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갈등의 전국화?
[에정칼럼] "지구만 생각하냐?"
    2017년 03월 09일 09: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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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태양광과 풍력이 화석연료보다 더 값싼 에너지원이 되기 시작했다. 재생에너지의 비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현재 30개 이상의 나라에서 태양광과 풍력은 화석연료와 같은 가격이거나 더 값이 싸다. 작년(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분석이다. 전세계가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를 버리고 재생에너지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 정부의 변화도 감지된다.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2035년 11%)를 유지하고 있고 핵발전과 석탄발전에 대해 여전히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산업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신산업’ 정책을 단순히 흉내내기 정도로 무시하기는 힘들다. 시장과 기업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 정보통신기술과 스마트 그리드 기술을 확산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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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의 변화는 재생에너지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있다. 최근 들어 태양광발전의 설치용량과 발전량은 급격히 증가해서, 2015년에는 4,000GWh의 전력을 생산했으며 누적 설치용량은 3,615MW에 달한다. 풍력발전은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5년에 1,342GWh를 생산했고 누적 설치용량은 852MW에 달했다. 2016년에는 풍력의 설치용량이 1GW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서 총 발전량 중에 태양광과 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비중이 빠르게 높여지고 있다. 2015년에 6.41%로 10년 전인 2006년의 1.02%에 대비된다. 물론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20-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 등의 유럽 국가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수치다. 그러나 그 성장세가 만만치는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애써 한국 재생에너지산업의 성장세를 강조하는 것은 그에 따라서 수반되는 재생에너지 갈등의 배경을 부각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갈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좀 둘러가자. 대규모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 그리고 이를 소비처까지 연결하는 초고압 송전탑은 여러 에너지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일상적인 방사능 유출과 심각한 핵사고의 공포, 엄청난 양을 쏟아내는 미세먼지 등의 대기오염물질에 의한 건강 피해, 초고압 송전에 따른 전자파 피해와 경관 피해, 그럼에도 폭력적인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민주주의 제약과 공동체 갈등. 현행 에너지/전력 시스템을 유지․확대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피해들은 이제 비교적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남의 이야기다. 왜냐하면 고리, 월성, 울진, 영광 그리고 당진, 태안 등 몇몇 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전설비가 건설되고 이로부터 뻗어져 나오는 인접 지역에 송전선로가 건설되면서, 에너지갈등은 지역적으로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러 지역의 양심적인 시민들과 몇몇 지자체들은 이를 ‘에너지 부정의’라고 부르고 발전소 및 송전선로가 위치한 지역 주민들과 연대하고 있지만, 생산과 소비의 분리라는 근본적인 구도는 여전히 공고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역분산적인 잠재적 속성을 가진 재생에너지를 각 지역마다 확대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자 이제 에너지갈등은 몇몇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산개되어 나타나고 있다. 중앙집중적 전력 시스템을 옹호하는 이들이 재생에너지 이용이 확대되면 에너지갈등이 전국화될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일말의 진실이 담겨져 있다. 전국 각지에서 재생에너지 시설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갈등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높은 태양광 발전용량 설치 비중을 가지고 있는 전남, 전북, 경북, 충남 등에서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얼마 전에 전라북도 장수군에 다녀왔다. 작년에 관내 산등성이에 설치하려는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계획을 군민들이 폭넓게 참가한 반대운동을 통해서 무산시킨 곳이다. 계획 무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회운동적 맥락에서 보면, 아주 효과적으로 싸운 곳이다. 계획 초기에 발 빠르게 대응하였을 뿐만 아니라, 귀촌인들과 ‘토박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려는 외부 기업들의 전략에 흔들리지 않고 단결해서 잘 싸워 이겼다. 외부 기업/자본이 정보 공개나 주민 의견 수렴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불투명하고 편의적으로 추진하는 개발사업을 주민들이 막아낸 것은 정당한 권리이자 승리라고 할 만 하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재생에너지는 ‘나쁜 것’이라는 이미지가 남겨졌다.

그러나 그 싸움에 함께 한 사람들의 일부―거기에는 장수 지역의 녹색당과 노동당 당원들이 포함된다―에게는 질문이 남아 있었다. “우리가 쓰는 전기는 영광 핵발전소에서 오는 것인데….”. 그런 자각에서 지역 내에서 에너지자립을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차분히 모색해보자는 모임이 만들어졌다. 반가운 일이었다.

요청받은 강의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절약하며 환경과 주민 피해가 없는 방식으로 소규모 재생에너지 이용을 늘리고, 그 이익을 지역 주민들이 공유하는 방식을 모색해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를 위해서 지역에서 에너지교육을 진행해보자, 에너지조례도 제정하고 지역에너지계획도 수립해보자 그리고 에너지협동조합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떠냐고 의견도 제시했다. 제안을 이해해주시고 하나씩 해보자는 분들의 호응이 있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당장 범군민 차원에서 진행된 풍력발전 반대운동의 집단적 경험을 잘 소화해내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그리고 이미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는 태양광발전소를 둘러싸고 현재 진행 중인 지역 갈등도 만만치 않았다. 강의에는 집 앞 5미터까지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섰다고 하소연하는 분도 참석하고 있었다.

군청과 군의회, 그리고 국민권위원회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찾아가 민원을 냈지만 모두 헛수고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지역에서 만든 것처럼 주거지로부터 일정하게 거리를 제한하는 ‘개발행위허가지침’ 조례를 만들어달라고 주민 6백여 명의 서명을 받아서 청원했지만 그것도 무용지물이었다. 산업부 등이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그런 조례를 만들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업계가 계속 정부에 로비한 결과다.

이런 방식으로 추진되는 재생에너지사업은 ‘저것들’과 ‘우리’라는 이분법과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갈등을 지역 내에서 무한히 재생산해낼 것이다. 불합리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재생에너지개발사업으로 예상되는 피해에 대해서 주민들이 대항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조차 중앙정부에 의해서 금지하는 것은 지역주민들에게 무력감과 함께 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반감만 부추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반감은 환경운동진영에게로 전염될 수 있다. 기후변화, 핵위험 그리고 미세먼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필자에게 ‘지구’만 생각하냐고 질책하는 주민들을 직면했다. 그 거리를 좁혀야 한다. 지역 내에서 재생에너지가 어떤 식으로 수용되고 이용되는지에 대해서 지역주민들의 권능을 높이고, 그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높여야 한다. 지역 내에서 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하는 에너지자립은 지역분권과 자치와 함께 가는 것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운영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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