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위해,
    분할된 발전공기업 3개로 재편해야
    심상정 후보, 발전노조, 가스공사노조 등과 정책협약
        2017년 03월 31일 07: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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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6개로 쪼개놓은 발전 공기업을 3개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간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등의 방안은 있었지만 발전공기업 통합으로 에너지 전환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건 처음이다.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사회공공연구원,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주관으로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한 19대 대선정책’ 토론회에서 송유나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연구실장은 “시장화·민영화를 전제로 한 공기업 간 경쟁은 전력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장벽이 됐다”며 “에너지 전환과 공공성을 중심적 가치로 볼 때 현재의 6개사 경쟁체제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전력산업의 통합적·공공적 운영을 전제로 하여 운영구조를 전면 재편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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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토론회 모습(사진=유하라)

    발전 공기업 재편 방안은 정의당의 에너지 정책 슬로건인 ‘정의로운 에너지전환’과도 맞닿아있다.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은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직, 지역경제 침체 등의 부담을 노동자와 시민에게만 지우지 않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현 분할체제 내에선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송유나 정책연구실장의 지적이다.

    발전 공기업은 2001년 이후 한전이라는 공기업과 산하 발전자회사 5개로 분할됐다. 원전을 다루는 한수원을 제외한 발전회사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결국엔 모두 민영화하는 것이 분할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이 발전회사의 분할이 이제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의 발목을 잡는 문제적 시스템이 됐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이 탈원전을 공약을 내세운 것을 보면 탈핵·탈석단은 이미 사회적 합의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탈핵, 탈원전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원전과 석탄화력을 다루는 발전회사와 소속된 노동자들의 상당한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다. 각 발전 회사마다 원전, 석탄화력, 천연가스 등 다루는 에너지원이 다 다르기 때문에 원전이나 석탄을 다루는 회사의 경우 에너지전환 정책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탈원전·탈석탄을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을 하게 되면 원자력과 석탄화력을 다루는 회사의 수익은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고, 수익성이 기준이 되는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에서의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이는 결국 그들의 임금, 생존권의 문제로 이어기기 때문이다.

    한수원이 그토록 노후 원전 한 호기 폐쇄나 신규 원전 건설 한 호기에 목을 매는 모습은 탈핵 흐름에 대한 저항이 현실화됐다고 볼 수 있다.

    송 실장은 “한국수력원자력은 세계 유일의 원자력 중심 회사다. 바로 이 때문에 원자력 정책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회사, 원자력을 확대·강행하기 위해 주력하는 회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며 “종사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경영진의 생존권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MB 정부 이후 원자력 확대 정책이 추진되면서 한수원은 원전 강화 정책을 한수원이 주도했고, 결과적으로 한수원은 일종의 원전 마피아의 주체로 변질됐다”며 “만약 이전과 같이 각종 전원이 한전의 형태로 통합되었던 체제였다면, 원자력 발전의 축소 혹은 폐로에 대해 지금과 같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핵, 즉 에너지 전환 흐름을 거부하는 한수원의 모습은 5개 발전공기업에도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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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 실장은 “분할 전엔 어떤 에너지원을 돌리든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그러나 6개로 쪼개진 회사는 수익성이 경영평가를 좌우하기 때문에 원전을 다루는 회사는 원전을, 석탄화력을 다루는 회사는 석탄을 고집하고 그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공기업 경영평가, 시장형 공기업 지정 등을 통해 기재부와 산업부가 공기업 본원의 역할을 훼손해버린 결과”라고 비판했다.

    발전공기업을 3개로 줄이는 재편 방안은 에너지 전환의 길목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과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고 오히려 발전 공기업,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에너지 전환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는 전력 공기업 재편 방안에 대해 “에너지 전환의 주체로 전력의 공기업들을 전면에 내세우자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6개사 경쟁을 통해 에너지 전환을 저항의 주체로 만들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에너지전환에 앞장설 수 있는 방안, 에너지 믹스가 실현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발전 공기업 조합원들은 기능조정과 민영화 중단, 공공성 확대, 에너지 기본권 확보 등 제반 전력공공성 지표에 대해 70∼80% 이상 동의했다. 특히 ‘6개 발전회사 재통합 및 재편’에 대해 10명 중 8명 이상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분할 구조로 인한 경쟁 시스템만 해결된다면 발전 노동자들이 에너지 전환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송 실장은 “공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수익이 아니라 공공성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을 비롯하여 5개 발전공기업 모두 부정하지 않는다”며 “바로 그 공공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공기업 운영목표로 전환한다면, 이들 공기업 바로 세우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정의당 대선 후보인 심상정 상임대표는 이날 오후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한국가스공사지부,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와 ‘공공성 강화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정의당 생태에너지부 본부장인 김제남 전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온실가스, 2050년까지 90년대 배출량 이하로 감축 ▲2040년 원전제로, 2050년 석탄화력 제로를 위한 에너지전환 로드맵 추진 ▲2030년까지 전력소비 OECD 평균수준으로 낮추는 강력한 전력수용 관리 정책 추진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 40%로 확대 ▲에너지공기업 민영화 정책 중단, 에너지 공공성·민주성 강화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체계에서 지역 분산·분산권력 체계로 전환 ▲에너지산업 구조개편 추진 등 7개의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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