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공약으로 본
    대선 후보별 성향 소감문
        2017년 04월 15일 04:2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5당 대선후보들의 10대 대선공약을 보고 우한기씨가 개인적으로 느낀 소감을 자신의 페북에 올렸는데, 이 내용을 공유하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하여 본인 동의를 얻어 레디앙에 게재한다. <편집자>

    ——————————

    17일에 구체적인 내용을 게시한다 하니 일단 큰 그림만으로 파악해봤습니다. 이견 있으신 분은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순서는 우에서 좌로 잡았습니다.

    우한기

    홍준표

    역시 한참 오른쪽이군요. 일자리를 기업을 통해 마련하겠다니 당연히 작은 정부겠죠. 이것만 보면 고전적인 자유주의 같은데, 모든 걸 시장에만 맡기는 건 또 아니네요. 가만 들여다보면 영국의 대처리즘을 많이 닮았습니다. ‘공공부문 개혁’은 시장주의를 공공에 도입하겠다는 것입니다. 진주의료원 폐쇄에서 보듯이 민영화가 많아질 것 같군요. 그러려면 공기업 노조는 당연히 걸림돌일 터, 민주노총을 두드려 잡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복지나 교육에 군더더기가 붙었군요. 아주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복지를 하겠다는 겁니다. 과연 무상급식을 없앤 전력이 있습니다. 사회안전망 조성도 그런 맥락이구요. 문제는 이게 ‘작은 정부’로는 어림도 없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 대처 정부는 강력한 경찰국가였습니다. 모든 걸 시장에 맡기자는 작은 정부가 어떻게 저출산을 극복하고 청년 복지를 확대할 수 있겠습니까. 지루한 나날에서 벗어나 짜릿한 삶을 원하는 분은 이쪽도 괜찮겠군요.

    유승민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일하면서 대접 받는 나라’가 맨 앞에 이어지니 왠지 따뜻해지는 느낌입니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게 ‘공동체 복지’입니다. 나라가 뭘 해주기 전에 공동체에서 잘 해결하자는 거죠. 가진 자는 넘치는 것을 나누고, 그것에 감사하는 공동체 말입니다. 복지는 정부가 해주는 게 아닙니다. 정부는 공동체가 잘 굴러가도록 공정한 시장경제를 구축하고, 각종 불안을 해소하고 국방을 튼튼히 하는 일을 잘 하면 됩니다. 상부상조하니까 복지도 저소득층 주거 정도면 되겠죠?

    여기까지가 유승민이 마음에서 그리는 아름다운 공동체의 상인 듯합니다. 그래선가 가만 보면 선비 느낌도 납니다. 요새 우리 공동체주의자는 화가 많이 난 모양입니다. 돈 벌 자유만 추구하지 나눌 책임을 망각한 부자들한테요. 토론에서 법인세를 포함한 증세로 ‘중부담 중복지’를 주장하는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따뜻한 보수가 잘 되는 게 이 나라나 우리 삶에 좋겠지요?

    안철수

    이 공약은 정부가 시장을 규제하기도 협력하기도 하여 좋은 결과를 내겠다는 거군요. 그런 만큼 아주 실용적입니다. 토론에서 스스로를 ‘상식파’라고 한 걸로 욕 듣던데 좀 억울하겠습니다. ‘자강안보’를 첫머리에 올린 건 뭐, 필요해서 그랬을 겁니다. 공정성을 최고 덕목으로 내세웁니다.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고 각종 격차를 해소한다, 이 말은 공정한 틀을 깔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겠다는 겁니다. 토론에서 문재인더러 왜 국가가 일자리를 만드느냐고 따진 게 그 맥락이죠. 정부는 시장이 채우지 못하는 것에 대비한 안전망을 장만하면 됩니다.

    이렇게만 보면 ‘작은 정부’ 같지만, 실제로는 막강한 정부가 돼야 합니다. 쌓이고 쌓인 불공정과 격차를 해소하려면 대기업을 규제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하니까요.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는 세금 인센티브도 줘야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잡음들을 돌파하려면 자의적인 법해석을 피하기 힘들 것 같군요. 협치와 통합은 그저 공약이 아니라, 이 정부의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이 복잡한 과정에서 생길 문제를 달랑 ‘안전망’이라는 한마디로 커버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유치원 논란을 보면 별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불안도 하구요.

    문재인

    1번 ‘일자리 확대’에서 대단한 결의를 읽을 수 있습니다. 다섯 후보 중 가장 와 닿습니다. 3번 ‘반부패・재벌 개혁’은 의미심장합니다. 일자리가 없어진 것은 부패한 권력과 재벌의 결탁 때문이다, 그러니 반드시 쳐내겠다, 이런 거겠죠? 다른 후보들이 복지 공약을 뭉뚱그린 데 반해 청년, 여성, 어르신, 교육・육아 국가책임 식으로 하나하나 따로 제시했군요. 좀 게을러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다가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무조건 잘 살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걸 가로막는 놈은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이러는 것 같지 않나요? 다른 후보 공약들이 다 묻히는 느낌입니다. 이 공약들은 ‘복지국가’로 가겠다는 선언으로 들립니다. 안보와 안전을 위 아래로 배치하여 불안감을 해소하려 한 것 같기도 하구요.

    저한테는 시원합니다만, 사실 이건 큰 모험입니다. 재벌을 만악의 근원으로, 반드시 개혁해야할 대상으로 만든 것이니까요. “아니, 재벌 때문에 일자리가 모자란다고? 왜 재벌만 다 덮어써야하는 건데?” 인과관계를 따지고 들면 자칫 구구절절 말이 길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틀림없이 불안감을 부추기는 세력이 있을 테지요. 청년, 여성, 어르신, 교육・육아를 위해서 잘 싸우기 바랍니다.

    심상정

    과감하게 ‘급진좌파’라고 이름 붙일랍니다. 어디 유럽만 하겠습니까만, 좌파당 냄새도 좀 납니다. 다른 후보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저한테는 1번 ‘국민주권형 정치개혁’과 10번 ‘아동・장애인・소수자 보호’가 잘 어울립니다. 국민주권형 개혁은 대의민주주의에서 거수기 노릇하는 유권자에서 직접 참여하는 주권자가 되게끔 하겠다는 거겠지요. 유일하게 촛불을 반영한 공약이라 봅니다. 구체적으로는 단순다수제 때문에 사표가 돼버리는 수많은 표를 살리는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겁니다. 정의당이 지난 총선에서 받은 표만큼이면 21석으로 교섭단체가 될 수 있었는데, 그게 진짜 대표성을 갖는 의회 아니냐는 거죠. 여기에 아동・장애인・소수자가 덧붙습니다. ‘보호’보다 ‘권리 보장’이 나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어쨌든 사회적 약자들도 어엿한 주권자로서 정치 행위를 할 수 있어야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점 때문에 급진좌파라고 이름 붙였습니다(이름이 꽤 과격해보이지만, 다른 좌파한테 변절자 소리 듣습니다).

    또 하나 크게 눈에 띄는 게 바로 ‘조세 개혁’입니다. 문재인보다 훨씬 더 나간 거죠. 이걸 맨 앞에 내걸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세금 내고 떳떳하게 복지 누리자, 이러면 얼마나 돋보일까요. 탈핵을 선명하게 내건 것도 어정쩡한 유승민 공약과 대비되는군요.

    필자소개
    민주노동당 활동을 하였고 지금은 정의당의 당원이다. 수도권에서 오랫동안 논술 전문강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부산에 정착하려고 한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