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이후
푸드트럭은 어디로?
푸드트럭 규제완화 3년을 돌아보며
    2017년 03월 28일 02: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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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박근혜 정부의 푸드트럭 규제완화가 실시되었다. 3년이 지났다. 나는 지난 2014년 3차례(링크1, 링크2, 링크3)의 글을 통해 현재 실시되고 있는 푸드트럭 규제완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하나의 정책이 실행되고 평가를 하기에 3년은 충분한 시간이다. 3년간 무슨 일이 일어났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살펴보자.

최순실의 디테일한 정책 설계

노벨문학상과 특유의 유머로 유명한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어느 날 영국의 고위층들에게 무작위 전보를 보낸다. “다 들통났다. 빨리 토껴라.” 영국 상류사회가 며칠간 뒤집어졌음은 물론이다.

“손톱 밑 가시를 빼겠다.” 박근혜 정부가 규제개혁을 통한 창조경제의 기수로 띄워준 푸드트럭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지난 2016년 11월 21일 TV조선은 최순실 씨의 사무실에서 푸드트럭 규제완화와 관련된 문건이 유출되었음을 보도했다. 다 들통났다.

티비조선

정말 저 분은 안 건드리신 게 뭔지… 출처 : [TV조선] ‘손톱 밑 가시 뽑기’ 푸드트럭에도 최순실 개입?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22/2016112290035.html

박근혜 정부의 규제혁신을 담당하는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실에서는 다음날 즉각 반박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푸드트럭 규제완화는 지난 2014년 3월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차량개조업자가 현장 건의하여 수용된 사안으로, 현재 대부분의 영업자는 영세자영업자며, 차량 개조도 다양한 업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푸드트럭 규제완화로 인해 특정업체에 혜택이 집중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한다.

그렇다고 한다. 나도 정부의 선의를 믿고 싶다.

하지만 다음의 기사를 살펴보자

“최순실씨의 조카 서현덕(29)씨의 핫도그 가게 ‘더푸드트럭커스’가 개업한 지 1년 만에 신세계백화점 인기지점 로얄석에 잇달아 입점했다. 입점한 지점은 올해 9월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점과 올해 3월 확장 오픈한 부산 센텀시티몰이다. 업계에서는 “상식 밖의 일”이라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기사 : 꼴랑 1년만에 신세계 ‘로얄석’에 잇달아 입점… 최순실 조카의 ‘수상한 트럭’
http://www.factoll.com/page/news_view.php?Num=3721

팩트올의 취재에 따르면 최순실의 조카 서현덕 씨는 지난 2015년 3월 핫도그 가게인 ‘더푸드트럭커스’를 창업했다. 이 업체는 1년 뒤인 2016년 3월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몰에 입점. 그로부터 6개월 뒤인 9월에는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하남점에 입점했다. 이태원의 작은 가게(놀랍게도 본점은 푸드트럭이 아니다.)에서 시작해 1년 만에 대형 백화점에 두곳이나 입점을 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기사를 내보낸 팩트올 측에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와 민·형사상의 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알렸으나, 팩트올 측의 반박기사로 인해 철회했다.

트럭커스

이미지 출처 더푸드트럭커스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thefoodtruckers/)

간단히 정리해보자. 최순실은 푸드트럭에 규제완화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보고 받았다. 푸드트럭 규제완화에 어떤 식으로 개입했는지는 아직 모른다. 푸드트럭 규제완화가 시작되고 1년이 지나 최순실씨의 조카인 서현덕씨가 ‘더푸드트럭커스’라는 핫도그 매장을 오픈했다. 이 신생업체는 1년 반 후 신세계백화점에 두 개의 매장을 신규 입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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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도시여자, 그래도 내 조카에게만은 따뜻하겠지. 이미지 출처 : 동아일보

최순실의 1대1 맞춤정책의 디테일한 설계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최소주의적 해석을 따른다면 최순실씨가 조카의 창업아이템과 관련하여 청와대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최대주의적 해석을 따른다면 최순실씨가 조카의 창업 아이템을 위해 정부의 경제정책에 깊이 관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어떤 해석이든 개인의 자유다. 나는 여기서 최소주의적 해석을 따르고 싶다. 수많은 영세자영업자들을 웃기고 울린 푸드트럭의 에피소드들이 한낱 조카의 장난감 사주기에서 시작된 것이라 믿고 싶지 않은 소박한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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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조카가 이모랑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다. 출처: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국무조정실의 설명대로 푸드트럭 규제완화로 인해 특정업체가 집중적으로 특혜를 보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최순실씨의 조카 서현덕씨가 그 혜택을 입은 것은 분명하다. 소가 뒷걸음을 쳐도 쥐를 밟았으면 어쨌든 쥐는 밟은 것이다.

마군

아아, 판사님 이 글은 제가 쓴 게 아니옵니다. 제 손을 조종한 마구니, 마구니가 쓴 것이옵나이다. 출처 : 태조 왕건

주변에 푸드트럭 많이 보이던데 어떻게 된 걸까

정책은 최순실이 만들었든 김일성이 만들었든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면 출처는 중요하지 않다. 최순실 조카 한 명의 행복과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적은 비용(또는 손해)으로 행복을 준다면 그 정책은 좋은 정책이라 해도 될 것이다.

지난 촛불시위의 과정에서 광화문광장에 간 시민들은 수많은 푸드트럭을 보았을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촛불시위 지원책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시위 중에 푸드트럭이 길에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기사 참고 : 200만 촛불집회 지원 팔걷은 서울시…’교통편 늘리고 푸드트럭 배치도’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G31&newsid=01492406612849328&DCD=A00703&OutLnkChk=Y

한편 지난 3월 12일 서울시는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린 ‘2017 서울밤도깨비야시장 품평회’를 열었다. ‘푸드트럭 올림픽’으로도 불린 이날 품평회에서는 285개의 푸드트럭이 참가했다. 이중 경쟁을 뚫고 선발된 142개의 푸드트럭이 10월까지 운영되는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서 장사할 수 있게 된다. 서울에만 300여개 가까운 푸드트럭이 생겼다는 것은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지난 2014년 정책 시행 초기에 푸드트럭이 고작 20여개에 달한 것을 생각해보면 3년 사이 푸드트럭 시장은 10배에 가까운 성장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뭘해도 답이 없는 헬조선에서 푸드트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식약처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1월 말 현재 운용중인 푸드트럭은 총 312대. 2016년 10월 인재근 의원실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푸드트럭으로 개조를 한 차량은 1021대다. 대략 1000대의 푸드트럭이 만들어졌지만 운용하고 있는 차량은 300여대. 즉 70%의 푸드트럭은 망했거나 쉬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허가 여부와 상관없이 운영되는 푸드트럭을 계산하면 그 비율은 더 높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나는 3년 전 기고를 통해 푸드트럭 규제완화가 의미 있는 창업의 영역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사이에 규제는 더 풀어졌다. 무엇보다 영업 허가구역이 많이 늘어났다. 2016년 7월부터는 영업허가구역들(이른바 푸드트럭존)을 이동하면서 영업을 할 수 있게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도 개정되었다. 푸드트럭에 대한 규제완화는 부족하게나마 계속 생기고 있다.

푸드트럭이 안 되는 이유

최순실과 각 지자체들이 우주의 기운을 모아 푸드트럭의 성공을 기원하는데도 잘 안 되는 이유는 간명하다. 이미 이 나라에는 음식장사가 너무 많다. 물론 우리는 그 이유를 다 알고 있다. IMF 이후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죄다 통닭집을 개업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이 막히면 치킨 배달을 시키면 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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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돈을 버는 사람의 1/4는 자영업자, 그중에 1/4는 음식점을 하고 있다. 단순 계산하면 2500만명의 취업자 중 150만명 정도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경향신문, 주간동아

과연 이 나라에 먹을 만한 음식점이 얼마나 되느냐는 철학적인 질문은 치워버리자. 지금 한국과 같이 식당이 넘쳐나는 곳에서, 그것도 대기업이 막강한 자본력으로 잠식해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백종원 할아버지가 오빠차를 몰고 와도 장사가 될까 말까다.(백종원 본인이라면 또 모르겠다.)

손석희

죽거나 혹은 튀기거나 출처: JTBC 뉴스룸

푸드트럭 업계의 현황과 관련해서는 최근의 서울신문 기사를 보면 좀 더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에만 119대가 폐업했다. 겨울을 앞둔 10~12월에 문을 닫은 경우가 54.5%(65대)로 절반을 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자체의 대규모 푸드트럭 행사에 맞춰 영업신고를 하고 행사가 끝날 때쯤인 10월 이후 영업을 접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출처: 지자체만 바라보는 푸드트럭… 겨우내 절반 접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309009025&wlog_tag3=naver#csidx7f47ac1ddeffe31bb925fd6e0c4c1fc

푸드트럭은 일반적인 식당이 아니기에 정주하여 장사를 하는 것보다는 옮겨 다니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 이미 장사가 잘되는 곳은 음식점들이 포진해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푸드트럭들은 영업의 공간이 일시적으로 열리는 지역 축제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사단법인 한국푸드트럭협회 홈페이지(https://www.koreafoodtruck.org/)에서 회원들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각 지역의 축제 관련 입점 정보다.

그런데 지역축제가 줄어든다면? 당연히 보릿고개가 오는 것이다. 촛불시위에서 일시적으로 푸드트럭이 자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푸드트럭이 계속 생겨나는 이유

실제로 사람들이 망하든 말든 정부의 푸드트럭 규제완화는 계속 될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정책을 시행하는데 별다른 예산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이후 이 손톱 밑 가시를 빼기 위해 주무부서 중 하나인 식약처에서 지불한 돈은 총 200만원이다. 이 200만원은 어디에 쓰였을까? 2016년 식약처의 푸드트럭 로고 공모전이 전부였다. 나머지 행정비용은 다른 부서에서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을 약간 손보는 정도로도 충분했다.

간단히 상상해보면 알 수 있다. 푸드트럭은 장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지정해주고, 개조된 차량을 허가해주고 정기적으로 안전과 위생을 점검해주면 끝이다. 돈이 들 게 없다. 그에 비해 효과는 좋다. 지역축제에 푸드트럭들이 나오면 그만이다.

자동차 시장의 상황도 푸드트럭을 반기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에서 ‘푸드트럭’으로 검색해보면 푸드트럭으로 차량을 개조해주고 창업을 지원해주는 업체만 10곳이 넘게 나온다. 정부는 푸드트럭 개조업체를 20여개로 파악하고 있다. 상용차 개조업체에서 푸드트럭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푸드트럭은 청년창업유도와 함께 기존 상권에 대한 개입 수단으로서도 활용도가 크다. 서초구의 경우 기존 노점 밀집 지역을 푸드트럭 영업이 가능한 푸드트럭존(zone)으로 바꾸고 기한 내에 푸드트럭이나 부스형 판매대로 교체하지 않을 경우 일제히 철거할 것을 통보했다. 이렇게 푸드트럭 정책은 각 지자체에서 기존 노점의 철거 혹은 출구 전략의 일환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현재 자리하고 있는 노점들이 포터를 사서 개조할 돈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다. 경기도는 더 나아가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이용해 음식을 판매할 수 있는 ‘푸드바이크’ 사업을 추진중이다.

참고기사 : 강남대로 노점을 푸드트럭으로 바꾼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15/2016111500116.html

[경기] 청년 창업 돕는 ‘푸드바이크’ 뜬다
http://mbn.mk.co.kr/pages/news/newsView.php?category=mbn00009&news_seq_no=3167128

이미 한국인들은 수십 년 째 안정된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게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로 생긴다는 일들이 사람의 체질과 생존에 얼마나 잘 맞는지는 모르겠다. 모두가 모험을 말하고 있다. 모두가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살아 돌아오라고 외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창업이라는 만인의 만인을 향한 투쟁의 불구덩이 속에서 일부의 천재와 수완가는 살아남을 것이고 평범한 대다수는 고통받을 것이다. 나는 굳이 정책의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다면 창업지원책보다는 탈출에 지금보다 더 무게가 실려야 한다는 쪽이다. 자고로 창업은 쉽고 수성은 어렵다고 했다. 수성하지 못한 이들이 짊어질 막대한 부채와 피폐함에서 사람을 끌어내 인간의 땀과 눈물이 흐르는 공동체로 복귀시켜야 하지 않을까.

멸망

물론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푸드트럭을 한다고 해서 지구가 망할 일은 없다.
출처: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498158&no=7&weekday=thu

사람은 갔어도 제도는 남는다. 한 번 풀어준 규제는 다시 묶기 어렵다. 박근혜도 물러나고 최순실도 구속되었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남긴 손톱 밑 가시, 푸드트럭은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도는 꾸준한 감시와 비판이 필요하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저녁을 파는 삶이 아니라 저녁이 있는 삶이다.

세줄 요약

  1. 푸드트럭은 최순실느님의 작품인 것 같다.
  2. 박근혜가 물러나도 푸드트럭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3. 그렇다고 너님이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죄송)

보론: 최순실의 조카 서현덕의 업체인 더푸드트럭커스는 엄밀히 말해 푸드트럭이 아니다. 이태원의 본사는 일반적인 음식점의 형태이고 두 곳의 백화점에 입점시킨 점포가 트럭의 외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차량의 껍데기만 가져다 놓은 것으로 정부가 지정한 이동형 차량음식점은 아니다. 이 두 점포에서 트럭은 그냥 인테리어에 다름 아니다. 즉 더푸드트럭커스에는 푸드트럭이 한 대도 없다. 하지만 이들은 두 대의 트럭을 푸드트럭으로 활용할 수 있게 개조했고, 여기에는 최순실이 개입한 차량개조와 관련한 규제완화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오해가 생길 수도 있어서 부연설명을 달아둔다. 실제로 서울에서 영업 중인 푸드트럭 일부는 차에서 엔진을 떼어낸 뒤 정주하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보기에는 푸드트럭이지만 실제로는 트럭 모양의 인테리어를 한 노점, 또는 일반음식점의 형태다.

필자소개
정의당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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