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에 ‘강도짓’ 대기업
폐점한 점주들 가게 앞에 ‘보복출점’
대기업 횡포와 갑질 끝은 참혹...전 가맹점주 자살
    2017년 04월 07일 10: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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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의 횡포와 갑질의 끝은 참혹했다.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피자전문점인 ○○○피자의 갑질에 맞서 싸운 전 가맹점주 이 씨는 지난 달 14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그가 사망한 지 24일 만인 7일 그의 동료들은 말한다. “우리도 언젠가는 먼저 간 동료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게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운명일까요”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이었던 이 씨의 죽음은 대기업들의 횡포와 갑질의 잔인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씨는 8년 동안 ○○○피자 가맹점주였다. 이 씨를 가까이서 지켜본 동료는 그가 ○○○피자에 모든 걸 바쳤던 사람이라고 했다. 본사를 다니다가 가맹점을 낸 그는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신메뉴 개발에도 적극적이라 일주일에 3~4번은 본사에 찾아가고 가맹점주들을 대변하기 위해 매일같이 본사와 협상을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그를 늘 밝고, 의욕적인 사람이라고 회상하는 지인도 있었다. 본사의 괴롭힘에 힘들다곤 했지만 밝은 성격 때문에 극단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만큼 심적 압박과 스트레스가 심각했는지 잘 알지 못했다며 미안해하기도 했다.

이 씨가 본사와 싸우기 시작한 것은 전 가맹점주협의회장이 본사의 갑질에 맞서자 가맹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나서부터였다.

어디에, 어떻게 집행되는지 알 수 없는 광고집행비, 30~40%가 비싸지만 회사가 지정한 업체를 통해서만 받을 수 있는 광고전단 강매, 시중보다 비싼 식자재, 가맹점주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지나친 할인 행사 모두 가맹점주들의 부담이었다. 가맹점은 매달 3천만원의 매출을 거둬도 적자였다. 반면 본사는 가맹점주들을 약탈해 배를 불렸다.

가맹점주들은 본사에 항의했다. 그러나 그것도 그때뿐이었다. 이에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에 광고비 일방 전가, 부당한 가맹계약 해지 등의 혐의로 본사를 신고했다. 그러나 본사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가맹점주협의회장에게 계약 해지 통보를 했다. 이후 이 씨가 자진해서 가맹점주협의회장을 맡았다.

2015년 국회가 다리를 놔 가맹점주들과 본사는 상생협약을 맺었다. 투명한 광고비 집행 내역, 식자재비 인하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본사는 이 협약도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그리고 2016년 4월,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매출은 급락했다. 본사 회장의 잘못으로 피해를 보는 건 가맹점주들이었다. 본사에서 각종 명목으로 가져가는 돈이 고정된 상황에서 손님은 끊겼기 때문이다. 이 씨를 비롯한 가맹점주들은 회장을 대신해 시민들에게 직접 사과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마음 하나뿐이었다. 본사는 같은 달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가맹점주협의회와 식자재 가격 인하 등을 다시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또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2016년 9월 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을 벌였고, 본사는 10월 협회장인 이 씨를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 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본사는 항고를 거듭했다. 이 씨는 난생 처음으로 경찰서로, 검찰청으로 불려 다녔다. 2016년부터 시작된 본사의 고소고발은 지난 2월말까지도 계속됐다. 동료들은 그가 “심리적 압박으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이 씨와 다른 가맹점주들은 ○○○피자에서 손을 털고 지난 1월 협동조합 방식의 피자연합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본사와 가맹점주들의 공생을 추구하는 회사였다. 3개 지점으로 출발한 피자연합의 점포 수는 10개까지 늘었고, 곧 세종과 신림에 2개의 점포가 더 생긴다. ○○○피자를 운영할 때보다 매출도 늘었다. 매달 매출의 7%씩 가져가는 광고비와 로열티, 높은 식자재비, 고가의 전단지 강매 등에서 벗어난 결과였다. 피자연합 협동조합에 가입하고 싶다는 ○○○피자 가맹점주들은 점점 늘고 있다.

본사의 괴롭힘은 끈질겼다. 법정 싸움에서 연거푸 진 본사는 피자연합 매장이 있는 곳 인근에 직영점을 내는 식의 ‘보복출점’을 시작했다.

처음 이천점에서 50미터, 다음은 이 씨가 운영하는 동인천점에서 300여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본사 직영점을 차렸다. 수많은 저가, 고가의 프랜차이즈 피자집이 넘쳐나는 가운데 폐점한 가맹점주들의 가게 바로 옆에 본사 직영점을 낸 것이다.

피자 외식업체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2015년 400여개에 이르던 ○○○피자 매장은 2016년 들어 100개가 줄었다. 가맹점에 대한 착취로 남는 게 없는 가맹점주들의 폐점 선언이 급증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1년 동안 ○○○피자 매장이 2개가 늘었는데 바로 피자연합 코앞에 낸 이천점, 동인천점이다. 이천점은 전국 매장 중 피자가격이 최저가다. 다른 매장에선 찾아볼 수도 없는 볶음밥이나 볶음우동 같은 것들을 판매하고 피자를 주문하면 무료 샐러드바를 이용할 수 있고 돈까스까지 준다. 전국의 어느 매장에서도 이런 경우는 없다. 더욱이 직원도 구하지 못해 서울 본사 직원들이 내려와 주방일을 본다. 본사는 피자연합 직원 빼가기 시도까지 자행하고 있다. 피자연합 이천점은 본사 직영점이 들어선 이후로 매출이 40%가까이 줄었다. 본사에 항의한 가맹점주에 대한 보복출점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씨는 사망하기 바로 직전까지도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의 보도자료를 썼다. 그와 함께 활동했던 지인은 이 보도자료가 그의 마지막 말, 유서라고 보고 있다.

이 씨는 지난 2월 27일 미스터피자 본사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끝내 하지 못했던 기자회견 보도자료에 이렇게 적었다.

“피자연합 협동조합은 미스터피자의 갑질로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맹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상생을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중략) 현 가맹점주협의회 회원들을 대상으로도 동일한 부당압력을 행사하고 있는바 더 이상의 피해자는 없기를 바라며 즉각적인 사죄와 재발방지를 약속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가맹점주들은 본사와 상생을 원하지 절대로 본사를 망하게 하거나 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부디 점주들의 진심어린 목소리를 곡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 씨를 먼저 떠나보낸 동료들도 벼랑 끝인 건 마찬가지다.

피자연합 협동조합은 7일 이 씨가 세상을 떠난 이후 낸 첫 입장문을 통해 “남은 우리 역시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지금도 서서히 조여 오는 상황을 볼 때 ‘우리도 언젠가는 먼저 간 동료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이게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운명일까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발버둥이 그렇게도 죽어야만 하는 죄일까요?”

이 씨의 죽음 앞에서 공생, 상생이 시대의 키워드라는 정치권의 언어는 공허한 주장에 불과해 보인다. 가맹점주를 상대로 하는 대기업의 갑질을 강력하게 규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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