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배치 주장,
한반도의 핵 전장화 초래"
송민순 “무기 많으면 안보 보장된다는 지도층 생각은 문제”
    2017년 03월 09일 11: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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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사드 기습 전개에 이어 전술핵 배치까지 거론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한 우리 정부에 대해 “무기가 많으면 나라의 안보가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국가 지도층의 생각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민순 전 장관은 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지금 우리를 상대로 (북핵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미국을 상대로 한 것”이라며 “북한 핵문제를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푸는 데 한국이 앞장을 서서 미국과 중국의 거대한 충돌의 힘이 서로 비껴가게 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송 전 장관은 “비핵화를 위한 열쇠는 미국이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 미국, 북한, 중국이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는 틀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군비경쟁이 아닌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사드 배치를 철회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사드 배치 결정 자체는 그냥 두되, 사드에서 중국이 핵심이라고 보는 X-밴드 레이더 배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시간을 조정하자’고 해서 중국에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미사일 실험 안 하겠다는 선언 정도는 중국이 받아내라’고 제안해야 한다. (사드 일부가 전개됐다고 해서) 아직 마지막 카드가 완전히 던져진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황교안 대행은 6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사드 조속 배치로 방어 체계를 갖추는 동시에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실효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안들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확장억제력은 북한 핵 위협에 대비해 전술핵을 배치하거나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전술핵 배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사드 배치 찬성을 당론으로 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서는 사드의 개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경북 김천이 지역구인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서 “사드 하나로 (북핵을) 못 막는다고 해서 하나도 설치 안 하면 어떻게 하나”라며 “10개, 20개 하면 좋겠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되니까. 우선 하나 설치하고 나중에 형편이 되면 하나 더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과 미사일 저지 해법을 무기체계의 확장, 즉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데에서만 찾는 것이다. 군비경쟁의 심화로 이어져 한반도 평화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송 전 장관은 “전술핵 배치는 한반도를 아예 세계에서 가장 집중된 핵 전장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라며 “전술핵은 전략핵무기보다도 사용 가능성이 높은 무기다. 그게 일단 사용이 되면 핵전쟁의 상승효과로 더 큰 에스컬레이션이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여당은 WTO 제소를 검토하는 동시에 사드 배치가 한국의 ‘안보주권’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 중 WTO 제소 방안은 이미 법조계 일각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고, 안보주권이라는 주장 또한 중국 입장에서 사드 배치를 받아들일 만한 명분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송 전 장관은 “지금 중국이 하고 있는 행동은 하나도 받아들일 수 없지만 중국의 사정은 또 알아야 한다”며 “중국은 사드 한반도 배치를 자기 집 대문 앞에 바로 CCTV를 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또한 사드가 자국의 안보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 전 장관은 “중국이 볼 때는 자기들을 들여다보는 무기를 장치하는 걸 막기 위한 각종 방안을 동원하는 것도 자기의 안보 수단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안보 주권을 주장하며 사드 레이더를 장착하면 중국도 자기들이 지금 알게 모르게 하고 있는 행동 자체를 안보적 차원에서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비경쟁의 가속화를 우려한 것이다.

사드가 전개된 이상 중국도 장기적으로 보복조치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일각의 판단에 대해선 “미국이 한국에서 자기들의 목을 조르는데 중국이 그냥 물러나서 평세로 돌아갈 것이라는 판단은 틀릴 수 있다”며 “성주에 레이더 장치를 배치하는 한 중국으로서는 물러서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제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송 전 장관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겨냥한 듯 사드 배치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 또한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일부 대선 주자들이 표를 계산해서 그런지 이미 배치된 결정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가 다음 정부에 넘기라고 한다. 아주 모순되는 입장”이라며 “정치의 계절에는 바보 같은 결정을 많이 하는데 집권을 하겠다고 하면 입장을 분명히 해야 집권해서도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대해서 더 당당하게 협상을 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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