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의 도전,
    차기 정부의 야권 리더
    [대선후보 인상평①] 정의당 심상정
        2017년 03월 06일 02: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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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대선 후보 인상비평 릴레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문자 그대로 인상 비평입니다. 특별한 근거나 통계를 들이 밀지 않고 오로지 논리와 감으로 하는 비평입니다. 야권 중심으로 하되, 순서는 후보 확정된 분부터 합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분은 국회 의석 수 우선으로 하고, 그 안에서는 가나다 순으로 합니다. 그러면 심상정을 필두로 하고,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그리고 손학규, 안철수 순이 됩니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후보들도 다뤄야 하지만 그들까지 관심을 가져 줄 만큼 필자가 한가하지 않기 때문에 비평 여부는 확정적이지 않습니다. 프로 정치 평론가의 분석도 아니고, 예언하는 것도 아니니 쓰는 이나 읽는 이나 모두 부담 없이 즐겼으면 합니다. 놀이로서의 정치 비평, 그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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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번이 세 번째 대선 도전이다. 한 번(민주노동당)은 당내 경선에서 졌고, 또 한 번(진보정의당)은 다른 야당 후보(문재인) 지지를 선언한 뒤 후보 등록을 포기했다. “그동안 우리 정치에서 선거 때마다 반복되어 온 후보 단일화를 위한 중도 사퇴는 이제 제가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당시 그가 남겼던 말이다.

    이번은 다르다. 정의당 내 경선에서 승리를 거뒀고, 포기할 생각도 없다. 당을 몇 차례 쪼개고 갈라서고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와 악연을 쌓은 진보진영 인사들도 꽤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상정은 진보의 자존감이자 한국 정치의 자존감이다.

    정권 교체도 매우 중요한 덕목이지만, 그가 말하는 노동 정권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여당이 실질적으로 사라진 현실에서 다음 정권에서 정의당이 확실한 야당의 역할을 하려면 완주와 의미 있는 득표를 통해 확실한 야당 지도자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당선 이후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선거 국면에서 문재인은 결코 정의당을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고 그래서 정책연대는 안 할 것이다. 그러니 결국 완주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잔인하게 외면당할 수도 있다.

    사실 진보정당이 더 넓은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민주개혁 세력이 정권을 잡는 것이 유리하다. 수구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그 수구 난동에 질린 유권자들은 오로지 정권 교체로만 쏠릴 뿐, 사회 변혁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이 정치의 이치다. 과거 민주노동당이 가장 큰 지지를 얻었을 때도 그랬다. 노무현 정권의 패착 위에서 진보정당의 존재감이 더 빛났던 것이다.

    그래서 정의당과 심상정의 목표는 이번 대선을 통해 다음 정권에서의 선명한 야당으로서의 자리 매김을 위한 존재감 부각에 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친(親) 노동 정책 수립에 이번 선거의 목표로 삼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 현재 심상정이 민주당과 문재인에게 크게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현재 그가 있는지 없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후보 활동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를 정도로 그 존재감조차도 없는 후보로 전락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그렇게 되기에는 물론 정의당의 역량 부족이 제1의 원인이겠지만 일정 부분 전략상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도 다행히 정의당과 민주당의 정책 차이는 ‘노동’에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알고 있다. 다음 정부에서 확실한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서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은 최근 어느 인터뷰를 통해 노동 특히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관점을 명쾌하게 밝힌 바 있다. 10년 전 열린우리당 정권이었을 때 비정규직법, 기간제법 논쟁이 치열했는데, 그때 그는 비정규직을 맘대로 채용할 수 있는 ‘입구’를 막아야 된다(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고 주장했고, 열린우리당 정부에서는 일단 시행해보고 평가하자고 했다, 그런데 그게 벌써 10년이 됐고, 그 결과가 심상정이 지적한 대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이 부분에 대해 확실한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는 선전포고로 읽히는 대목이다.

    한편 정의당 내 일각에서는 민주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을 목표로 하는 주장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거나, 아니면 집권 거대 정당의 2중대로라도 정권에 참여하겠다는 것으로 정치적 독자성의 포기로 귀결될 가능성이 많다. 선명하고 진보적인 야당으로서 (민주당) 차기 정권을 견제하고 비판하고 때로는 협력하는 독자적 정치의 영역이 상실될 우려가 크다. 연합이라는 것은 어느 일방으로 힘이 기울지 않을 때 그 적극성이 발휘되는데 현실은 힘의 크기가 일방적이기 때문에 그런 우려가 더욱 큰 것이다.

    심1

    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

    사실 촛불 정국에서 일관되게 ‘촛불 민심’을 견인하거나 적어도 그 민심과 가장 일치되게 함께 해 온 정당은 정의당이다. 처음에 촛불을 들 때부터 그랬고, 마지막 탄핵 결정에 대한 태도도 그렇다. 민주당은 촛불 민심을 선도하기는커녕, 제대로 따라오지도 못했다. 민주당의 문재인은 처음에는 촛불 집회에도 나오지 않았고, 심지어 우상호는 민주당은 촛불집회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까지 했다.

    탄핵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탄핵이 기각되면 당연히 시민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텐데, 문재인을 비롯한 모든 야권의 후보들은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기각이 되면 그 결정에 승복할 수 없고 국민의 저항권을 발동하여 싸우겠다고 천명한 정당은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뿐이다.(물론 민주당 내 이재명 후보의 경우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의 주장에 대한 당 내 공감대는 상대적으로 적다)

    문재인은 탄핵 기각이 일어나면 정치인은 승복해야 하는데, 시민들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라고 말인지 막걸린지 모를 말을 하였다. 이에 심상정은 이렇게 발언했어야 했다. “탄핵 기각이 되어 시민혁명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거나 그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면 문재인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라고 선언하라. 당신은 시민혁명에 반대했으니까, 그 과실은 당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지 않은가?“라고 공격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는 그런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다. 천하의 심상정이 그런 말을 할 줄 몰라서 그러겠는가? 나쁘게 말하자면, 권력의 맛에 취해 야성을 잃었을 것이라 평가하겠지만, 난 문재인과 대립각 세우지 않고 그의 정권 교체에 힘을 실어주면서 대중성을 확보하여 차기 정권에서의 대표 야권의 역할을 노리려는 심산일 것으로 본다.

    사실, 정당의 제1 목표는 권력 획득에 있다. 그 권력의 규모가 중앙 정부든 시군구와 같은 지방 정부든 정당은 그 권력을 잡는데 목표를 세워야 하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진보정당이 그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진보적 선명성을 약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마냥 그렇게만 할 수는 없다. 왜? 권력을 못 잡더라도 사회 변혁의 목소리는 절대로 죽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가 최근 꺼낸 친일 청산에 대한 입장은 이런 고민 속에서 나온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그는 친일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민족 문제를 끄집어냈다. 서훈 박탈 차원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으나 친민족주의가 아닌 친노동의 진보정당 후보가 취해야 할 스탠스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진보진영 내의 민족주의자에 대한 포용의 의미가 짙거나 적어도 민주개혁 세력에 대한 표 구애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진보적 선명성에 크게 흠집 내지 않고도 대중화를 이룰 수 있는 것으로 민족 문제만큼 효과적인 게 또 있겠는가.

    현재 진보정당 정치인 가운데 심상정만큼 진보성과 대중성을 함께 갖춘 이는 없다. 앞으로 그를 능가할 수 있는 진보 정치인이 쉽게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국가 권력을 한 번 잡을 만큼 혹은 제1야당의 리더가 될 수 있을 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나는 회의적이다. 그와 얽히고설킨 악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그가 대중적이지 못해서도 아니다. 그가 진보적이지 못해서도 아니다.

    그가 혹은 그의 주위의 참모들이 급변하는 사회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기 때문이다. 과거에 운동권 진영이 오랫동안 가졌던 ‘진보’라는 것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발생한 것이 소위 메갈 사태다. 현재 젠더 문제는 과거의 남과 여의 구조에서 억압 받는 여성이라는 테제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그 안에 들어 있는 복합성과 이질성은 그 어떤 누구도 단칼로 정리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럼에도 작년 여름에 벌어졌던 한 여성의 혹은 노동자의 문제를 당이 개입해 순수한 여성주의의 문제로 다루었다. 그리고서는 600명이 넘는 당원들이 탈당을 하게 되었고, 그 여파는 탄핵과 대선이라는 정치에서 꽃 피는 봄 날 장터가 열렸는데도 당을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하는, 아무런 존재감도 드러내지 못하는 당으로 만들어버렸다.

    실수는 극복될 수 있지만 실력은 극복될 수 없다. 그 메갈 사태는 실수가 아닌 실력이었다. 현대 사회의 성격을 복합적인 눈으로 보지 못한 채 과거 운동권의 시각으로만 보고 진단하고 가르치려 드는 그 실력 말이다. 실력이 그 모양이니 똑같은 착오를 또 다시 반복하는 것이다.

    바로 며칠 전 심상정은 교제하는 남성의 폭력 전과를 조회할 수 있게 하겠다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위 ‘신종 3대 여성폭력(데이트폭력ㆍ스토킹폭력ㆍ디지털 성폭력) 근절 정책’을 공약했다. 실효성도 없고, 인권의 관점에서도 문제가 다분하다. 여성 폭력 문제를 부각시켜봤자 보수정당에 도움이 되지 진보정당에는 도움이 안 되는 법이다. 더군다나 국가 권력의 횡포에 그 동안 피해를 본 진보정당의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실, 클레어법(가정폭력전과 공개제도)이 ‘진보’의 정책인지도 ‘여성주의’ 정책인지도 의문이다. 그건 영국 보수당 정부가 추진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경찰이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정책이다. 진보는 개인의 자유·권리와 관련해서는 국가 권력의 최소화를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다른 그 어떤 이유보다도 그 정책의 내용과 관계없이 이 정책은 그 ‘한남’들 듣기에 또 기분 나쁜 말이다. 당장에 정의당은 메갈 정당이라는 남성들의 비아냥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하고 많은 공약 가운데 왜 옳고 그름을 규정하기 매우 어려운 매우 복합적이면서 감성의 정치까지 끼어들어 매우 골치 아프고 폭발력이 강한 젠더 문제를 왜 공약으로 내세우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진보정당을 이끌어가야 하는 리더가 아니고, 죽어가는 진보정당을 소생시켜야 하는 리더가 되어야 하는 심상정, 차기 정부에서 노동과 탈핵으로 정부 여당과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하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적어도 5퍼센트 정도는 득표해서 야당의 리더로 입지를 구축해야 하는 대선 후보 심상정에게 현재 상황은 앞날이 그리 밝은 것은 아니다. 매정하게 말 한다고 섭섭히 생각지 마시라. 문재인 대세론이 대세가 된 만큼 진보진영이 과거처럼 사표론에 휩쓸려 선거 전 날 눈물을 머금고 노무현을 찍었던 밴드 웨건 현상은 그리 크게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에서 5 퍼센트 정도도 못 얻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정계 은퇴하시라. 그런 결기, 그런 각오 서 있는가?

    필자소개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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