, 또는 어떤 특정한 결과를 기대하고서 작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 비판을 제기해야 한다. 점점 자신의 통제권 밖으로 향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에너지 자율성을 차단하고, 더 확산되지 못하게 예방하려는 목적 혹은 그 효과를 주시해야 한다. 지방은 정부와 기업이 꽂는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를 자신 직접 수립하는 계획에 포함시켜야 하는 운명을 거부해야 한다.

    정부가 관리할 대상은 지역이 아니다. 에너지 전환의 지향성을 뚜렷이 밝히고, 이 전환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럴 때에야 비로소 ‘개편 방안’이 설득력을 얻을 것이고, “국가-지역간 정책 정합성”의 협치 기반도 마련될 것이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지역에너지계획 관리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에너지 갈등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낡은 계획’ 패러다임이 ‘사회 혁신적 계획’ 패러다임으로 바뀌지 않고서는 에너지 4.0이나 4차 산업혁명은 공허한 수사적 전망에 불과할 것이다. 올해 두 패러다임의 전장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될 터. 여기서 성과가 없으면, 2019년 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도 힘들어진다. 지역에너지계획을 사수하자.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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