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 체결 10년,
    장미빛 미래는 없었다
    “늘어난다던 일자리들 다 어디로 가고, 취업난에 고통 받고 있나?”
        2017년 04월 05일 07: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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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지난 2일부로 체결 10년을 맞았다.

    찬성론자들은 무역경쟁력 강화, 투자 증대, 일자리 창출 등 한미 FTA가 한국에 엄청난 경제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농민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기어코 2007년 4월 2일 협상을 타결했다.

    2012년 3월 15일부로 발효된 한미 FTA는 찬성론자들의 주장대로 일자리 창출 등 한국에 엄청난 경제효과를 줬을까. 정의당 부설 미래정치센터는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한미 FTA 체결 10년, 평가와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발제를, 김형탁 정의당 부대표, 이동복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 이승원 사회혁신리서치랩 소장, 정은경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회는 김정진 미래정치센터 소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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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한미FTA 협상을 이끌었던 소위 ‘FTA 관료’들은 “윈윈했다”고 평가하는 반면, 반대론자들은 한미FTA로 예상했던 어떤 효과도 보지 못한 것은 물론 환경, 일자리, 중소기업은 이 협정으로 더 열악해졌다고 평가한다.

    미국 무역위원회의 2016년 연구 자료를 보면 미국은 한미 FTA로 2015년 158억 달러만큼 무역 적자를 줄였다. 반면 한국은 미국이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보인 2016년에도 대미 수출은 그 절대액수가 2015년보다 감소한 719억 달러에 그쳤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선 한미FTA를 평가하기 전에 평가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순히 국가 간 교역량이 증가한 것만을 기준으로 해서 긍정 평가할 순 없다는 것이다.

    송기호 변호사는 이러한 미국 무역위원회의 자료를 제시하면서 “FTA를 평가하는 기준에는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었고, 공기는 얼마나 더 깨끗해졌으며, 시민이 좀 더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되었는지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EU는 FTA에 대해 인권영향평가를 하도록 법제화했다. 2015년 새 가이드라인은 FTA가 건강과 안전, 표현의 자류 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게도 했다.

    송 변호사는 “FTA에 대한 인권 영향 평가는 UN의 입장이기도 하다”며 “그러므로 한미 FTA 5년간의 수출입량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윈윈’했다고 평가하는 FTA 관료들은 불성실할 뿐 아니라 세계의 흐름에도 처졌다”고 비판했다.

    한미 FTA, 서울 도심의 미세먼지 유발의 원인이기도 해

    송 변호사는 “얼마나 한국의 평화에 이바지하며 일자리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라며 “그런데 서울은 최악의 미세먼지 오염 도시 중 하나이며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도시는 자동차로 인한 미세먼지가 가장 큰 원인의 하나”라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의 2010년 미세먼지의 가장 큰 배출원은 자동차이다. 서울시 미세먼지의 60.8%가 자동차에서 발생했다.

    송 변호사는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획기적인 친환경자동차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자동차 산업의 기득권과 한미 FTA가 한국의 친환경자동차 정책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자동차 보급정책 등에 관한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고려대 산학렵력단은 저탄소차 보급을 위해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 구조를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 자동차세 구조로 바꾸고, 저탄소차에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등록세를 감면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들은 한미 FTA로 인해 좌절됐다.

    송 변호사는 “한미 FTA 2.12조는 아예 배기량 기준 세제를 못 박았다. 여기에 미국의 대형차에 유리하게끔 2000cc가 넘는 자동차에 매기는 자동차세를 5% 낮추도록 규정했다”며 “더 나아가 아예 차종간 세율 차이를 늘리는 방향으로는 기존 자동차세를 개정할 수도 없고 배기량 기준 새 조세를 채택할 수도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은 한미 FTA를 가지고 한국이 저탄소차를 지원하고 고탄소차에는 부담금을 매기는 것을 막았다”며 “결국 한국은 대기환경보전법 제76조의 8에서 정한 저탄소차 협력금의 시행을 법 부칙에서 2015년 1월 1일로 늦춘다고 했다가 2014년엔 2020년 후로 기약 없이 연기했다”고 지적했다.

    “FTA로 만들 수 있다던 일자리, 다 어디로 갔나”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은 2016년 이래 지난 22년 동안 통틀어 가장 높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일본의 실업률은 3.1%다. 사실상 완전 고용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취업자 증가는 지난 6년 동안 최저치였다. 2011년 41만 5000명이 늘던 취업자는 작년에 29만 9000명밖에 늘지 않았다.

    송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로 일자리 34만개가 늘고, EU와 FTA를 하면 장기간 25만 명의 고용이 늘어난다고 했다. 이 둘만 합해도 59만 개”라며 “이 일자리들은 다 어디로 가고 청년들은 최악의 취업난에 고통 받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원인이 FTA에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많은 FTA를 했는데도 실업이 여전히 심각한지를 냉정하게 검증해야 할 때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FTA 내에 무엇보다도 성장의 과실을 노동자가 누리게 하고, 세계 시민권인 노동자의 권리를 한국에서도 당당히 시민권으로 보장하는 장치를 포함시켜야 한다”며 “그러나 한미 FTA 19장 노동협약은 어떤가. 참여정부는 당초 한미 FTA를 통해 보편적 노동 시민권 국가로 도약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농업팔이’ 한국의 FTA로 농업의 몰락

    두 명의 발제자 모두 한미 FTA의 가장 큰 폐해는 농업의 몰락이라는 공통적인 평가를 내놨다.

    한국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위해 관세보호 약속을 농민에게 제시했다. 그런데 한국이 WTO로부터 높은 농산물 관세를 보장받기 때문에 만약 농산물 수출국이 한국과 FTA를 체결해 높은 관세의 벽을 부술 수 있다면,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한국 땅에서 큰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송 변호사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하며 한국의 FTA를 “농업팔이”라고 비판했다.

    송 변호사는 “한국은 미국과 중국 모두와 FTA를 한 드문 나라이면서, 동시에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FTA 체결국으로서의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매우 드문 나라”라며 “그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한국의 FTA가 본질적으로 ‘농업 팔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 FTA 5년으로, 한국 정부가 농업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음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며 “영동군이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유일한 포도 특구인 영동군조차 포도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면서 포도밭이 33% 이상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해영 교수 또한 “농축산물 무역수지는 2015년 현재 수출 61억불, 수입 301억불로 240억불 가량의 매우 심각한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며 “미국 무역장벽보고서에서도 2015년 미국이 한국에 수출한 농축산물은 2011년 31% 증가했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수출한 미국 농축산물 평균 증가치의 7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대미 수출 총액의 33%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및 부품 대미수출 총액 220억불보다 많은 240억불의 무역수지 적자를 농축산 부문에서 기록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아울러 송 변호사는 “농업을 유지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FTA이어야 한다”며 “유전자 조작 식품을 규제할 수 있어야 하고,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검역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FTA여야 한다. 해마다 40만톤이 넘는 외국쌀을 수입하는 그런 FTA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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