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가장 유력한 문재인,
    그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대선후보 인상평②]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2017년 03월 13일 08: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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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으로 볼 때 촛불 정국을 가장 잘 헤쳐 나온 대선 후보는 문재인이다. 그 결과 불안했던 지지율은 촛불 정국이 끝난 후 압도적 지지율 1위로 급상승했다.

    사실, 촛불 정국을 처음부터 줄기차게 ‘대통령 탄핵’으로 몰고 간 후보는 정의당의 심상정이었다. 문재인은 최대한 눈치를 봤을 뿐이다. 그러나 그 눈치가 안정감을 주고, 그 안정감이 그를 압도적 1위 후보로 만들었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가 통과하기 전, 문재인은 박근혜에게 지금이라도 사퇴를 하면 안전을 보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오퍼를 던졌다. 그는 입 하나로 선심을 다 썼으니 중도 보수의 국민들에게 아량 있는 리더의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혹시라도 박근혜가 그 말에 솔깃해서 (천부당만부당 하겠지만) 곱게 물러나면 그 까짓 것 안전 보장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모든 정치인은 원칙을 지키면서도 국민의 의견이 변화해가는 추이에 맞추어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 촛불 정국에서 문재인이 그랬다. 노련한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최종적으로 특검과 탄핵을 찬성했고 박영수 특검을 추천했던 박지원 대표도 2016년 10월에는 특검 반대, 탄핵 반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문재인이 황교안 총리 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특검 연장 무산의 책임을 문재인이 져야 한다고 공격했는데, 말빨이 서지 않았다. 그 때 책임총리를 받아들였으면 주고받고의 정치적 딜(deal)이 이루어져 박근헤를 이렇게까지 밀어붙이지 못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건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사실, 대통령 탄핵은 촛불 민심이 이루어냈고, 문재인은 처음부터 불굴의 의지로 눈치만 봐왔기 때문에 촛불의 과실이 모두 문재인에게 가는 것은 사실 불공정하다. 하지만 정치라는 게 그런 것이다. 꼭 그렇게 합리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그는 비겁했지만, 그 또한 절묘한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었으니 그가 그 과실을 따먹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반독재의 길에서 유신과 5공을 뚫고 나온 김대중 같은 훌륭한 지도자 감은 아니다. 다만 유력한 차기 대통령 감일 뿐이다.

    문재인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지난 4년간 그는 있는 것 없는 것, 주변의 먼지 하나까지 다 털린 검증을 받은 사람이다. 새삼스럽게 약점이 공작적 차원에서 나올 게 없다고 봐야 한다. 유일하게 가능성이 있다면 ‘종북’ 문제인데, 그는 이미 유치할 대로 유치한 특전사 이미지로 전국민에게 그 문제의 입구를 차단시켜버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공작 정치로 털릴 것은 없다.

    그렇다면 그의 가장 큰 약점은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그가 토론에 능하지 못하다는 점을 든다. 그래서 민주당 내 후보들 간의 토론을 회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이재명이 문재인에게 토론을 재촉하는 형국이 한 달 전만 해도 거세게 일어났다. 이재명 입장에서는 좋은 전술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생각을 달리 했다.

    사실, 현재 한국 정치판에서 후보 간 토론을 통해 지지 후보를 바꾸는 유권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이 토론을 통해 자기 카타르시스만 즐길 뿐이다. 만약 토론을 보고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후보의 주장이 얼마나 합리적인지보다는 그가 얼마나 점잖은지를 보고 평가하는 사람일 공산이 크다. 투표 행위를 이성적 기준으로 하는 사람보다는 감성적 기준으로 하는 사람이 토론회를 보고 후보를 결정할 수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이재명은 공격적이어서 마이너스, 기대치가 높아서 마이너스일 수 있다. 달변이고 ‘사이다’ 같다고 해서 점수를 많이 받는 게 아니다. 눌변이라도 예의 바르고 어른스러운 게 점수를 더 받을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이 이런 수까지 보고 일부러 토론을 회피하는 척 하면서 상대방을 약간 들뜨게 만들고 자신은 여유 있게 하려 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토론 하나만 가지고는 문재인이 크게 점수를 잃을 건 없을 것이다. 토론에 약한 것은 사실이겠으나 그것이 그의 아킬레스건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문재인의 아킬레스건은 아무래도 그의 사람 관리 능력에 있다고 본다. 일차적으로 이 문제는 소위 반문 패권주의라는 게 존재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는데, 그것은 사실의 여부라기보다는 해석의 여부이다.

    해석은 두 가지 차원에서 가능할 것이다. 과거 한명숙 체제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소위 친노 진영이 얼토당토 않는 공천을 해 참패했고, 그 수장이 문재인이라는 사실이 사실이라고 치면 그 이후로 친노 친문 패권주의는 적어도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것은 상당 부분 사실일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소위 문재인 패권주의에 반대한다면서 당을 깨고 나간 안철수와 그 일당 그리고 박지원과 최근의 손학규와 김종인 등이 내세우는 친문 패권주의는 자신들이 주류 세력에게 당했던 것에 대한 앙심 혹은 1등에 대한 견제 차원의 정치적 행위일 뿐, 실제로 패권을 행사한 일이 없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든 저렇든 그가 많은 사람들을 내쫓았거나, 적어도 나가지 못하게 붙잡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나갔다. 박근혜가 탄핵이 되어 일방적인 대선 게임이 되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저 정도의 용인술로 한 나라의 최고 권력을 차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그의 곁에는 유달리 정치력이 부족한 나머지 구설수를 남발한 사람들이 꽤 있다. 달포 전 언론에서 안희정을 띄우는 이유는 야권분열을 위함 때문이라고 말한 정청래 전의원이나, 고 노무현 대통령이 뭔가의 “계산”에 따라 자살햇을 것이라고 말하는 손혜원 의원 같은 이가 그 대표적인 인사다. 최근 전두환의 광주 518 학살과 관련하여 전두환이 책임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설화를 일으켜 결국 사퇴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의 경우나, 삼성반도체 피해자를 위한 시민운동 반올림에 대한 폄하발언을 한 양향자 최고위원도 마찬가지다. 정치의 측면에서 볼 때 일절 도움이 되지 않는 인사들이다.

    그런데 그 설화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영입 인사다. 그러니 문재인이 더욱 불안한 거고, 문재인의 문제는 사람에 있다는 말이 도는 것이다. SNS의 극렬 지지자는 비단 문재인만의 문제는 아니니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겠다.

    적폐청산의 개혁 위해서는 조직은 단단하고 몸은 가벼워야

    이제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이번 대선은 큰 소용돌이 한 번 치지 않은 채 문재인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따라서 그에 대한 염려는 당선 여부가 아니고, 그가 누차 말한 바, 적폐청산과 국가개조의 문제에 있다. 무슨 일을 치고 나가려면 조직은 단단하고, 몸은 가벼워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문재인은 너무나 많은 인사를 그것도 색깔이 너무나 다른 인사들을 마구잡이로 영입해 잡탕을 넘어 완전히 개밥을 만들어버렸다. 당선이 되면 그들이 정부 곳곳에 나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난, 그렇게 크고 무거운 몸으로 기동 타격에 성공한 예를 보지 못했다. 이렇게 상황이 유리할 때조차 그렇게까지 몸을 사려 온갖 기득권 보수 사람들만 끌어 모아 가지고 그들과 함께 적폐 청산을 한다?, 난, 현재로선 믿지 못한다. 그는 사람 문제에서만큼은 그리 강단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염려가 드는 것이다.

    다만 바라건대, 당선이 되면 당신 당선을 위해 끌어 모은 그 인사들을 다 내치기 바란다. 그 사람들을 단호하게 내치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 당신과 와신상담을 같이 해오면서 국가개조와 적폐 청산의 과업을 꿈 꿔온 동지들을 전면에 내세워 그들과 함께 대업을 완수하기 바란다.

    박근혜가 탄핵되었다. 누구 공이 가장 클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물론 두말 할 필요 없이 촛불로 타오른 반독재 민심이고, JTBC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이다. 다만 정치계에서만 치자면 단연 문재인의 공이 가장 크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안철수 등이 민주당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당을 깨고 나갔을 때 그들이 다 나갈 때까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때를 기다려 마침내 일단락이 된 후 대표직을 던졌다. 그 과정에서 김종인과 다른 여러 외부 인사를 영입하여 국민들에게 큰 신뢰와 안정감을 주었다. 대단한 뚝심이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위기에 몰린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호남에 정성을 쏟았고 상당 부분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문재인은 호남에서 지지를 잃으면서 부산경남에서 지지가 오르는 병리적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현상이 일어났고, 그 결과 민주당이 제1당이 되었고 여소야대가 이루어졌으며 그에 대한 지지는 전국적으로 넓게 퍼졌다.

    아울러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이 아무리 반(反)문재인의 스탠스를 취한다지만 그렇다고 친(親)새누리로 갈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되었으니 영락없이 야권이 크게 확장되는데 성공하였다. 그것이 박영수 특검으로 연결되었고 특검과 촛불은 상호 상승하면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세계사적으로 있어 본 적이 없는 민주주의를 이룩하게 되었다. 이 긴 과정 속에서 문재인의 리더십은 빛났다. ‘옆에서 아무리 씹어도, 묵묵히 내 갈 길은 간다.’ 말도 어눌하고 글도 세련되지 못한 것도 안다. 다만 기대를 한다면 당신의 뚝심이다.

    문재인에게 국가개조의 과업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바란다면,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것처럼만 실패하지 않았으면 한다. 국가개조를 위해 정의당과 진보 진영이 던지는 비판과 싸움을 잘 견뎌 당신 이후 차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는 완전한 국가 개조를 위한 (새누리-자유한국당이 사라지고 없는 상태에서) 보수와 진보의 한판 진검 승부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문재인이 당선 후 – 그는 선거 기간에는 전술상 정의당과 정책 연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 정치 공학적 차원에서가 아닌 적폐 청산과 국가 개조를 위한 청사진을 수립하고 세력의 연대를 이루기 위해 정의당 및 다른 진보 정당과 연합 정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필자소개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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