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 배치 둘러싸고 갈등 격화,
    정부, 국민·국회 합의와 절차 무시
    “사드로 북핵 막는다? 군사기술적 터무니없는 신념”
        2017년 03월 08일 12: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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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양국이 7일 기습적으로 사드 체계를 전개한 가운데, 성주, 김천 주민들은 “내 자식들이 살아야 할 곳인데 이대로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순 없다”며 사드 장비가 이송될 육로를 차단하고 있다. 양국의 졸속적 사드 전개에 학계도 부지공여 협상, 군사보호지역 지정 등 국회 절차를 생략한 것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봐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치권은 사드 자체의 효용성에 대해 국회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백지화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성주·김천 주민, 사드 기습 전개에 “분하고 원통…이게 나라인가”

    박수규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상황실장은 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기습적 사드 전개에 “분하고 원통하고 이게 나라인가 싶다”며 “박근혜, 황교안, 한민구, 윤병세, 이 사람들이 우리하고 같이 살고 있는 인간들인가 싶고, 야당도 세비만 축내고 있다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박 상황실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 우리 자식들이 살아야 할 곳인데 옳지 않은 것들을 어떻게 승복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며 끝까지 사드 저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사드 체계가 3.6km 이내에는 관계자 이외에는 출입금지구역이다. 세계 어디에도 사드 앞에 주민들이 살고 있는 경우는 없다”며 “성주, 김천의 주민들은 전자파의 실험대상, 생체 실험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던 이곳이 어느 날 갑자기 최전방이 되어 버렸다”며 “러시아나 중국의 미사일이 성주를 겨냥하겠다고 하지 않나. 이 자리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되어 버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240일 정도 사드 저지 투쟁을 하면서 성주에 사드가 들어오는 데 대해 찬성하는 주민은 만나본 적이 없다. 찬성하는 사람은 구미의 백승주(자유한국당) 의원밖에 없다”며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사드 김천

    성주 롯데골프장에서 찍은 야경. 건물의 불빛은 김천 혁신도시의 고층아파트. 8000세대가 거주중이며. 성주 롯데골프장에서의 거리는 7-8km이다.(사진=사드반대 김천대책위)

    “사드, 국회 동의 거치지 않은 건 세계적으로도 이례적”

    학계도 정부의 기습적 사드 전개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드의 효용성 문제는 별개로 치더라도, 사드 전개 전 거쳐야 할 절차까지 생략하면서 그야 말로 ‘졸속’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이번 사드 배치로 군비경쟁의 악순환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이날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사드 전개를 하려면 순서가 있다. 부지공여 협상도 해야 하고, 그 지역을 군사보호지역으로 지정도 해야 한다”면서 “부지 정리도 하지 않은 상태로 부품을 먼저 들여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더 중요한 건 이렇게 중요한 문제들은 국회의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헌법 60조 1항에 보면 외국과의 조약이나 협정을 할 때, 예산이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국회 비준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헌법학자들은 사드 배치를 국회 비준 동의의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사일 방어망이 한국에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일본에도 X밴드 레이더가 들어올 때도 그 절차가 있었고, 유럽에서도 체코, 폴란드, 다 의회 비준 과정을 거쳤다”며 “그런데 이렇게 졸속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거듭 지적했다.

    중국의 경제보복과 관련해선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중국은 사드 문제를 단순한 무기체계로 보지 않고, 한미일 3국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하나의 망으로 본다. 중국이 예로 드는 것이 1962년 쿠바미사일 위기처럼 쿠바에 소련 미사일이 들어오는 것을 미국이 용납할 수 있느냐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중국은 앞으로 보복의 강도를 더 높여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드로 북핵 막는다? 터무니없는 신념”

    사드 배치로 군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 교수는 “사드가 레이더가 들어오고 포대가 한두 개 들어온다고 하는 게 미사일 방어망의 시작이다. 방어망이란 기본적으로 한 번 설치를 하면 더 촘촘하게 설치하고자 하는 속성이 작동한다”며 “이미 국방부와 일부 정치인들은 사드 한 포대 가지고 되겠느냐는 말이 나오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미사일 방어망이란 육상뿐만 아니고 해상이라든가 공중이라든가 연계되는 망들을 계속 갖춰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드가 들어왔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부터 군비경쟁의 악순환이 시작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그렇게 되면 우리 예산이라는 게 한정돼 있기 때문에 감당할 수 없다”고도 했다.

    사드로 북핵을 저지할 수 있다는 정부와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의 주장에 대해선 “사드는 만능 무기가 아니다”라며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의 실체에 대해 우리가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 사드의 요격 미사일 범위가 40km에서 한 150km 정도밖에 안 된다. 성주에서 수도권은 그 방어망에서 제외되는데 그건 국방부에서도 이미 인정을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드를 갖다놓으면 북한이 쏘는 미사일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굉장히 군사 기술적으로 보면 좀 터무니없는 그런 신념 수준이라고 보인다”고 비판했다.

    주미군

    6일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한 사드(THAAD) 중 발사대 2기의 모습(사진=주한미군사령부)

    “사드 철회, 한미간 논의할 수 있는 사안”

    아울러 김 교수는 “지금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기정사실화해서 미사일 방어망을 갖출 것인가, 아니면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해법을 시도할 것인가.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있다”며 “(정부 등이) 핵문제를 왜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핵문제 역사가 20년 이상 됐지만 해결해 봤던 경험도 있고, 이란 핵문제를 해결했던 외교적인 시사점도 얻을 수 있다”며 “지금 당장 외교적 해법을 시작해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간다면 출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면 굳이 군사적 효용성이 의문시되는 무기체계를 굳이 갖다놓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사드 철회와 관련해 “한미 간에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사드가 한미군사동맹의 상징이 됐는데 한미군사동맹은 사드 말고도 여러 가지 협력해야 될 사안들이 적지 않다. 미국 내부적으로도 미사일 방어망에 대해서는 찬반 여론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트럼프 정부와 북핵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해 나간다면 충분히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 보복, WTO 제소? “안 될 거 알면서 왜 저러나”

    중국의 경제보복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한국 관광을 차단하고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 상품 불매 운동이 일고 있다. 정부는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해 세계무역기구인 WTO 제소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사드 배치 이후 우리 정부가 발표한 유일한 대응책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 또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서 “WTO 협정 자체에 자국의 안보에 필요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조치는 예외라고 돼있다. 즉 WTO 협정을 적용하지 못한다는 뜻”이라며 또한 “우리가 만에 하나 승소한다 하더라도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라는 건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 관세를 더 매기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WTO에서 승소한다고 해서 그것이 중국의 보복 조치를 중단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당정 협의체가 ‘WTO 제소’ 카드를 계속 거론하는 이유에 대해 송 변호사는 “저도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결국 안보 문제”라며 “그렇다면 안보 문제의 절충점, 균형을 찾아야 하는 것이지 WTO 같은 본질적으로 맞지 않는 수단을 거론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안보에 도움 안 되는 사드, 철회해야만 한다”

    일부 정치권도 사드 철회, 국회 논의 등의 주장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당 소속 손학규 전 대표도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사드가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우리 전쟁 억지 수단이라는 것에 대한 실질적인 검토를 국회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철회를 대선 공약으로 건 이재명 성남시장은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사드가 대한민국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백번이라도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드 배치를 철회)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국가 간 합의를 존중해야 하는 게 맞지만 잘못된 합의라면 파기할 수 있는 게 국가 간 관계”라며 “미국도 TPP 무역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국가 간 합의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필리핀을 예로 들면, 미국과 70년 우방국가라고 해서 미국에 일방적으로 계속 끌려가다가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과 관계 개선을 하니까 미국이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오히려 입장이 좀 난처해져서 필리핀에 매달리는 양상이 되고 있다”며 “그렇게 해서 국익을 지켜나가는 게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드 기습 전개에 대해선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먹는단 생각”이라며 “정상적인 국가 정책 집행이라고 보기 어렵다. 뭔가 흑막이 있거나 비정상적으로 다른 목적들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너무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상적으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정부라면 사드 배치같이 국가 안보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을 대한민국 정부가 할 리가 없다”며 “정권이 바뀌면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권 바뀌기 전에 긴급하게, 소위 알박기를 해버리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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