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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
    [중국과 중국인] 사드 둘러싼 갈등
        2017년 03월 13일 08: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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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제품들을 진열대에서 내팽겨쳐지고, 한국산 제품들을 쌓아놓고 불도저로 깔아뭉개는 장면을 박수치며 바라보는 중국인들, 한국인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중국의 식당 등의 장면이 이어지는 한국발 뉴스들, 게다가 요 며칠 지인들로부터 심심찮게 날아드는 안부 전화며 문자를 읽다보면 곧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기세다.

    그러나 오늘(3월 10일)도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차분한 목소리로 한국과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일부 사드 장비의 한국 도착을 보도하는 중국 주류 언론 역시 기존 논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사드 배치의 신속화가 탄핵이란 한국 내 정치상황 및 향후 일정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사드 배치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라는 반대 입장을 소개하는 친절함도 잊지 않고 있다. 물론 일부 중국인들의 격한 반응이 없지는 않지만…

    사무실에 앉아 인터넷을 통해 바라보는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보도는 현실의 긴박함에 대한 진지함과 해결책에 대한 강구보다는 오히려 현실을 과장하고 왜곡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 문제가 가져온 양국 간의 갈등은 1992년 한중수교 이후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북중 관계를 뛰어넘는 변화와 발전을 이룬 한중 수교의 성과가 일거에 사라질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해 또는 몰이해

    박근혜 집권 후 한중 관계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평가는 상당부분 진실이 아니다. 박근혜와 시진핑이 각기 국정을 담당한 부친을 갖고 있었다는 사적 인연이나 중국의 박근혜에 대한 호감 표시는 좀 더 내면적으로는 이명박 이후 약화되고 있던 한중 관계를 유지해 주기를 바라는 중국 측의 기대감의 표현 또는 박근혜의 자기홍보였을 뿐이었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시진핑의 옆에 서 있는 박근혜와 이와 대조적으로 천안문 한 편 구석에 외롭게 앉아 있던 최룡해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한중 관계를 오해하지만 중국 측이 바라보는 한중 관계의 척도는 이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실 중국은 죽음을 넘나들면서 함께 항일투쟁을 했던 김일성이 서운해 하는 것을 무릅쓰고 한국과 수교를 단행했으며, 수교 이후 꾸준하게 관계를 발전시켰다. 물론 양국 간의 이러한 성과가 중국만의 노력으로 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6자회담 등에서도 북한이 불편해하는 문제에서도 종종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이해를 표명한 중국의 노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의 정치특성상 모든 정책이 최고 지도자 1인의 의지보다 집단적인 합의를 거쳐 결정되고 또 그렇게 결정된 정책 기조는 차기 집행부에서도 그대로 집행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대외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후진타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중국은 남북한과의 관계에서 보편적인 관계발전을 위해 노력했으며 시진핑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구소련 몰락이후 미국이 소련을 대신하는 악당으로 중국을 상정한 이후 중국의 동북아 정책은 미국의 포위망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에 맞춰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호주에 이어 한국을 엠디(MD) 체제에 끌어들임으로서 대중국 포위망을 완성하려는 역대 미국 행정부의 노력은 집요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대중 관계에서의 마지막 선을 넘지 않기 위해서 끝까지 미국의 압력을 거부했으며, 심지어 수구적인 이명박마저도 미국의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대중관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한국과의 관계에서 적극적이고 개방적이었던 이유는 한미동맹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한국이 중국의 외교안보적 입장을 이해하고 미국의 엠디 체계 완성을 위한 최종 완성자 역할만은 하지 않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진핑이 집권 이후 매우 강력하게 직접 거론한 몇 안 되는 사안 중 하나가 바로 사드 한국 배치 반대다.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 외교부장(장관)과 대변인의 발언은 그것이 단순히 장관과 대변인의 발언이 아니라 현재 한껏 절대권력을 장악해 가고 있는 시진핑의 발언이다. 그래서 더 문제이다.

    시진핑

    발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의 대외관계에서 몇 가지 기본원칙이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하나의 중국’ 원칙이다.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해야 한다. 또 달라이 라마 등 중국이 분열세력으로 규정한 이들을 초청하거나 공식적 관계를 맺어서도 안 된다. 중국과 수교하면서 한국도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봤다. 달라이 라마도 결국에는 한국에 오지 못했다.

    이 원칙에 예외가 단 하나 있다. 미국이다. 이뻐서 봐주는 게 아니라 아직은 중국이 미국에 보복을 가할 정도로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외의 모든 나라들은 예외 없이 보복을 당했다. 달라이 라마를 초청했던 나라들은 독일, 프랑스 할 것 없이 수 십 억 달러 이상의 계약이 취소되고 한동안 정상적인 관계가 단절되었으며 결국에는 상대국의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사과로 마무리 되었다. 2000년 6월 시작된 한중 간의 마늘 분쟁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중국의 이런 보복이 정당하다거나 잘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중국은 이렇게 행동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상황은 불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여기서 피해액을 숫자로 계산하고 양 국민의 감정에 생채기를 내는 것은 의미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다만 헌재 판결과 조기 대선 또는 당분간의 혼란상황에서 막가는 국방부와 외교부를 또 권한대행을 제어할 역량도 방안도 확실치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다만 중국에서도 여전히 최종적이고 전면적인 대결에 앞서 한국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에 부정적인 대선 후보들 또는 시민사회단체 또는 국민들이 이성적인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게 사드 배치 문제에서 최소한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

    지금 언론을 통해 거론되는 경제적 피해와 국민 감정의 악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경제적 손실이야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복구할 수 있지만 유대감과 상호간의 감정 악화는 훨씬 오랜 기간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단순히 경제적인 유불리를 떠나 수 천 년 동안 이어져온 양국 간의 교류와 또 이후 수 천 년 동안의 공존을 위해서도 양국 모두 한 숨 고르고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 중국과 한국 양국에서 자주 인용되는 표현이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远亲不如近邻).

    필자소개
    중국의 현대정치를 전공한 연구자. 한국 진보정당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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