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사회의 독립 언론
    [청년기자단] 새로운 도전 <알리>
        2017년 03월 14일 10:25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레디앙은 정의당 미래정치센터와 협의하여 청년기자들이 취재하여 작성한 기사들을 약 10여차례 연재한다. 청년들의 현실과 고민들을 청년들의 시각에서 취재하고 정리한다는 취지이다. 레디앙은 정의당 청년기자단의 글뿐 아니라 청년들의 노동현실, 학교생활,현재와 미래의 고민 등이 담긴 어떤 글들도 환영하고 게재를 적극 검토할 생각이다. 참여를 부탁드린다. <편집자>
    —————–

    연재하는 이 기사들은 미래정치센터 청년기자 학생들의 취재로 작성된 기사들이다. 미래정치센터는 정의당 부설 정책연구소이다. 대한민국 국민, 특히 일하는 사람들의 가치와 이해에 부응하는 정책개발과 연구, 시민교육을 수행하는 전문 연구기관으로 2012년 12월 창립됐다.

    미래정치센터는 청년·학생들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지나쳐버린, 혹은 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2015년 초 청년기자단을 구성했다. 청년기자단(단장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은 청년 문제를 비롯한 정치 및 생활 의제에 대한 고민을 양질의 콘텐츠로 공유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정의당과 청년 간 직접적·지속적 소통의 장이 됐으면 한다. <미래정치센터>

    ***

    ‘국제 인권 감시단체 프리덤 하우스 ‘2016 언론자유 보고서’ 언론자유도 199개국 중 66위.’
    ‘국제 언론 감시단체 국경 없는 기자회(RSF) ‘2016 세계 언론자유지수’ 180개국 중 70위.’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의 참담한 이면이다. 국제적인 인권 단체들은 우리나라의 언론 현황에 대해 ‘부분적 자유’ 혹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수준’으로 진단했다. “정부가 점점 더 비판을 참지 못하고 미디어에 대한 간섭으로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씁쓸한 현실은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대학 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2013년 배재정 의원이 발표한 수도권 4년제 대학의 학내 언론 자유 현황 점검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4.4%가 ‘학교로부터 검열을 받은 적 있다’고 답했으며 32.8%는 ‘자기검열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고 42.7%의 응답자는 ‘언론활동 중 취재 접근 제한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학에서 언론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세 명중 한 명은 편집권 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그로 인해 취재와 보도과정에 있어 자유로운 비판이 가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간 학보사의 전·현직 기자들은 학내 언론의 문제로 지적되던 편집권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학교 측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언론’을 제작하는 한편, 기존 학보사들 간의 네트워크와 연합회를 구성해 학내 언론의 성역 없는 취재와 보도, 비판을 위해 분투해왔다. 하지만 2017년 현재, 현실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많은 학교에서 독립 언론들이 생겨났지만, 생겨났던 수만큼 적잖은 독립 언론이 재정적 문제를 비롯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기한 정간을 선언하는 등 사실상 ‘폐간’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이렇듯 썩 밝지만은 않은 현실상황에서도 꽤나 의미 있는 행적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자신들을 ‘협동조합’이라고 소개하는 ‘대학언론협동조합’이다. 대학언론협동조합에서는 그간 여러 대학의 독립 언론들의 창간과 운영에 도움을 주었던 경험을 토대로 지난 2015년 겨울, 학내 독립 언론 확산을 위한 ‘N대알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N대알리’는 2012년 당시 <외대학보> 편집장이었던 강유나씨가 학교 측의 일방적인 ‘총학생회 선거관련 보도 전면금지’ 조치에 맞서 동료 기자들과 사비를 들여 선거 특집호를 발행해 배포한 것에 대한 보복성 해임 압박으로 자리에서 물러나 뜻이 맞는 이들과 창간한 독립 언론 <외대알리>에서 시작된 프랜차이즈 브랜드이다. <알리>라는 이름은 ‘알 권리’라는 뜻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이탈리아어로는 ‘날개’라는 뜻이기도 하며, 인종차별에 맞서 싸웠던 세기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현재는 기존에 있던 한국외대와 성공회대의 <외대알리>와 <회대알리>에 더해 지난해 새롭게 창간한 <이대알리>와 <세종알리>까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이다. <이대알리>는 지난여름, 이화여대에서 있었던 프라임 사업 반대 학내시위 현장을 ‘마이 본관 텔레비전’이라는 콘텐츠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학내시위’라는 문제에 ‘드립’의 요소를 곁들여 보도하여 자칫 무겁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문제를 가지고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고 <세종알리>는 지난 봄 J교수의 성희롱 사건과 총학생회장의 선거 개입 등의 비리를 폭로하여 공론화하는데 기여한 바 있다. 올 초에는 시사IN에서 주관하는 제 8회 대학기자상의 신설된 ‘뉴커런츠’ 부문에서 네 곳이 공동으로 기획한 ‘N대알리 4개 대학 성폭력 기획기사’가 수상을 하기도 하였다.

    1

    ▲ <세종알리> 6월호에 실린 ‘N대알리 4개 대학 성폭력 기획기사’ 일부. 이 공동기획 기사로 네 곳의 <알리>는 올 초 시사IN 주관 제 8회 대학기자상을 수상했다. ⓒ세종알리

    기자는 대학언론협동조합(이하 대언협)의 창립 멤버이자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세종알리> 편집장으로 학내 언론사의 편집권과 대학미디어 정상화를 위해 분투해온 김학성씨를 만나 ‘N대알리 프로젝트’의 현 진행상황과 독립 언론의 고충을 들어보았다.

    – 왜 하필 ‘협동조합’인가?

    이전에 있던 단순 연합 형태의 조직은 소수 개인의 희생을 담보로 돌아가는 측면이 크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마치 하나의 회사처럼 수익을 낼 수 있으면서 자력으로 지속이 가능한 모델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재정의 안정화와 지속가능성의 제고를 기대할 수 있는 협동조합 형태로 의견이 모아지게 되었다.

    2

    ▲ <알리>에 대해 설명중인 김학성 前 <세종알리> 편집장. ⓒ미래정치센터(김민규)

    – <알리>라는 공동브랜드에 대해 간략한 소개와 구체적인 장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대언협은 원래 기존 학보사 출신이었던 구성원들이 주축이 되었던 만큼, 독립 언론보다는 ‘기존에 있던 학보사의 문제를 학보사 내에서 변화시켜보자, 학보사를 살려보자’하는 목표였지만 진행하며 학보사란 시스템 자체의 한계가 너무 크다고 생각해 ‘독립 언론’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초기에는 독립 언론에 대한 컨설팅과 지원 활동 위주였는데 그러다 보니 정작 독립 언론끼리 뭉치지 못하고 각개전투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구심점을 만들고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의 결과, ‘N대알리’ 사업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장점이라면 일단 안정성 측면이 제일 클 듯하다. 아시다시피, 독립 언론이란 게 굉장히 불안정한 단체다. 특성상 재정적으로도 그렇고 인원적으로도 그렇고 부담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각자 다른 일을 맡아 서로 공감하기 어렵고 노하우가 쌓이기 어려운 문제를 <알리>간에 교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공동기획으로 취재를 하기도 하며, 광고수주 과정에서 협상력이 증가하는 부분 역시 장점이라고 본다.

    – <알리>가 생각하는 좋은 기사란? 중시하는 가치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알리>를 대표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해보자면, 학교의 치부를 들춰내고 폭로하는 기사도 물론 가치 있지만 그보다는 학교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내에서 학생들의 움직임이 굉장히 위축되어 있는데 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가 늘어나게 되면 여러 문제들이 공론화가 되고 학생들의 새로운 움직임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거다. 독립 언론이 만들어지면서 기존 언론사들과 더 좋은 기사를 내보내기 위해 경쟁하며 교내 언론의 질이 높아지게 되고, 학생들이 학교의 문제들에 관심을 갖게 되어 학생회측은 긴장하며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노력하게 되고, 학생 조직들이 다시 생겨나고,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학교 본부 측도 긴장하게 되는, 이런 선순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내부에서 조용히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를 굳이 문제의 당사자들에게 해결할 시간이나 기회조차 주지 않고 공론화하는 것은 조금 성급한 것이 아니냐.”하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내적으로 문제가 잘 해결이 되어왔다면 맞는 이야기이겠지만 정작 문제가 일어났을 때마다 덮고, 개선되지 않아 왔는데 단순히 조용히 넘긴다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숨기기만 한다면 결국 곪아갈 뿐이다. 학교는 점점 더 학생의 목소리를 등한시하고 제대로 된 의견을 낼 수 없게 만들어가면서 학생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재단을 위한 학교가 되어가고 있는데 학생들은 정작 이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아무도 공론화하지 않고 문제제기하지 않으니 말이다. 공론화가 되고 이야기가 되어야 학교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말이다. 알려지고, 알아야 계속 이야기가 되며 문제 해결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은가.

    3

    ▲ <세종알리>는 작년 말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세 차례에 걸쳐 총학생회장의 신생 단과대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첫 보도가 게재된 후, 총학생회장 측에서는 ‘사실과 다르다’며 반발했으나 후에 <세종알리> 측이 증거자료를 확보하며 일단락되었다. ⓒ세종알리

    – 취재나 운영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면?

    언제나 자금이 문제이긴 하다(웃음). 한 학기에 3번씩, 타블로이드 종이신문이 아닌 올 컬러 잡지 형식으로 발행하기에 다른 학보사나 독립 언론에 비해 인쇄비가 부담이 되긴 한다. 사실 사학 문제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재단 문제인데 취재를 거부당하는 입장에서 재단을 겨냥한 문제를 다루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학교의 정책이나 사업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을 취재하려 해도 공식적인 자료를 찾을 수가 없다. 지난 1학기 때 까지만 해도 교직원 개인의 재량에 따라 어느 정도 제한적인 취재협조라도 가능했는데, 2학기 들어서는 내부합의가 생겼는지 한 명도 빠짐없이 취재를 거부하고 있어 학교와 재단보다는 학생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 측면도 없지 않다.

    – <알리> 활동을 하며 느끼는 보람이 있다면?

    우선 원하는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보사에서는 무언가를 기사로 내보내려하다 보면 주간교수님과 3~4시간 통화하는 동안에 후배들은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기다리곤 했다. 이와 같은 과정들을 거쳐 주간교수로부터 고쳐지고 검열되어 기사가 나갔었는데, 이제는 우리가 ‘기사로 써야겠다.’ 결심하면 그대로 내보낼 수 있으니 시원하다. 두 번째로는, 좋은 측면이든 안 좋은 측면이든 피드백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학보사에 있을 때는 피드백을 거의 받지 못했었는데, <세종알리>를 시작하고는 이전까지는 받아본 적 없는 피드백들을 받고 있다.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엄청난 응원과 반응이 정말 뿌듯하다. 아무래도 (기존 학보사에서는) 자유롭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형식에 얽매어 있는 부분도 있다 보니 매체의 영향력, 특히나 파급력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교내의) 기존 언론사들과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

    – 학교 본부 측에 한 말씀 부탁드린다.

    학생을 자신들과 같은 온전한 성인으로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여전히 학생의 목소리는 제약 받고 있으며 많은 의사결정에서 배제되고 있다. 하다못해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도 굉장히 고압적인 태도로 밀어 붙이는 게 부지기수이고 대자보를 붙일 때마다 하나하나 허가를 받아야한다. 대학생은 분명히 연령상으로도, 법적으로도 성인인데 단지 학생이란 테두리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준성인’으로 대우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가 학생이 아닌 자신들을 위해 움직이는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학교는 지난 2012년 부실대학에 선정된 적이 있었는데, 이때 학부모들에 대해서만 딱 한번 사과했고 학생에 대한 사과는 ‘아예 없었다.’ 이 같은 사례가 학교가 학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요구는 간단하다. 어렵지도 않다. 학생을 아이가 아니라 자신들과 같이 동등한 ‘성인이라는 주체’로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기존 학보사의 검열과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희망의 학내 독립 언론, 그러나 태생적인 재정적 취약성으로 적잖은 매체가 무기한 정간을 선언하거나 지면 발행을 중지하고 사실상 ‘폐간’의 수순을 밟고 있는, 위기의 학내 독립 언론. 이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시작하여 아직은 겨우 1주년이지만, 그래도 잘 버티는 중인 ‘N대알리 프로젝트.’ 이들의 도전을 계속 지켜봐주시라.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