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박근혜 파면 첫날, 민주주의...평범한 이들의 환호
    2017년 03월 12일 12: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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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다음날인 11일 광화문 광장에 승리를 자축하는 65만 촛불이 모였다. 그야말로 하얗게 불태운 133일, 시민들은 이날 청와대 앞에 서서 민간인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차 범국민행동의 날’엔 승리의 감격이 넘쳐났다. 박근혜 탄핵을 목표로 달려온 133일 간에 여정을 일단락 마무리하는 날이기도 했다. 20주간 반납했던 주말도 돌려받게 됐다. 그러나 시민들은 세월호 3주기인 4월 16일은 물론 정치권과 검찰 등 권력자들이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순간, 언제든 이 광장에서 다시 촛불을 들겠다고 약속했다.

광장엔 본대회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북적였다. ‘민간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축하하는 화환과 문화예술인들의 봄을 알리는 작품이 거리를 채웠고, 박근혜게이트를 풍자하는 조형물 앞에서 ‘촛불 승리’, ‘박근혜 구속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등의 피켓이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도 많았다.

본대회는 탄핵까지 함께 달려온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또 20주 동안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집회 진행을 도운 자원봉사자들, 무대 설치, 연출부터 집회 후 광장을 청소한 청소노동자까지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광장의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폭죽을 터뜨리며 축제의 분위기를 즐겼다. 청와대로 향하는 행진 대오를 이끄는 방송차에선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이 흘러 나왔다. 청와대 100m 앞에 도착한 이들은 아직도 청와대 관저에 머물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박근혜는 방 빼라! 감옥이 네 집이다”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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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사진은 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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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파면, 민주주의의 열망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물”

무대는 19주간 촛불의 성과를 정리하는 한편 재벌·언론·검찰 개혁,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남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라는 발언들로 채워졌다. 전날 탄핵 반대 집회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로 인한 사망자들을 애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탄핵 반대 집회에서 4명이 사망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박근혜 때문에 무고한 시민이 죽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후 최 직무대행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이 말엔 이 땅의 국민주권을 실현하고자 하는 민주주의의 열망과 아직 밝히지 않은 세월호 304명의 억울한 희생자와 가족들의 피눈물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 박근혜 정권 아래서 탄압당한 노동자, 농민, 민중들의 고통이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촛불을 끄는 순간, 저들만의 세상, 저들만의 정치가 시작될 것이다. 헌재가 하지 못한 것을 우리 촛불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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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최태원·신동빈을 구속하고 범죄수익을 환수하라”

박근혜 파면 이후 가장 주요한 과제로 제기된 것은 역시 재벌개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외하면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된 현대, 롯데, SK그룹 총수들은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가 이어지겠지만 회의적이다. 언제든 광장으로 나와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태연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재벌구속특위 위원장은 “가을에 끝자락에서 시작해서 봄의 초입까지 투쟁해서 우리는 승리했다”며 “주권재민 권력은 소수정치인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백성들, 민중들의 것임을 확인했다”고 자축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와 재벌 총수들이 뇌물을 주고받았던 2015년, 삼성 이재용은 최저임금 1 만원을 가로막기 위해 앞장선 것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박근혜가 청년실업 핑계로 쉬운해고, 낮은 임금, 비정규직 양산 정책을 밀어붙인 것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그래서 재벌체제 청산은 적폐청산의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재용에 이어 정몽구·최태원·신동빈을 구속시키고 국정농단으로 재벌 총수들이 가로챈 범죄수익을 환수해야 한다”며 “다시 이 곳 광장에 모여 ‘재벌총수 구속하라’고 한 목소리로 외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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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했던 ‘마봉춘’을 다시 만나고 싶다”

청와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각 방송국 사장으로 내려 보내고 보도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객관적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론농단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탄핵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정현 청와대 전 홍보수석이 방송사 보도국장에게 정부 비판 보도를 질책했던 녹취록은 청와대 언론 개입의 대표적 사례이다. PD수첩, 뉴스데스크 등으로 신뢰받는 언론으로 꼽혔던 MBC는 이제 촛불집회에서 내쫓기는 신세가 됐고, 극단적 친박계 의원들은 “MBC라서 출연했다”고 할 정도다.

이날 집회엔 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도 무대에 올랐다.

이용마 기자는 “사회적 적폐를 청산하는 출발점은 검찰과 언론을 개혁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물러가라’는 외침을 언론이 대신해서 했다면, 검찰이 주인을 알보지 못하고 엉뚱한 사람들의 충견 노릇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추운 겨울에 광장에 나오지 않았어도 됐다. 때문에 언론과 검찰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도 적폐청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박근혜 게이트는 언론에서 출발했고, 박근혜 게이트의 진실의 일부는 특검이 밝혀냈다. 검찰과 언론이 바로서면 재벌, 관료, 노동 문제 등 모든 사회적 적폐를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과 검찰의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 달라”며 “국민이 뽑을 때 그들은 국민의 눈치를 본다. 공영 언론사, 검찰 총장을 국민이 뽑고 아래로부터 감시하는 제도를 만들어 통제하는 것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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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후 4시, 시청광장엔 친박 단체들의 탄핵 무효 집회가 이어지고 있었다. 헌재 판결이 임박했던 당시 광화문 일대까지 점령했던 때와 달리 규모가 현저히 줄어든 모습이었다. 무대엔 군복을 입은 중년 남성 3명이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고, 사회자는 거듭해서 “탄핵 무효”를 외쳤다.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까지 등장했던 시청광장도 이날은 휑했다. 중년 여성 한 명만 광장 한켠에 ‘울지마세요~박근혜’라고 쓰인 현수막을 걸고 홀로 서 있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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