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1만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기재부 직원 “활동보조인의 노동자성을 제거하면 되겠네요”
        2017년 03월 30일 08: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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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철이다. 이름도 아름다운 장미대선. 겨울에서 봄으로 선거철이 바뀌었다.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고 손에 동상이 걸려가면서 하루에 7,8만원을 벌어야 했던 단기알바 선거운동원들에게 장미대선이라는 이름은 얼마나 달콤할까.

    대통령선거의 계절을 바꾼 것이 선거법 개정이 아니라 시민의 힘이었던 덕분인지 노동과 복지 공약들이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다. 우파정당을 제외하고 모든 후보들이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겠다고 한다. 이제 자신의 가난과 무능을 증명하기 위해 가족들을 부도덕하게 만들어야 하는 일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비정규직을 줄이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도 거의 공통적이다. 12년 전 비정규법을 둘러싸고 막으려고 했던 자와 통과시키려고 했던 세력이 사이좋게 한자리에 앉아서 비정규직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정규직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최저임금 1만원! 노동자는 요구하고 대선후보들은 긍정적으로 호응한다. 청중들은 박수를 친다. 대한민국 청년노동자, 알바노동자들의 꿈, 최저임금 1만원. (아, 2017년 청년들의 꿈은 얼마나 소박한가?)

    그 소박한 꿈이라도 모두의 꿈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데 장애인활동보조인들을 생각하면 최저임금 1만원은 아찔한 일이다. 지금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유지한 채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리면 활동보조인들은 전부 특수고용노동자로 전락할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올라갈 때마다 활동보조인들의 노동시간은 기이한 형태로 줄어들고(‘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라 ‘노동시간 제한을 통한 임금 축소’), 고용은 불안정해지고, 노동현장의 억압과 공포는 늘고, 임금은 줄고 무급노동은 늘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장애인활동지원수가가 최저임금과 법정수당을 충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애인활보

     

    시급은 활동지원수가 중 정부가 매년 지침으로 고시하는 최하한선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는 현실처럼 활동보조인의 시급 최하한선도 최고임금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시급과 최저임금 차액에 해당하는 부분이 활동보조인에게 지급되는 법정수당 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차액 안에 주휴수당, 연장수당이 있다. 2011년 10월 이전에는 야간과 휴일수당도 저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2016년부터 차액으로 주휴수당조차 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정부예산이 이렇게 짜게 책정되면서 활동지원기관들은 장애인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역할을 포기하고 사업주로 살아남는 것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노동관계법을 말도 안되게 해석해서 적용하고, 노동자들이 이에 항의하면 ‘노동법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우겼다. 법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기관이 시키는 대로 근무형태를 맞춰나갔다.

    활동지원기관들이 제일 먼저 취한 조치는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를 노동분쟁에 대비해서 연장수당의 발생을 막는 것이었다. 법정노동시간으로 서비스제공시간을 제한하고 서비스제공시간이 긴 경우는 복수의 기관에 등록하게 했다. 이용자의 시간이 법정노동시간에서 10시간, 20시간처럼 애매하게 남아서 중복등록이 애매한 경우는 시간이 남아도 결제를 할 수가 없어서 버려지기도 한다. 장애인이 그 시간만큼 서비스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활동보조인이 무급으로 일을 해 주는 경우도 있다. 고용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퇴직금은 기관으로 귀속된다는 점을 이용하기도 한다. 서비스제공과 고용을 연결시켜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활동보조인은 이용자의 말 한마디면 일하다가 그 자리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렇게 해고가 쉬운 직종이 또 있을까? 그보다 더 심한 경우는 60시간 미만으로 일을 하라고 강요하는 경우다. 경기도 안성시의 활동보조인 A씨는 250시간 일을 하는데 안성시에는 중개기관이 3개밖에 없어서 평택까지 가서 등록을 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이 외에도 일일이 설명하기 힘든 상황들이 많이 있다.

    이것이 최저임금이 장애인활동지원수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인상되면서 생긴 일이다. 임금이 아니라 비용으로 고용된 바우처노동자들의 현실이 이와 같다. 정부가 비용을 짜게 책정하면 민간위탁기관들은 그에 맞춰 노동자들의 처우를 악화시켜서 운영을 이어가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거나 혹은 책임질 필요가 없다.

    곁가지이기는 하지만, 활동지원기관의 말만 들으면 마치 자신들이 노동법의 피해자이고 정부가 정하는 낮은 수가의 일차적인 피해자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활동지원기관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운영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어떤 기관은 수수료로 억대를 모았다고도 하고, 어디는 교회를 세웠다고도 한다. 4천만원짜리 차를 사면서 우리한테는 교육시간에 덜렁 기부 받은 과자 한 봉지 주느냐고 항의하는 노동자의 이야기도 들었다. 기관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시절도 있었다. 그런 시절에도 노동자들의 한 달 평균임금은 60,70만원 정도였다. 기관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을 쳐도 정부가 ‘남는 거 다 안다’ 이러는 이유도 있는 것이다.

    주휴수당조차 지급하지 않으면서 활동보조인들의 무지를 이용해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근로계약서를 개악하는 것도,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것도 ‘법이 그래서’라고 말한다. 법을 입에 달고 사는 활동지원기관일수록 활동지원법과 근로기준법의 틈새를 이용해 착실하게 더 많은 이익을 챙겨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은 최저임금이 인상될수록 처우가 악화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공무원들이 노동관계법에 대해 이해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고용노동부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근로감독관이 이 요구를 받아들여 기재부 예산담당자에게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고 들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끼리 얘기를 했으니 그래도 조금 설득은 되었을 것이라고 내심 기대를 하였으나, 기재부에 가서 들은 얘기는 “활동보조인의 노동자성을 제거하면 되겠네요”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겨울 들어서 보건복지부가 가지고 나온 제도개선 아이디어가 ‘이용자-활동보조인 직접계약’을 일부 도입하고 수수료를 적게 떼서 시급인상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그 주장을 하던 과장이 교체되고 신임과장은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는데 맞춰서 공공서비스 비용이 확대되지 않으면 결국 이런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현장이 이렇게 어지러워지는 이유는 최저임금의 부담은 민간에 있고, 복지급여의 실체인 비용(예산)의 부담은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매년 최저임금을 정하는 시기가 되면 최저임금위원회 앞에 노동자와 기업가가 몰려들어 아우성을 치고 밀당을 하고, 거기서 결정되는 최저임금의 수준에 따라 중소기업이나 편의점주 등 자영업자는 망하느니 마느니 난리를 치지만 어쨌든 결정이 되고나면 그 뒷감당은 정부의 몫이 아니다.

    이와 같은 논리로 장애인활동지원사업도 민간위탁을 하면서 그 운영의 책임도 결국 민간에 떠넘길 수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임금과 활동지원수가 사이의 차액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하는 내용으로 충북의 한 활동지원기관이 복지부에 질의를 넣었다. 복지부의 답변은 냉정했다. 기관운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고 사업신청을 할 때는 그런 것도 계산한 것이 아닌가. 그러니 정부는 추가지원을 할 의무가 없다. 노동자와 위탁기관들이 다투다가 기관이 문을 닫거나말거나,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엉망이 되거나말거나 그 책임은 정부가 아닌 민간의 몫이다.

    대통령이 되면 최저임금을 높이고 고용을 안정시키겠다는 그들은, 정부에 의해 고용되었지만 정부가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사회서비스노동자, 장애인활동보조인에게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도 함께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활동보조인들은 최저임금 1만원에 환호하지 못하고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오를까봐 근심해야 하는 처지를 면할 수 없다.

    필자소개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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