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수업무유지제도,
    파업권 무력화 '나쁜 제도'
    권두섭 “최소유지업무제로 바꿔야”
        2017년 03월 27일 08: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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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을 막기 위한 철도노조의 파업엔 늘 ‘최장기’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그럼에도 성과연봉제는 여전히 노사 간 쟁점으로 남아있다. 여기에 더해 철도공사는 노조 간부들과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에 대량 해고 등 중징계 처분을 결정했다. 노조의 파업 사유가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였으니 74일의 파업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노조의 잘못은 없다. 열심히 투쟁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시민사회도 발 벗고 도왔다. 파업이라면 가재미눈부터 하고 보는 여론도 공공부문의 파업엔 응원을 보냈다. 그럼 왜, 노조의 최장기 파업의 결과는 노조에 중징계 처분이라는 상처만 남긴 걸까.

    문제는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있다. 필수유지업무 제도란, 시민의 안전과 생명과 관련한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갈 경우 필수유지율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회사의 이익을 위협해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게 하는 ‘파업권’은 시민의 기본권이기도 하다. 그런데 철도공사는 노조의 이번 최장기 파업으로 어떤 경제적 손실도 보지 않았다. 오히려 흑자 행진이다. 노사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강제로 도입해 파업의 동기를 제공한 회사는 어떤 부담도 지지 않는 반면 노조는 대량 중징계를 받는 이 기이한 상황이 바로, 필수유지업무 제도에서 시작된다.

    지난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장기파업 조장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 필수유지업무제도 10년 평가와 대안 토론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가 발제를,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 류지원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 정영섭 공공성 강화와 성과·퇴출제 저지 시민사회공동행동 운영위원, 조충현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회는 한신대학교 교수인 송주명 사회공공연구원 원장이 맡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 토론자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는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사용자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제도라는 것이다. 아니, 기울어진 정도가 아니라 노동자가 사용자에 맞설 수 있는 벼랑 끝 무기인 ‘파업권’이 무력화, 사실상 금지되도록 한다는 지적이다.

    필공

    파업권 무력화하는 필수유지제도 토론회(사진=유하라)

    필수공익사업장의 필수유지율, 정말 필수적인 수준이 맞나?

    필수유지업무제도는 공익사업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한 직권중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10년 전 도입됐다. 직권중재는 노동계가 ILO 등에 지속적으로 제기하여 폐지토록 한 독소조항이었다. 애초 도입 취지는 공익성과 노동기본권의 균형 있는 보장이었다. 그러나 필수유지율이 지나치게 높게 정해지면서 도입 취지 자체가 아예 훼손됐다는 비판이 많다.

    권두섭 변호사는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의무와 권리 제한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사용자에게는 무한정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류지원 변호사 역시 “필수유지업무 제도로 사용자가 뜻밖의 이익을 얻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공중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자는 기본권(단체행동권·파업권)이 제한되는 불이익을 얻음에도 사용자는 아무런 대가를 부담하지 않고 파업의 제한이라는 이득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필수유지율은 각 지역 노동위원회가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이 제도의 입법 취지가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 이 제도 취지 훼손의 결정적 이유다.

    노동위가 정하는 필수유지율은 최대 100%다. 2008년 철도공사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철도사업에 대한 필수유지업무 결정신청을 했고 노동위는 고속철도차량 64.9%, 일반철도차량 68.6%, 도시철도차량 67.5%, 통근형 열차와 도시철도차량은 출퇴근 시간대에 각각 100%, 80%를 유지하도록 했다. 2009년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결정을 했다.

    파업을 해도 최소 70%에서 최대 100%까지 열차를 운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성과연봉제 파업에서 회사는 운행률이 높을수록 흑자를 내는 KTX에 한해 100% 운행률을 유지했고, 운행률이 높을수록 적자를 내는 새마을호 등은 운행을 축소했다.

    권 변호사는 “필수유지업무 제도는 노조의 파업권을 실질적으로 금지해온 직권중재에 대한 반성적인 고려로 도입됐는데 노동위원회 필수업무유지율 결정과정에서 입법 취지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위가 결정하는 필수업무유지율은 70~100%로 이는 파업의 전면적인 금지에 달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노동위원회의 구성원도 문제다. 대부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규정되는 철도, 병원 등의 전문가가 아닌데다, 이들을 보조하는 사무국도 고용노동부 공무원들로 채워진다. 필수업무유지율 정하는 데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들의 의견도 배제된다.

    권 변호사는 “노동위원회가 며칠 만에 결정한 필수유지율엔 유효기간도 없다. 심지어 이렇게 유효기간도 없는 결정을 업무에 대한 전문성도 없는 위원들이 한다. 노동위를 뒷받침하는 사무국도 모두 노동부 공무원들”이라고 지적했다.

    현장 발언에 나선 박상현 철도노조 국제국장은 “전문적이지 않은 노동위원회 위원들은 명확한 근거 없이 운행률 100%를 정해 파업의 효과를 없앤다”고 지적했다.

    노동위가 결정한 높은 유지율로 이득을 보는 건 회사 측이다. 파업권을 완전히 상실한 노조와 달리, 회사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내세우며 평소보다 적은 열차 수로 더 많은 승객을 태운다. 회사의 불법·부당행위로 노조가 파업을 해도 회사가 손해볼 게 하나도 없는 셈이다.

    박 국장은 “철도파업의 시작은, 언제나 철도공사 사장이 열차를 100% 다니게 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실제로도 운행률은 100%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을 하면 열차의 수가 줄긴 한다. 하지만 줄어드는 열차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승객은 다른 교통을 이용하기보단 원래 이용하던 열차가 오기 전후에 열차를 이용한다. 그러면 평소보다 열차에 승객이 더 많이 타서 가게 된다. 열차 수와 일하는 사람은 주는 데 이용객은 똑같으니 철도공사는 오히려 파업 기간에 더 많은 흑자를 남기게 된다”며 “파업할수록 회사가 더 이익이 되는 것이 필수유지업무제도 하에서 파업의 실상”이라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 “필수유지업무제도는 쟁의권과 공익의 조화로운 보장을 위해 최소한의 유지업무를 둔 것이지 (회사의) 사익 보장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사회적 책임을 분명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운행할수록 수익이 나는 KTX가 100% 유지가 된다. 필수유지율이 60%인데 그 인력으로 노동강도를 높여서 100% 영업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라며 “2013년 노조가 23일간 파업을 했던 당시, 철도공사가 낸 경영자료를 보면 지난해와 비교해 오히려 수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군병력까지 동원하는 대체근로 때문에 파업은 하나마나
    노사 갈등 해결에도 악영향… 필수공익사업장 범위도 지나치게 포괄적

    철도공사는 이번 성과연봉제 저지 파업을 재난 상황으로 규정하고 군 병력까지 투입했다. 당연히 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군 대체 인력으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했다.

    2016년 철도노조 파업시 대체인력은 내부대체와 외부대체 인력을 포함해 약 6천명, 노조의 파업참여는 미필수 조합원 1만 1천명 중 파업참가 인원 7천 5백명 정도였다. 2013년 파업 때에도 파업 참가인원이 7천 7백명 정도였는데 대체근로로 투입된 인원이 6천 22명이었다.

    권 변호사는 “이 정도의 대체인력이면 파업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며 “철도노조를 비롯한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들이 필수유지업무를 준수하면서 파업을 할 경우에도 사용자 측이 교섭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용자 측이 성실한 교섭으로 파업 사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법제도와 법을 넘어서서까지 파업을 무력화하는데 골몰하고 있는 후진적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공익을 고려한 필수유지율을 통한 파업권 사전적 제한 조치와 함께 사후적 제한 장치인 긴급조정 제도도 이미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또 다른 사후적 제한조치인 대체근로까지 허용할 타당성이나 현실적 필요성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류지원 변호사는 대체인력제도에 대해 “사용자 편향적 제도”라고 평가하며 “쟁의행위 기간동안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것은 파업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

    박상현 국장은 “현재 조합원 숫자와 대체인력의 숫자가 거의 비슷하다”며 “철도공사는 노조 도움 없이도 스스로 할 수 인력 운영이 가능할 정도로 내부대책 인력을 만들어 놨다. 철도 노조가 제공할 필수인력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철도 현장엔 3천명의 기관사 대체인력이 평시에도 기관차를 운행하는데 파업만 가까워지면 이 대체인력 기관사들은 현장 사람이 아닌 게 된다. 필수유지율이 적용되는 인원 밖에서 운영해 (필수유지율 이상의 인력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수공익사업장의 범위도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과 관련한 업무일 경우 필수공입사업장으로 지정되는데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대부분의 공공부문 사업장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규정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법안 통과 막바지에 끼워 넣은 항공부문이다.

    권 변호사는 “노조법 시행령의 필수유지업무 범위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면 필수공익사업에서 필수유지업무가 아닌 업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광범위하다”며 “포괄적으로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를 확장시켜서 필수공익사업과 필수유지업무의 구별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놨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제로 필수공익사업장의 웬만한 업무는 거의 다 파업을 했을 때 사업주가 영향 받는 업무”라고 지적했다.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기업의 이윤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파업권 지키는 대안은, ‘최소업무유지제도’
    필수유지율도 노사 간 자율협상으로 정해야

    필수유지업무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발제자 토론자의 공통된 견해였다. 대신 필수유지업무제도의 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최소업무유지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권 변호사는 “필수유지업무제도를 폐지하고 최소업무유지제도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도 한국의 필수공익사업 범위는 지나치게 넓다는 점을 지적해왔다”며 “철도, 일반병상, 항공 운항(관제 제외), 석유 등은 필수공익사업장에서 모두 제외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익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서 파업예고제도를 검토하고, 공익사업에서 최소업무유지제도 도입해서 노사간 협정을 통해 필수유지율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공공부문의 파업권을 심하게 제약하고 있는 필수유지업무제도의 개정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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