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정부의 물 정책,
    관리의 효율화 넘어서야
    '물 관리체계 개편 토론회' 참가기
        2017년 03월 08일 04: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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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들어설 정부는 어떤 물 정책을 펼쳐야 할지, 상수도 민영화와 4대강 사업 등, 지난 정부들의 잘못을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을지, 이런 궁금증에 답해줄 토론회가 지난 3월 3일 서울NPO센터에서 열렸다. 물개혁포럼,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강살리기네트워크의 주최로 ‘우리나라 물 관리체계 개편에 관한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주제발표는 물개혁포럼을 대표하여 송미영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이 맡았고, 지정토론자로는 주로 야권 대선후보들의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토론회에는 관련 전문가, 수자원공사 직원, 시민단체 활동가 등 60여 명이 참석하여 좌석이 부족할 정도였다.

    통합 관리에 대한 공감대

    송미영 연구위원이 발표한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물 정책과제’는 개인의 연구가 아니라 물개혁포럼에서 오랫동안 함께 논의한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었다. 발표는 현 정부에서부터 이어지는 기본 과제, 물 전문가들의 설문을 토대로 한 물 관리 쟁점, 마지막으로 정책과제를 다루었다.

    기존 과제 중에서는 국토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되어 있는 정부의 물 관리 체계와 예산의 비효율성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었다. 현재 국토부는 수량을 관리하고 환경부는 수질을 관리하고 있는데, 두 영역에서 모두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수량과 수질, 나아가 수생태계까지의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물 관리 기본법의 제정을 중요한 수단으로 꼽았다.

    관련 전문가들이 꼽은 물 정책의 과제도 유사했다. 우선과제로 물 관리 기본법의 제정 35%, 물 관련 계획의 통폐합 13%, 물 관리 행정체계 개편 13%의 지지를 얻었다. 또한 분야별 과제로는 4대강과 물 환경 개선을 위해, 4대강 사업의 재평가가 37.1%,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대형보 개방이 24.7%의 표를 얻었다. 건강한 수돗물을 세부 정책으로는 상수원 보호와 원수 수질개선이 34.8%, 물 공공성 확보와 물 기본권 보장이 19.7%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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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관리 체계 개편 토론회 모습(사진=환경운동연합)

    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대동소이

    이어진 지정토론은 비슷하면서도 상이한 야권 대선후보들 간의 정책 차이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순서였다. 먼저 안희정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허재영 대전대학교 교수는 “부서 통폐합 방식의 행정 개편은 쉽지 않다”며 “국가물위원회를 설치하고 산하에 유역위원회를 두는” 방식이 실현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하천관리의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캠프의 김좌관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유력 후보를 대변해서 나온 만큼, 자신이 제안한 정책이 실제 공약으로 모두 반영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김좌관 교수는 “물 하나로 정책”을 제안하며, “행정조직 체계의 일원화는 법 개정이 아니라 국무총리훈령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불가능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또한, “대통령 직속의 ‘4대강 자연복원위원회’를 설치해”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와 복원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지자체의 ‘수리자치권’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자며, 예를 들어 “부산․경남 수자원공사”와 같은 형태를 언급했다.

    안철수 캠프의 장석환 대진대학교 교수는 “지표수와 먹을 물 위주의 정책이 물 산업이나 지하수 등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물과 에너지의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의 유역 단위의 분산형 시스템이 바람직하다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서 통폐합보다는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설치를 선호했다.

    정의당, 물 공공성과 수공 해체 강조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대표한 교수들의 지정토론은 약간의 강조점과 뉘앙스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동소이하였다. 통합적인 물관리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고, 4대강을 복원하고 지자체로의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반해 정의당 심상정 캠프의 이현정 국토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의 토론은 결이 달랐다.

    이현정 연구원은 우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토론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며, 4대강 사업에서 담합 비리를 저지른 대형 건설사들을 사면해주고, 기업이 책임져야 할 공단폐수 처리 사업에 정부 예산을 1천여억 원 투여하는 기업 위주의 물 정책의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공공재로서의 물의 공공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2016년 추진된 기장군 해수담수화 사업이나 대전의 BTO 정수장 사업과 같은 사례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물 관리 체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그 주체가 중요한데, “4대강 사업과 최근에는 한수원의 댐 위탁 관리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수공을 해체하고, 정부부처는 일원화하고, 지방으로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합토론에서도 열띤 의견 교환이 있었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이현정 책임연구원의 입장에 동의하면서 다른 야당 캠프에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지속되어온 물 민영화․산업화 정책을 어떻게 보는지”와 “수자원공사의 해체에 대해도 입장을 밝혀달라”고 질의했다.

    답변은 조심스러웠다. 장석환 교수는 “우리의 물 공공성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약하지 않다”며 “공공성보다는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또 공기업인 수공에 지금까지 투자를 많이 했는데, 해체는 어렵다며 그 형태와 기능이 개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좌관 교수는 물 민영화와 수공 해체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으며 쟁점을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허재영 교수는 “수돗물의 공공성은 완벽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했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말을 아낀 채, “수공에 대해서는 여기 참석한 분들이 대부분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지만 4대강처럼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방식은 안 되다고 답했다.

    어떻게? 그리고 누가?

    이어진 토론에서 이상헌 한신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경험을 바탕으로, “실행력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발전원회의 초기에는 정부 부처에서 안을 제출하고 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방식이어서 실행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후기에는 위원회가 안을 제출하고 정부 부처의 동의 없이는 통과될 수 없는 구조로 바뀌면서 유명무실한 위원회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또한, 본인은 대선 후보가 없는 녹색당 당원임을 밝히며, 이러한 정책이 제도화되고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견고한 양당제를 깨어야 하며 이를 위해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녹색연합의 정규석 정책팀장은 수자원공사와 국토부는 유례없는 비극을 초래한 주체이기 때문에 물 관리 관련해서 입도 뻥긋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4대강 사업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하며 국가물관리위원회와 같은 통합적 성격보다는 정책입안자들이 의지를 가지고 환경부에 권한을 몰아주는 방안 등 부서개편을 추진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관리의 효율화를 넘어 정책 전환으로

    2시간이 넘는 열띤 토론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들 간의 물 정책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물 관리 체계의 개편과 효율화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고, 4대강 복원을 중시했다. 하지만 10여 년째 지속되어온 물 민영화․산업화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진보정당인 정의당과의 차이가 도드라지는 부분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2005년부터 검토하고 2007년 발표한 ‘물산업 5개년 육성계획’이 본격적인 물 민영화․상품화의 신호탄이 되었다는 점에서 야권 캠프들의 이러한 태도는 물 정책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앞으로 토론회에서 논의된 물기본법 제정과 물관리 정책의 일원화를 통해 제대로 된 체계를 만듦과 동시에 물 정책에 대한 노동자와 시민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기존의 물 산업화 정책을 포기하고 기업보다는 국민들을 위해 물의 공공성을 확고히 하는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필자소개
    사회공공연구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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