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사드 갈등 격화,
    이익은 미국-일본-북한 순
    황교안, 시진핑 만나고 열흘만에 사드 배치 발표...중국 자극해
        2017년 03월 06일 12: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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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한 경제 보복을 본격화한 이후 외교·군사 보복에 대한 위협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외교적 실책에 대한 지적이 학계는 물론 여야를 막론하고 나온다.

    실제로 중국에 안보 위협을 주는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이라는 중요한 절차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시진핑 주석을 만나 “결정된 사안이 없다”고 밝힌 후 불과 열흘 만에 사드 배치를 발표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적 피해 등을 우려해 사드에 반대했던 국내 여론을 설득하는 작업도 없었다. 학계와 정치권, 시민사회에선 중국의 경제보복은 물론 군사·외교·안보에 대한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도 없이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이다.

    문일현 중국정법대학 교수는 6일 오전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사드 문제로 한국에 경고를 한 게 2008년 정도부터다. 그로 인한 부작용, 양국 간의 관계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예상했다. 그래서 이전 정권들도 각종 이유를 들어서 사드 배치 결정을 미뤄왔다”며 “그런데 작년에 우리 정부가 아무런 국민적 동의, 합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시진핑을 만나 모호한 입장을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드 배치를 발표한 것이 중국을 자극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중국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들으면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고위층들의 배신감과 함께 중국을 너무 우습게 아는 것 아니냐 하는 불쾌감을 자극했다고 한다”며 “황 대행이 시 주석의 물음에 즉답을 피하다가 사드가 덜컥 발표가 되니 중국에선 우리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느냐 하는 격양된 분위기가 더욱 더 심해졌다”고 전했다.

    문 교수는 “그것은 (우리 정부의)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이어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것을 맺고 있는데 그렇다만 최소한 10일 전에는 중국에 사전에 통보를 해줬어야 한다”며 “그런데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덜컥 발표하니까 중국으로서도 굉장히 당혹스러워 했던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사드

    사드 배치 과정에서의 정부의 실책에 대한 비판은 야당은 물론 사드 배치를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중국은 사드를 미국 주도 하에 MD체제 편입의 서곡으로 보고 있다. 미국 국방부 문서들에도 다 그렇게 나와 있다. 이건 한미 간 한반도 동맹이 한미일 지역동맹으로 가는 전초단계”라며 “중국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사드에 따라오는 AN/TPY레이더를 종말 모드가 아니라 전진배치모드로 변환해서 중국을 향해 쏘게 되면 무려 2000km를 본다. 그래서 중국의 미사일 동향을 다 훑어볼 수 있다”며 “AN/TPY레이더가 중국 입장에서는 중국 앞마당에 CCTV를 설치해놨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해선 우리 정부의 실패를 꼬집었다. 그는 “사드는 한반도 통일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우리의 외교적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략적 레버리지의 성격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주도권 확보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다.

    윤 의원은 “사드 배치 전에 우리가 중국과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적 소통을 하고 한미일 지역 동맹이 가는 게 아니라는 명확한 인식을 심어줬어야 했다”며 “중국의 지금 반발은 10단계로 보면 2, 3단계 수준으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상상할 수 없는 보복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 영토 등까지 광범위하게 올 것”이라며 “이것을 중국에 굴복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중국을 알아서 우리 국가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차원이다”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국가안보 사안은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정치적 입장이 다르더라도 지지하고 가야 한다”며 “다음 정부로 넘겨라, 이건 있을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현재 사드배치 결정에 대해서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게 맞다”고 했다.

    사드 외교를 위해 지난 1월 중국을 방문했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의 최순실 씨 등의 ‘비선실세’ 개입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송영길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민구 국장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서 ‘논의된 바 없다’고 말해놓고 바로 결정했다. 이게 정상인가”라면서 “국방부 장관도 소외된, 최순실이나 어떤 비선에 의해서 급작스럽게 결정된 게 아닌가 싶다. 록히드마틴의 로비가 있었던 게 아닌가 이런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드 배치로 가장 이익을 보는 건 록히드마틴 회사이고, 두 번째는 일본, 세 번째는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막는 것인데 그것을 막을 수 있는 힘은 그래도 중국에 있다. 중국은 UN결의안을 나름대로 지키고 석탄 수입량도 제한시키면서 나름대로 성의를 보이고 있다”며 “그런데 사드 배치로 중국을 발로 차서 한중간, 미중간 관계가 벌어지면 북한은 이때가 기회다 생각하고 6차 핵실험을 도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중국은 사드 배치를 단순히 사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일 군사공동체 강화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제2의 NATO로 본다. 우리 의견과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심각한 국가안보 이해관계로 보는 것”이라며 “그러면 사드 배치의 찬반과 별개로 우리 정부가 중국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물론, 보수적인 분들은 ‘사드 배치를 해 버리고 나면 기정사실화돼서 중국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막연한 예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제가 만나본 중국은 이 문제를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전략적 이해관계로 보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하고 한중관계가 아주 계속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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