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보수단체 자금 지원
정의당 "'정권보위대' 전락, 해체해야"
이병기 “뜻 같이하는 단체 지원 예전부터 해오던 일"
    2017년 03월 09일 04: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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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이 이번엔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근혜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국정원이 보수단체에 지원금을 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 그동안 국정원이 특정단체를 지원하는 등 정치개입 의혹을 제기돼왔으나 전직 국정원장의 진술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9일 <한겨레>에 따르면,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낸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월 특검 조사에서 국정원의 보수단체 지원과 관련해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은 예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기조실장한테 그런 내용에 대해 보고받았지만, 계속 그런 지원이 있어왔기 때문에 국정원장이 굳이 터치할 입장은 안 됐다”고 밝혔다.

이 전 실장은 “내가 (국정원장으로) 있던 시절에도 지원을 했고, 지금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실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단체에 지원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국정원법에 따르면 국정원장을 포함한 직원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앞서 이병호 현 국정원장은 지난해 4월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에서 자체 조사했지만 어버이연합과 국정원은 관련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국회, 국정원 해체 수준의 개혁안 논의할 듯
시민사회도 반발 “검찰은 국정원을 조사하라”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한 특검에서의 진술이 보도된 직후 정치권과 야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정원 개혁을, 시민사회계는 검찰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고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9일 국회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것에 대해“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며 “국정원을 개혁해내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해졌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정원은 민간 보수단체에 어떤 규정과 명목을 들어 국민의 혈세를 지원해왔는지, 언제부터, 어느 단체에, 얼마나, 왜 지원했는지 육하원칙에 따라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두 국민의당 대변인도 “2017년 국정원 특수활동비 예산만 4,947억 원이다. 5,000여억 원의 혈세를 영수증도 없이, 사용처를 보고하지 않고 사용했다. 그러나 김정남 피살을 언론보도가 다 나가고 이틀 후에야 확인해 보고할 정도로 무능하기만 할 뿐”이라며 “정보 수집은 부업이고 정치공작이 본업이냐”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또 “국정원이 헌법재판관의 동향 정보를 수집하고, 보수단체에 지원금을 지급한 것은 불법적인 정치개입이자, 정보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한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비판하며 “국회에서 국정원의 해체수준의 대 개혁은 즉각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박근혜 정권의 ‘대국민 사기극’ 선봉에 국정원이 있었다”며 “국정원의 정치공작 수준은 여타 독재국가가 울고 갈 정도다. 국정원의 행태는 딱 박근혜 정권의 민낯”이라고 질타했다.

한 대변인은 이어 “‘정권 보위대’로 전락한 국정원은 박근혜 정권과 함께 퇴장해야 한다”며 “‘불법공모집단’인 국정원을 해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또한 이날 ‘검찰은 국정원의 보수단체 자금지원 수사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국정원이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이들을 정권 보위 세력으로 동원하려 했다면 이는 명백한 위법행위”라며 “특검수사를 넘겨받은 검찰은 국정원이 보수단체에게 자금을 지원한 근거와 목적, 지원 단체 명단과 지원액을 등을 수사해 관련자에게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정원이 보수단체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이들을 정권 보위 세력으로 동원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며 “탄핵반대 집회와 과격 시위의 배후에 국정원이 있다는 의혹도 가볍게 치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지금 국정원을 개혁하지 못하면 국정원은 또 다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려 할 것”이라며 “각 당과 대선후보들은 사생결단의 각오로 국정원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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