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의 적폐, 규제프리존법
    "원내 4당 협상 중단하고 폐기하라"
    노동·시민·정의당 "규제완화 통해 대기업 이윤 보장"
        2017년 03월 17일 04: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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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 안전과 생명, 환경, 정보기본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만든 규제가 일개 대기업의 돈벌이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통으로 날아가는 것이 이 법의 핵심이다.”

    “대한민국을 전경련뿐 아니라 세계 투자자들의 놀이터로 만들 것이다. 이 법을 통과시킨다면 국회는 매국노가 될 것이다.”

    헌정 사상 탄핵된 첫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목 놓아 국회 처리를 요구했던 규제프리존법에 관한 얘기다.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 윤소하·추혜선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규제프리존법 4당 원내대표 협상 중단하고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윤소하 의원은 “박근혜 표 대표적인 악법인 규제프리존법에 대해 야당들은 강력히 반대했었다. 그런데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이 법을 처리해달라고 건의하고 있고, 원내 4당 교섭단체는 규제프리존법을 협상테이블에 올려서 논의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기가 막힌 일”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없애야 할 적폐 중의 적폐를 야당이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꿔 입법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 뜻에 반한다”라며 “야당은 정신 차려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시작일 뿐, 이제 박근혜 표 정책에 대한 탄핵이 이뤄져야 한다”며 “국정농단의 상징이고 모든 공공영역에 파괴를 가져올 규제프리존법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규제엔 무조건 부정적인 수식어를 갖다 붙였던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미르재단 출연금을 받은 바로 다음 날에 있던 국회 연설에서 경제활성화법으로 이 법을 지목하며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었다. 박근혜 게이트가 온 세상을 뒤집어 놓고 나서야 규제를 ‘화끈하게’ 푸는 이 법안이 재벌 대기업의 돈벌이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이권을 위한 특혜성 입법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규제프리존

    규제프리존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사진=유하라)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적폐 중 적폐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권리를 보호하지 않고 일개 재벌 대기업에 부정한 청탁으로 사익을 취하며 나라를 좌지우지했다는 것이다. 규제프리존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국가의 의무보다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과 부자의 이윤 추구를 더 위에 두는 법안이다. 시민사회단체는 “한국 경제와 사회를 좀먹는 대기업의 독과점 구조를 더욱 강화하여 대기업 지배 질서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규제프리존법은 박근혜 정부 이후 청산해야 할 적폐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힌다.

    그런데 19대 국회에서 이 법을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의 대안세력이 되고자 했던 국민의당이 여론의 화살을 피해 어떻게 이 법안을 통과시킬지 궁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법에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는 원내정당은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이 유일하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부터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자유한국당과 물밑에서 짬짜미로 규제프리존법 처리를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야당들은 18세 선거연령 인하안과 이 법안의 ‘딜’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도 선거 승리를 위해 민생을 팔아먹으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많았다.

    시민사회와 노동계 등이 필사적으로 막으려하는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서의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다. 규제완화 항목엔 보건의료, 교육, 환경, 개인정보보호, 경제적 약자 보호 등 서민경제와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분야가 총망라해있다.

    환경 분야와 관련해선 이렇다. 지난 달 26일 <JTBC>가 고영태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규제프리존법은 최씨의 강원도 땅 이권사업과 관련된 청탁 법률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최씨는 산 정상부에 VIP 아방궁, 딸 정유라의 승마장, 스포츠학교를 지을 계획으로 이 법안을 청탁했다. 이런 계획은 현행법 안에선 불가능하다. 개발예정지로 추정되는 백두대간의 능선이거나 인접한 경우 생태계, 자연경관 등을 특별히 보호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에 규제가 풀리면 어떻게 될까. 규제프리존법은 환경보호 지역의 규제완화 여부를 대통령령에 백지위임하고 있어서 대통령 마음대로 케이블카, 호텔, 관광지 조성 등 전부 할 수 있다. 특히 환경 보호를 위해 개발에 규제를 받고 있는 이러한 땅들은 현재로선 땅값이 저렴하지만 프리존법으로 지정되기만 하면 천정부지로 가격이 뛸 수 있다. 이 땅을 가진 사람에겐 최고의 특혜법안인 것이다. 개인과 기업의 이윤 추구가 환경 보존이라는 공적 가치 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규제프리존법은 시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현행 의료법의 상위법으로 군림하는 규제프리존법은 각 지자체가 선정한 전략사업에 따라 약품이나 의료기기 등을 규제 없이 생산하고 보급할 수 있다. 현행법에 따라 생산과 보급에 필요한 절차와 규제를 대폭 축소하거나 삭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자체의 전략산업으로 선정된 약품이 있다고 치자. 지자체가 밀어주기로 한 만큼 이 사업엔 투자자가 붙을 것이고 투자자들은 빠른 시간 내에 이 약품이 시중에 판매돼 최대의 이윤을 내길 바랄 것이다. 규제프리존법에 따라 개발과 보급 절차는 간소화된다. 개발부터 10단계의 절차와 관리·감독을 거쳐 시중에 보급됐다면 1~2단계 정도로 절차가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10단계를 거친 약품보다 안전성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약품은 지방자치단체의 허락만 떨어지면 보건복지부의 승인도 필요 없다. 당연히 산업에 투자된 자본의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보건의료 산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김성진 변호사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 환경, 정보기본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국회가 만든 법이 규제다. 그런 규제가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재벌대기업 이익을 위한다는 이유로 공적인 목적의 규제가 통으로 날아가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한 “규제프리존법은 박 전 대통령이 재벌들에게 뇌물을 받은 대가로 갖다 바친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 오염된 법의 협상을 진행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회견에 참석한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한미FTA 협정에서도 문제가 됐던 것이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공중보건, 환경, 토지계획, 소비자 보호 등 공공 목적의 정책에 대해선 예외를 뒀다. 내국민 대우 국가에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면 국제 투자자도 그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규제프리존법이 도입되면 87가지의 규제가 전면적으로 완화된다. 전경련의 이익 뿐 아니라 세계적인 투자자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규제프리존법을 추진한 박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과 국민의당, 개혁보수를 외치며 뛰쳐나온 바른정당까지 이 법안을 논의하는 데에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인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바른정당이 새누리당에서 나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당을 세운 것 아닌가. 그럼 자유한국당과는 다른 행보를 걸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전국적 지지를 보낸 것은 민주당과 같은 기존 야당이 제대로 못하니 견제의 의미로 표를 준 것”이라며 “그런데 국민의당의 일부 의원(3명)이 새누리당과 함께 규제프리존법을 함께 발의했다. 국민의당은 규제프리존법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말했다. 규제프리존법 반대 당론을 채택한 민주당에 대해서도 “(당론은 그렇게 정해놓고) 여러 가지 걱정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확실한 역할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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